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는 형제자매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위헌"

이경원 기자 2016. 6. 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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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가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각종 증명서에 담기는 개인정보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며, 오늘날의 가족관계에서는 가족원 모두가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헌재는 A씨가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은 가족관계등록법상 증명서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들로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를 명시하고 있다. 이중 형제자매까지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상 증명서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번호뿐 아니라 이혼, 파양, 성전환 등 민감정보가 기재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면 명의도용,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으며, 민감정보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격을 침해된다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증명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가능한 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같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유대나 신뢰의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언제나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상속문제 등 대립되는 이해관계에 놓이며 서로 반목하기도 한다”며 “형제자매 사이의 유대와 신뢰는 경우에 따라 부부관계나 부모·자녀 사이에 비해 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부·이복 형제자매의 경우 가족으로서의 의식이 덜하거나 적대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한철 이진성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폈다. 이들 재판관은 “형제자매가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자 하는 경우 필요한 이유를 밝히도록 하는 등 무분별한 발급을 방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본인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경우, 의식불명이거나 질병 또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때로는 연로한 부모나 미성년인 자녀들보다 형제자매가 사회·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소수의견에 머물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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