[TREND] "이젠 나도 셜록 홈즈" 방탈출 카페 열풍..문제풀고 탈출 성공하면 '뇌섹남' 인증

나건웅 2016. 8. 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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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회칠이 돼 있는 어두컴컴한 방. 손에 쥔 랜턴을 어렵사리 켜고 나니 주변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지방 공장 근처에 위치한 한 살인 사건 현장. 피해자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경찰이 뿌려놓은 흰색 스프레이 선, 방 한구석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업용 석유 드럼통이 스산한 분위기를 더한다. 피해자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폴더형 핸드폰과 곰 인형. 또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증거들. 범인을 찾기 위한 힌트는 전부 이 방 안에 있다. 그리고 범인을 잡기 전까진 빠져나갈 수 없다.

스릴러 영화나 추리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방탈출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맞닥뜨릴 ‘실제 상황’이다.

‘서울이스케이프룸 강남점’의 감옥 테마방. 시즌제 테마의 두 번째 에피소드로,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이용자가 탈옥을 시도한다는 콘셉트다.

최근 신개념 레저·문화 공간으로 방탈출 카페가 떠오르고 있다. 10대 후반과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미있다’ ‘신기하다’란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4월 국내에 들어온 지 1년 4개월 남짓 만에 전국 매장 수가 100여개로 늘어났다. 손님이 몰리는 주말과 방학 시즌엔 몇 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숨겨진 퍼즐·퀴즈 풀면 탈출 가능
직장인 신개념 회식 문화로도 각광

방탈출 카페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밀실 탈출을 현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방 안에 흩어져 있는 여러 단서와 퀴즈를 찾아내서 이를 조합해 탈출의 실마리를 얻는 게 핵심이다. 준비된 모든 미스터리를 해결하면 자연히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탈출에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이다.

방탈출 카페는 2007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 동유럽 등지로 빠르게 뻗어나가며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국내엔 지난해 4월 처음 들어왔다. 서울 홍대에 자리한 ‘서울이스케이프룸’이 한국 최초의 방탈출 카페다. 이후 ‘코드이스케이프’ ‘셜록홈즈’ ‘키이스케이프’ ‘비트포비아’ 등 방탈출 카페가 줄줄이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에 약 100개, 서울 홍대에만 20개가 넘는 방탈출 카페가 성업 중이다.

보통 한 매장에 게임방은 4~8개 정도다. 범죄 현장을 묘사한 방뿐 아니라 ‘마법사의 방’이나 ‘동화 속 세계’처럼 어린아이도 거부감 없이 즐길 만한 귀여운 콘셉트로 꾸며진 방도 있다. 테마에 맞게 퀴즈 종류나 스토리 내용이 달라지고 소품도 다르다. 예컨대 마법사의 방에 들어가기 전엔 마법사 옷을 입고, 동화 속 세계 방에 입장하는 길엔 프리즘을 활용한 특수 안경을 착용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더하는 식이다. 권충도 셜록홈즈 대표는 “방탈출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보통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큰 분들이 많다. 이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공간과 스토리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탈출 카페의 주 고객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젊은 세대. 최근엔 고객 연령층 범위가 위아래로 확대되는 추세다.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이 단골이 되는 경우를 비롯해 기업에서 술자리 회식 대신 방탈출 카페로 단합대회를 오는 이른바 ‘문화 회식’도 늘고 있단다. 이광국 비트포비아 대표는 “최근 팀 단위로 오는 직장인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방탈출이란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몰랐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어 팀워크를 쌓기에 좋다는 방문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탈출 카페 인기가 늘어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방탈출 카페 중 최다 매장을 보유한 업체는 셜록홈즈다. 오픈 1년여 만에 매장 개수를 13개로 늘렸다. 직영점 2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매장이 가맹사업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10월 홍대에 1호점을 개장한 비트포비아도 1년도 안 돼 가맹점을 9개까지 늘렸다.

초기 창업 비용은 50평형 매장 기준 평균 2억5000만원 수준. 요식업처럼 매달 지출해야 하는 재료비가 없어 부담이 덜하고 매장 관리에 필요한 직원은 3~4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인건비와 임대료, 기타 유지비를 포함해 매월 드는 돈이 2500만원가량. 평일 가동률 70%, 방학이나 주말 가동률 90%로 가정하고 계산하면 한 달에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500만원까지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다만 최근 인기만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특성상 유행에 극도로 민감해 현재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지속적으로 테마를 바꿔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투자비가 들어갈 수 있다.

또 방탈출 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카페가 나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백운용 서울이스케이프룸 대표는 “최근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다 보니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어딜 가나 매번 비슷비슷한 진행 방식과 빤한 문제 풀이만 등장한다면 고객들이 금세 질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 방탈출 카페 업체들은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사업 유통기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한다는 계획이다.

셜록홈즈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탈출 카페에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했다. 방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어내면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비트포비아는 최근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야외를 돌아다니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서울이스케이프룸은 스토리와 분위기에 집중한다. 국내서 유일하게 ‘시즌제 테마’를 도입했다. 스토리가 한 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게는 6개 방까지 연결되는 긴 호흡의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소품에도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감옥 탈출’ 콘셉트 방엔 실제 암석을 사용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회장님의 서재’ 방에 어울리는 고급 앤티크 가구를 고르기 위해 대표가 몇 날 며칠 발품을 팔기도 했단다.

“방탈출 게임은 공간을 넘어선 종합 엔터테인먼트다. 스토리를 토대로 음악, 기술, 조명, 소품 등의 조화가 필요하다. 최근 방탈출 열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란 의견도 있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게임의 질을 올려간다면 국내에서도 어엿한 놀이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백운용 대표의 포부다.

방탈출 카페 체험해보니

▶사실적 인테리어 ‘압권’…탈출 후 만족감 ‘짜릿’

지난 8월 3일 오전 11시 30분. 방탈출 게임을 체험해보기 위해 ‘셜록홈즈 부평점’을 찾았다. 400평 공간에 14개 게임방이 마련된 국내 최대 규모 방탈출 카페다. 난이도 별 3개짜리 방을 선택했다. 평균 탈출 성공률이 40% 정도 되는 방이다. 입장에 앞서 직원이 기본 룰과 안전 수칙, 그리고 입장하게 될 방의 콘셉트와 스토리에 대한 사항을 약 10분간 설명해준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직원 안내에 따라 방으로 이동했다. 안대를 내리자 2평 남짓한 어두운 방이 보였다. ‘피 묻은 손가락’ 소품과 버려진 공장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인테리어, 낮게 깔리는 우울한 배경음악이 음산한 느낌을 더 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랜턴을 들어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기자는 평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등 ‘미스터리광’이라 자부하던 터라 탈출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이런 자신감은 20분도 안 돼 산산조각 났다. 입장 전 건네받은 무전기로 직원에게 힌트를 요청했다. CCTV로 기자의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힌트를 건네줬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남은 힌트 찬스 2개를 마저 쓰고도 방의 미스터리를 다 풀지 못했고 결국 ‘타임아웃’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어 직원이 들어와 풀지 못한 단서들과 남은 스토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다음엔 선상파티에서 살해된 예비 신랑의 범인을 검거하는 프로젝트에 도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은 후 획득한 단서와 정보를 조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번째여서 익숙해졌을까. 53분 만에 탈출에 성공. 탈출에 성공하면 출구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이 성공 기념 스냅 사진을 찍어준다.

스포일러 우려가 있어 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대신 방 탈출을 위한 작은 팁 하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꼭 하나의 방만 있으리란 법도 없다. 상황에 따라 숨겨진 비밀의 문이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꼭 2명 이상 올 것을 권한다. 살해나 공포 콘셉트 테마룸의 경우 특히 그렇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0호 (2016.08.10~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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