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미순·개그맨 표인봉, 악보 없이도 함께 연주하는 사이.. 느낌 아니까

조경이 기자 2016. 7. 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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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미순양과 개그맨 표인봉이 다정하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시각장애인 김미순(16)양은 미숙아망막증 때문에 태어난 후 한번도 세상을 본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청소년심리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어둠 속에 갇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양에게 특별한 세상을 열어준 사람이 있다. 개그맨 표인봉(49·디렉션선교회 대표)씨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선교단원들과 함께 김양이 살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 시각장애인 재활시설 ‘광명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그가 행사를 마치고 가방을 가지러 불이 꺼진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라디오가 켜진 줄 알고 불을 켰는데 김양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표씨는 자신도 모르게 기타를 다시 꺼내들고 같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뒤 이어 디렉션선교회 단원들이 함께 했다. 두 사람의 연주 소리에 선생님들과 시각장애 아동들도 모여들었다. 즉흥 콘서트가 시작됐다.

최근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표인봉씨와 김미순양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즐겁게 이야기 했다. “피아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연주를 너무 잘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기타를 다시 꺼내들었어요. 그리고 같이 연주하자고 했죠. ‘주 은혜임을’의 코드를 말해줬는데 미순이는 코드만 듣고 연주를 시작하더군요.”

김양은 “피아노만 혼자 쳐서 기타랑 맞춰보고 싶었다”며 “함께 연주해서 좋았다”고 수줍게 말했다.

표씨는 “미순이가 창의적으로 편곡을 하면서 연주했다”며 “그건 타고난 영감으로 가능한 것인데, 미순이가 자유자재로 편곡해 너무 놀랐다”고 했다.

김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플루트와 피콜로 등의 악기도 다룬다. 시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인천혜광학교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김양은 “피아노를 처음 배웠을 때 엄청 재밌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김양의 재능을 알아본 표씨는 디렉션선교회 주최의 자선콘서트에 연주자로 초청했다. 지난 5월 14일 김양은 김용만 김재은 표인봉 지하트 등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김양은 “표인봉 선생님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늘 도움을 받으니까. 나도 뭘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좋은 일에 저도 함께 한다니까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표씨는 “미순이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샹젤리제’ 등의 곡도 잘 연주하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등 찬송가 연주도 잘 한다”고 말했다.

“미순이가 찬송가를 연주할 때는 특별함이 있어요. 너무 은혜로워서 온 몸이 쩌릿쩌릿한 느낌이에요. 본인만의 특유의 그루브를 타면서 연주해요.”

김양은 인천 부평구 행복한장로교회(고성선 담임목사)에서 2년째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김양은 “설교말씀 듣고 찬양곡을 연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며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도하고 나면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양의 꿈은 작곡가다. 대학에서 기독교음악을 공부하고 싶다. 특히 CCM을 작곡하고 싶다. “그 곡을 통해 저 같은 가족을 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어요.” 김양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장애인 영유아시설 ‘동심원’을 거쳐 여섯 살 때부터 광명원에서 자랐다.

표인봉씨는 “미순이가 작곡가로 잘 성장해서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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