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앞둔 인사동 "한정식집 등 매물 30개"

이소아.이현택.유부혁 2016. 7. 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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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밥값 3만원 맞추기 어렵다"호텔쪽은 코스 메뉴 가짓수 단순화"골프는 9월 28일 전에 다 치자"더운 날씨 예약 넘쳐나는 기현상대학가 식당도 회식 줄어들까 걱정일각선 "경제적 손실 크지 않을 것"
(상한가는 사교·의례로 허용되는 음식·선물 금액, 피해 규모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상한가는 사교·의례로 허용되는 음식·선물 금액, 피해 규모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상한가는 사교·의례로 허용되는 음식·선물 금액, 피해 규모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매물로 나온 게 좀 있냐고요? 30개가량은 한정식 등 식당이에요.”

지난 1일 서울 인사동 근처의 N부동산. 중개인 홍모씨는 “지난 4월부터 종로구 인사동·익선동 일대 상가 매물이 늘기 시작했는데 특히 식당이 많다”고 말했다.

홍씨는 “권리금 2억원을 주고 들어온 식당이 있는데 지금은 1억원만 받겠다고 해도 매매가 안 된다”며 “경기도 나쁜 데 김영란법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을 두고 시장 동요가 심상치 않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교직원·언론인 등이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상 못 받게 규제하는 법이다. 일각에선 법이 일부 대상에게만 적용되는 까닭에 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인사동 한정식집 Y의 이모 지배인은 “꼬투리 잡힐 수 있는 식당은 애초에 가지를 않을 거고 문제가 될 만한 선물은 아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내수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의 한정식집 M의 관계자는 “죄다 수입산을 쓰지 않는 한 1인당 3만원을 어떻게 맞추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식당에 주류 배달을 온 박모씨는 “어제도 인사동 한정식집 2곳이 폐점한다고 해서 들여놨던 술을 빼왔다”고 전했다.

회식 문화가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음식점도 많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손님의 70%는 경희대 교직원과 한방병원 직원들인데 초기엔 아무래도 회식 자체를 꺼릴 것”이라며 “법 취지는 나쁘지 않은데 정말 뭘 모르는 사람들이 기준을 만들면서 법을 망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메뉴 가격을 내리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 근처 J 한식전문점 사장 김모씨처럼 법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격이고 뭐고 그대로 둘 거예요. 식당들이 가격 낮춰서 손해보다 망해 나가면 나라에서도 안 되겠다 싶어 법을 바꾸지 않겠어요?”

호텔업계는 코스 메뉴 가짓수를 단순화하고 가격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

리츠칼튼서울의 오희진 지배인은 “중식당의 평일 점심 전용메뉴로 3만9500원짜리가 있는데 이를 3만원에 맞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신라호텔 측은 “최고의 식재료와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호텔이 무작정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며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농가는 김영란법으로 가장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곳이다. 농협에 따르면 국내 주요 농축산물의 40%가 명절에 집중 판매되고 과일은 50%, 인삼은 70%, 한우는 98% 이상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농협은 2012~2014년 한우의 명절 매출 증가분은 8300억원이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절반인 415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이모씨는 “자유무역협정(FTA) 하면서 품질 고급화해 수입육과 경쟁하라더니 이제 5만원 이상은 선물도 하지 말라고 한다”며 “송아지 한 마리가 태어나 팔 때(최소 30개월)까지 사육비만 평균 700만원이 드는데 도저히 수지가 안 맞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택배·포장비가 1만원이니 5만원에 맞추려면 등심 500g(약 4만원)씩 여러 번 선물하도록 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고 말했다.화훼농가는 이미 김영란법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의 박승동 경매실장은 “30년 경매 인생 중 올해가 꽃 가격이 가장 나쁘다. 동양난은 아무리 싸게 해도 생산원가· 분갈이·리본·운송까지 4만7000원이 원가”라며 “18개월~2년을 키워 3000원 남기고 팔면 다 망한다”고 했다.

인삼업계는 김영란법으로 선물세트 소비가 줄면 연간 4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기도 김포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정모씨는 “홍삼을 사용한 고급제품은 재배하는 데 5~6년이 걸린다”며 “우리끼리 모이면 3년 정도면 기르는 가격 낮은 삼계탕용 삼으로 업종을 바꾸든지 아예 인삼 밭을 엎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백화점들도 걱정이 많다. 가공품을 제외하곤 90% 이상이 제한선인 5만원이 넘기 때문이다.롯데백화점은 ‘단체 구매’를 검토 중이다. 백화점 납품 협력업체들이 공동으로 단일한 도매상을 통해 공동구매 형태로 단가를 내리는 방식이다. 선물세트 크기를 줄여 5만원 한도를 맞추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그러나 또 다른 백화점의 바이어는 “추석(김영란법 시행 이전) 이후부턴 사실상 대안이 없다. 농가 등 생산자들과 협의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명절 선물 정서란 것도 있고, 무작정 단가를 낮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영란법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골프장은 ‘9월 28일 전에 다 치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예약이 넘쳐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주말 기준으로 그린피·캐디피·카트비·식사비 등을 합쳐 1인당 50만원, 퍼블릭 골프장은 1인당 25만원 정도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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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A 골프장 관계자는 “김영란법 전에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예년보다 내장객이 20%가량 늘었다. 지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의 B 골프장 관계자는 “앞으로 동반 3인까지 회원 자격이 인정돼 접대 흔적을 지울 수 있는 프리미엄 회원권 골프장 등이 잘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결국 골프장 매출이 급감하면 회원권 값이나 이용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는 측면에서 김영란법이 장기적으론 사회의 청렴도를 높일 것”이라며 “다만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이현택·유부혁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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