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대표 물러나면 내각제 개헌 추진에 전력투구할 것"
김종인(76)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대표에서 물러나면 즉각 내각제 개헌추진에 전력투구할 것” 란 정치 플랜을 밝혔다. 김 대표는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있고, 나름의 활동 반경과 영역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의 틀을 다시 짜는 개헌의 올바른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차기 당 대표를 불편하게 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당의 특별기구 등은 맡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론에 대해 “대통령 준비를 해본 적이 없는 직업 외교관으로, 그의 출마는 과욕으로 보인다”고 폄하했다. 최근 김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만나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안 지사를 차기 대통령 감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권의 남경필, 원희룡 지사 등과 맞서는 대선 후보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보수혁신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독일 기민당이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상시적 체제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유 의원의 보수혁신론을 ‘당연하고도 올바른 길’이라 평가했다. 인터뷰는 국회 본관 더민주 대표실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는 인터뷰 시간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독일식 연정과 사회적 시장경제, 그 모델을 참고한 개헌 방향 등을 소상하게 언급했다. 김 대표의 독일 관련 인터뷰 전문은 7월 17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8월호에 게재된다.
Q : 브렉시트가 현실이 됐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A : “실질적인 타격보다 심리적인 효과에서 비롯된 동요가 우려된다. 영국 경제 규모가 EU에서 두 번째이기 때문에 커다란 충격을 예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행되기까진 2년의 기간이 남아 있어 대비할 여유가 있다. 오래 지속될 충격으로 보진 않는다. 정부나 언론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Q : 브렉시트가 성립된 배경을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나.
A : “영국인의 자존심이 발동된 결과지만 궁극적으로는 영국인에게 손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국 사람들은 (유럽)대륙의 규정에 맞춰 자신들의 자주성을 포기할 순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U의 구성원이 되면서 외국인 노동자와 피란민이 유입됐는데, 이런 현상을 영국의 정체성 위기로 판단한 것 같다.”
Q : 대표 임기가 두 달 정도 남았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더 바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A : “지금보다 많은 자유를 구가하려 한다.(웃음)”
Q :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한 당 차원의 특별한 조직이나 기구를 이끌 것이란 말도 있었다.
A : “그런 것을 내가 하게 되면 차기 지도부가 불편해 할 것이다. 나는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있고, 나름의 활동 반경과 영역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Q : 그런 영역과 반경 속에서 내년 대선 전까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A : “지금은 국가의 틀을 다시 생각할 때다. 개헌을 추진하는 일에 전력을 다 할 생각이다.”
Q : 전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국가 모델과 경제체제가 개헌의 방향성에 참고가 되는 것인가.
A : “독일은 국회의원 수의 절반은 비례대표, 절반은 지역구에서 나온다. 어느 정당이나 5% 이상만 차지하면 25석의 의석을 갖게 되어 있다. 한당이 절대적인 의석을 가질 수 없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단독 정부가 성립된 적이 없다. 항상 연정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협치의 정치 체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건국 이래 줄곧 대통령제를 해왔지만 국민이 목도한 것은 역대 제왕적 대통령들 뿐이다. 미국 빼고는 대통령제를 성공적으로 하는 나라가 없다. 대통령제의 맹점은 별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패거리만 잘 거느리면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계속 대통령이 되면서 국가 발전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
Q : 내각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A : “내각제 하 총리는 능력이 없으면 바로 탄로가 난다. 정치 역량과 전문 지식이 없으면 자리를 지탱할 수 없다. 능력 있는 사람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Q : 국민 뇌리에 오래 각인된 내각제의 불안정성 때문에 좀 어려운 것 아닌가.
A : “우리나라엔 별 능력이 없으면서 대통령을 꿈 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각제 개헌은 죽어도 안 된다고 한다. 과거 프랑스의 내각제, 지금 일본의 내각제, 또 우리 장면 총리 시절의 내각제를 보며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독일은 (불안정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취임 후 2년 내에는 총리를 불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순수 내각제의 불안정성은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있다.”
Q : 정치권에서 독일식 국가모델 연구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A : “독일 정치 시스템과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 본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모르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독일 정치와 경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Q : 최근 개헌론을 적극 개진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 적합 시기를 20대 국회 초반으로 제안했다. 과연 언제가 적기인가.
A : “20대 국회 초반에 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바뀐 헌법 하에 치르면 물론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 임기를 단축해야 하는데 의원들이 찬성할 리 없다. 20대 국회 말에 가서 하면 국회의원 임기는 보장되지만 내년에 당선된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둬야 한다. 300명이 결심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의 결심이 더 쉽지 않을까? 그의 애국적 결단이 서면 가능한 일이다.”
Q : 최근 문재인 전 대표와 연락한 적 있나.
A : “전혀 없다.”
Q : 문 전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변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A : “지금의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내년 초쯤 혜성과 같은 후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말이다.”
Q : 대선에서 야당의 유력 후보를 돕고 집권 후 경제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문재인-김종인 ‘협치정권’ 같은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A : “대통령이 된 후 경제정책의 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긴 어렵다. 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Q : 지난 21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아주 강한 톤으로 역설했다. 만일 다음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만한 후보가 잘 안보일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A : “안 보이면 뭘 어떻게 하나. 그냥 구경만 할 수밖에.(웃음)”
Q : 반기문 총장이 내년 여권의 후보로 출마할 수 있을까? 국가 리더로서의 반기문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반 총장 욕심이 좀 과하지 않나? 대통령이 될 사람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여러 가지 상황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이 철저해야 한다. 10년이나 해외에 체류 중인 반 총장은 기껏 언론을 통해서만 대한민국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내년 대선에 나설 사람은 최소한 금년 말까지 자기 머릿속에 국정운영의 구상이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 본인의 의욕은 대단해 보이는데,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본다. 반 총장은 본질상 직업외교관이다. 과거 한번이라도 대통령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보인다. 내가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다.”
Q : 최근 더민주의 대권 예비 후보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만나서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A : “내 생각은 얘기하지 않고 주로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Q :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뿌리의 정치인이면서 그에게 도전하는 모습이 당차다. 그를 대통령 감으로 보나?
A : “지금 새누리당도 마땅한 후보가 없으니까 남경필, 원희룡 지사 같은 50대 인사들이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들과 대적하기에 알맞은 사람이 안희정 지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자신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젊다고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Q : 더민주의 차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은가.
A : “어떤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 이전에 누가 당대표를 하고 싶어 하는가를 봐야 하는데, 현재로는 송영길, 추미애 의원 두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누가 되든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
Q :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정치인이 새누리당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의 자질과 능력, 그의 지론인 보수혁신론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17대 의원 시절에 재경위에서 2년 정도 같이 일 하면서 유 의원을 자주 봤다. 그 이후로는 별로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가 한다는 것은 건방진 일인 것 같다. 다만 최근 유 의원이 작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했던 문제의 연설문을 꼼꼼히 읽어봤다. 그 내용을 보면 다 정상적인 얘기다. 보수가 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보수가 변하지 않으면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을뿐더러 종국에는 체제의 존립도 위험해진다. 독일 기민당(CDU)은 보수 정당임에도 변화를 주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을 통해 사민당 정책의 상당부분을 수용해 사민당의 존재가치마저 무력화시켰다. 보수가 변해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승민 의원이 지향하는 바는 올바른 길이다.”
Q : 이번 총선을 통해서 ‘3당+1’ 구조가 형성됐다. 이 구조가 내년 대선 때까지 유지될까.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전망한다면?
A : “내년 대선까지 이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지금 국민의당이 흔들리는 것이 변수다. 대통령 후보 단일화 움직임은 여야 모두에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안철수 대표가 여권의 대선 후보들과 단일화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Q : 손학규 전 고문은 더민주에 들어와 기존의 후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A : “더민주의 대선 후보 가능성? 그건 잘 모르겠다. 일단 여기 들어와 시도를 한다면 내가 할 말이 있지만 아직은 뭐라 할 수 없다.”
Q : 그에게 더민주 합류를 권유하는 입장인가?
A : “누구에게라도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할 수 없다. 지금은 특정인에게 관심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Q : 최근 정운호 사건을 계기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놨는데.
A : “그런 기관 하나 만든다고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나.”
Q :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유효한가.
A :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권력기관의 부패는 역대 대통령이 그 기관에 너무도 많은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Q : 이번 국회 대표 연설에서 “의회 본분은 거대 경제세력 견제하는 것”이라 말했다. 재벌 총수들이 상당한 불편함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은데.
A : “정반대다. 그들이 편안하게 기업을 운영하라는 취지로 내가 얘기 한 것이다. 롯데 같은 경우만 봐도 그렇다. 평상시에 정상적으로 기업운영 했으면 저런 곤경에 빠질 리가 있겠나.”
Q : 이번에 제기한 상법개정 구상을 야당 발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A : “재벌개혁은 무슨 재벌개혁. 상법이라는 건 늘 시대 변화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다. 사회 전체를 조화롭게 유지하려면 바꿀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오너 한사람의 명령으로 기업을 운영하다 결국 지금 롯데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Q :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롯데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A : “제2롯데월드가 그 상징이다. 기업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정부를 압박하고 움직인 전형적인 케이스다. 신격호란 사람의 평생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 중요한 군사시설의 제원을 변경한다는 게 말이 되나. 명분은 투자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과연 투자가 활성화됐나. 특권적 행태를 이제 그만 하라는 것이다.”
Q : 정치인이 갖는 소위 ‘권력의지’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A :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면, 그런 권력 의지는 선한 것이다.”
Q : 역대 대통령의 권력의지는 제대로 행사되었을까.
A : “지난 시대를 돌아보면 ‘저 사람은 왜 대통령을 하려고 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Q : 누가, 어떤 면에서?
A : “아무리 살펴봐도 제대로 된 업적이 드러나지 않으니까. 예를 들어 우리가 양극화를 얘기한지가 몇 년이 되었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그 막강한 권력을 양손에 쥐고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어떤 제도도 만들어 도입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대통령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만난 사람=한기홍·김포그니 기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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