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탄생에 영감 준 저택 되살려 .. 디올이 살아있는 듯

박현영 2016. 7.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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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창립자 크리스챤 디올이 살았던 프랑스 남부 지방의 저택 ‘샤또 드 라 콜 누와르’. ‘디올’이 2013년 매입해 인테리어와 가구, 정원까지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향수 신제품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의 주원료인 그라스 지방의 ‘메이로즈’ 향을 맡고 있는 디올의 뮤즈 나탈리 포트만.
‘디올’의 첫 향수인 ‘미스 디올’(1947년·왼쪽)과 최신 제품인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2016년 8월 1일 출시 예정).

| 창립자 문화유산 복원한 ‘디올’

명품은 고가다. 핸드백이든 식료품이든 명품은 비싸다. 명품이 일반 제품보다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요인은 여럿이다. 더 나은 품질, 브랜드 파워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헤리티지(heritage)’다. 헤리티지는 앞세대로부터 이어받은 유산(遺産)을 뜻한다. 한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성공의 여정을 지켜 본 ‘목격자’가 바로 헤리티지다. 헤리티지가 있어야 명품이고, 명품이면 헤리티지를 더욱 가꾸는 이유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브랜드 헤리티지를 복원하는 현장에 다녀왔다. 브랜드 창립자인 크리스챤 디올(1905~1957년)이 살았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성을 디올이 매입해 당시와 같은 모습으로 재현했다. ‘향수의 본고장’인 그라스 지역에서 재배한 장미꽃을 원료로 만든 향수 신제품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도 처음 공개됐다.

디올의 유산 ‘샤또 드 라 콜 누와르’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칸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달리면 몽토루라는 마을이 나온다. ‘세계 향수 수도’로 불리는 그라스 바로 옆이다. 이곳에는 ‘샤또 드 라 콜 누와르’라는 성이 있다. 각종 꽃과 나무를 심은 넓은 부지에 연못과 대저택, 예배당까지 있는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1951년 패션 디자이너인 크리스챤 디올이 구입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머무른 곳이다.

므슈(Monsieur)디올은 부지 안에 아몬드·체리·포도·올리브 등 여러 종류의 과실 나무를 심었다. 장미·재스민 등 향수 원료인 ‘프래그런스 플라워’를 재배하며 ‘프로방스의 꿈’을 키워나갔다. 므슈 디올의 정취가 밴 이곳은 그의 사후 다른 이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여러 주인을 전전하던 성은 2013년 다시 디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디올 이 성을 매입해 복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였던 디올의 첫 향수 ‘미스 디올’의 탄생에 큰 영감을 주었던 곳이 바로 프로방스이기 때문이다. 디올 측은 “므슈 디올이 패션과 향수를 창조할 때 영감을 얻는 가장 큰 부분이 꽃인데, 그 꽃과 영감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 바로 그라스와 샤또 드 라 콜 누와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문한 ‘샤또 드 라 콜 누와르’는 디올이 살던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복원 작업은 2년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디올이 디자인했던 대로 집안 장식을 복원하고 정원을 재현했다. 디올이 좋아했던 ‘메이 로즈’와 ‘그라스 재스민’을 다시 심었다. 디올의 헤리티지 담당 매니저인 프레데릭 부들리에는 “비록 문헌으로 남아있지는 않으나 발견된 스케치와 주변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통해 고증했다”고 말했다. 헤리티지팀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정보를 모았다. 므슈 디올을 알고 지낸 이웃들, 건축가·요리사 같은 관계자들의 자손들을 면담하고, 사료를 기증받았다.

디올은 본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출신이다. 전쟁통에 남쪽으로 피난 내려왔다가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온화한 기후와 자연의 풍요로움에 매료된 그는 이곳에서 창의적인 자극을 받았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 예술가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의 인테리어와 가구 등을 그대로 재현했다. 부들리에는 “디올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디올의 라이프스타일, 가구 취향, 꽃과 정원에 대한 열정, 성격까지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올과 그라스, 그리고 장미
그라스는 향수의 원료인 꽃 재배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땅과 기후 등 자연 환경이 꽃을 키우기에 적합해 17세기부터 꽃 재배와 향수 산업이 번성했다. 므슈 디올이 그라스에 매료된 이유도 꽃과 자연에 있었다. ‘샤또 드 라 콜 누와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장미 농장 ‘클로 드 칼리앙’은 향이 풍부한 ‘메이 로즈’ 2만 송이를 기른다. 5월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메이 로즈는 강렬한 플로럴 허니 향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품종이다. 100개의 꽃잎을 가졌다고 해서 ‘로자 센티폴리아’로도 불린다. ‘미스 디올’ 등 디올의 고급 향수 원료로 쓰인다. 이 농장은 수확한 장미와 재스민을 디올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농장주 아르멜 자노디는 “메이 로즈는 매우 민감해서 꽃이 핀 날 수확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수확한 꽃은 몇 시간내로 공장으로 옮겨 증류와 농축액 제조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 농장에서는 7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재스민 그랜디플로럼’을 수확한다. 재스민 꽃은 1만 송이를 수확해야 무게가 1㎏이 된다. 순수한 재스민 추출액 1L를 얻기 위해서는 재스민 꽃 700㎏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곳의 꽃들은 실험적인 방식으로 100%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농장주 자노디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화학적인 성분이 나오지 않는, 고품질 원액을 얻을 수 있다. 또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아 앞으로도 더욱 비옥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식으로 땅을 일구는 대신 겨울에 클로버를 심어 친환경 비료로 사용한다. 화학 비료를 쓰지 않으면서 해충을 없애는 방법도 소개했다. “진드기가 좋아하는 열매가 열리는 식물이 있어요. 장미 옆에 심어서 진드기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하는거죠.”

생전에 이 농장을 자주 찾았던 므슈 디올은 지금도 칼리앙 마을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뒤 칼리앙에 묻혔다.

첫 향수 계보 잇는 신제품 내달 출시

그라스의 꽃은 1947년 탄생한 디올 최초의 향수인 ‘미스 디올’에 영감을 줬다. 므슈 디올은 자신이 만든 드레스만큼이나 향수도 탁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라스를 경험한 뒤 향기 없이는 자신이 창작한 드레스가 완전해지지 않는다며 향수에 대한 절박한 필요를 깨달았다고 한다. 실제로 생전에 “향수는 드레스에 더하는 마지막 터치”라는 말을 자주 했다.

‘미스 디올’은 그라스 지방의 장미와 재스민이 어우러지며, 간간이 라벤더와 오크 모스(참나무 이끼)에서 자라난 세이지(향료의 일종)향이 강조되는 시프레(샌달우드에서 채취한 향유) 향조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젊은 여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향 덕분에 당시 사교계에 데뷔하는 여성에게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1950년대를 풍미한 ‘미스 디올’ 향수는 이후 50여년을 건너뛰어 2005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스 디올 쉐리’로 돌아왔다. 디올의 퍼퓨머 크리에이터(조향사)인 그라스 출신의 프랑소와 드마쉬는 ‘미스 디올 쉐리 오 드 뚜왈렛’(2007년), ‘미스 디올 쉐리 블루밍 부케’(2008년) 등으로 향을 변주하며 남부 지방의 영감을 이어갔다.

드마쉬는 다음달 1일 출시하는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으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좀 더 풍부한, 복잡 미묘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지닌 플로럴 향의 풍성함이 미각을 자극하는 관능적인 향을 강조하고 싶었다. 프레시함과 대담함이 어우러지는 우아한 향을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클로 드 칼리앙 농장에서 재배된 메이 로즈에 과일 향을 더해 ‘먹음직스러운’ 향이 나왔다. 드마쉬는 “장미 잼을 맛 볼 때의 느낌에서 영감을 얻어 ‘깨물고 싶은 향’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의 깊게 향을 맡아보세요. 메이 로즈가 특유의 꿀 향기와 톡 쏘는 후추 향을 발산합니다. 레드 베리의 톡 쏘는 듯한 달콤함이 퍼져나가고 라즈베리와 석류, 블랙 커런트는 핑크 페퍼콘의 스파이시함으로 감각을 자극하지요. 베이스 노트의 화이트 머스크가 전체적인 향 구성을 감미롭게 감싸줍니다.”

므슈 디올이 살았던 저택 ‘샤또 드 라 콜 누와르’, 그가 아꼈던 칼리앙의 장미 농장, 그리고 두 곳에서 얻은 영감으로 탄생한 향수 ‘미스 디올’로 이어진 여정은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몽토루·그라스(프랑스)=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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