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냉·온탕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망친다
며칠 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강남재건축을 겨냥한 ‘스마트폭탄’이란 얘기도 나온다. 전체 주택시장이 침체되지 않도록 하면서 강남재건축을 진정시키는 조치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뒤늦은 대응이란 비판을 면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실수요자 중심의 중도금 대출시장 정착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인당 보증 한도 도입과 1인당 보증 이용건수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제시됐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HUG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당시 주택업계는 중도금 등 집단대출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대출 규제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보증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밝혔다면 지금의 과열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번 보증 규제로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열기가 일시적으로 꺾일 수는 있겠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은 기준금리가 1.25%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다. 강남권에서 재건축이 이뤄져도 대부분이 기존 조합원 물량이고 시장에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적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국회가 2017년 말까지 유예키로 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2018년부터 다시 시행되느냐에 쏠린다. 결정권은 여소야대 국회에 있다. 환수제가 부활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보증 제한과 달리 초과 이익을 직접 환수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이다.
주택은 보통 상품과는 다르다. 짓는 데 2~3년이 걸리고 정책이 효과를 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이유로 규제를 계속 풀다 보면 최근과 같은 과열 양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약발이 안 먹힌다고 규제를 계속하면 시장이 급속히 침체할 수도 있다. 눈치보기식 냉·온탕 대책의 한계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어정쩡한 상태로 놔두면서 불확실성만 키웠다.
이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정책을 짤 때다. 선분양제와 달리 완공 직전에 분양하는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도 논의해 볼 만하다. 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도 필수다. 이번엔 보증만 제한했을 뿐 중도금 대출 자체를 규제한 것은 아니다. 중도금 대출 역시 나중에 담보대출로 바뀌는 만큼 대출 규제의 예외 대상으로 둘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분양된 주택만으로도 2017년 이후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기획재정부·금융위·국토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 원 배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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