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두근두근 인터뷰] '차세대 안철수' 정인모 아이엠컴퍼니 대표

2016. 6. 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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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스쿨 TV CF에 출연한 소유진. [사진=아이엠스쿨 광고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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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80등, 수포자.학교 알림장을 모바일로 서비스하는 기업 ‘아이엠컴퍼니(Iamcompany)’ 정인모(25) 대표의 고교 시절 실화다. 수재형 용모지만 정 대표 자신은 노력형이라고 강조한다. 벤처 업계의 일약 스타가 돼 차세대 안철수로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학창 시절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고 털어 놨다. 약관의 나이로 국내 최대 교육 앱 ‘아이엠스쿨(Iamschool)’을 만든 정 대표를 만나 창업과 진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모바일 알림장이 뭔가.
“학교에서 나눠 주는 각종 가정통신문과 급식 안내장, 학급 알림장 등을 학부모나 학생의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한다. 유치원, 학원 등의 출결 체크도 가능하다. 수신 확인과 설문조사를 할 수 있어 교사들의 업무를 덜 수 있다. 한 해 종이 인쇄와 문자 발송 비용을 많게는 연간 400~500만 원 절약한 학교가 있다."-학부모에겐 어떤 도움이 되나.
"학부모는 이런 학교 소식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아이엠스쿨이 추천하거나 구독자가 직접 원하는 콘텐트를 선택할 수 있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1만 1500개)가 사용 중이며 가입자가 130만 명을 넘어섰다. 네이버 밴드와 제휴를 맺어 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는 SNS 기능도 보완됐다.”
-창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나.
“KAIST(한국과학기술원) 미담장학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하다 학교 소식이 가정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걸 봤다. 굳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 행사나 공지사항을 보는 학부모도 별로 없었다.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은 스마트폰을 늘 보니까 알림장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KAIST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대전시의 대학창업 프로젝트에 선정돼 1300만 원의 지원금을 타 결국 이듬해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 내가 원래 일 벌리는 걸 좋아한다.”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인데 엊그제 수능을 본 앳된 신입생 같다.
“산업디자인학과 09학번으로 졸업까지 1년 남았다. 군대도 안 갔다.(웃음) 홍보하러 학교에 찾아가면 나이가 어려서 놀라기도 하고 가끔 낮춰 보는 느낌도 있지만 대체로 좋아하신다.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말에 바로 강연 요청을 하기도 한다.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분명 단점이다. 혹여 망해도 돌아갈 학교가 있다는 게 대학생 창업의 유일한 메리트가 아닐까?”
-학교를 방문해 알림장 앱을 소개하고 다녔나?
“자금이 좀 생겨 마케팅이란 걸 해 보니 역시 학교를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더라. 선생님들을 먼저 만족시키고 그 다음 학부모들에게 혜택을 줘서 그걸 기반(플랫폼)으로 이벤트와 광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알림장 서비스 자체는 무료이기 때문에 수익모델이 따로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캠프나 학원, 온라인 교육 등 교육 상품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할 계획인데, 사용자들이 꾸준히 교육 콘텐트를 접하면서 현명하게 교육 상품을 고르도록 하는 거다."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모델인가.
"우리 교육 시장이 너무 공급자 위주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걸 주기보다는 그저 협박해서, 불안감을 조성해 교육 서비스를 사게 한다. 입시 뉴스와 지역 프로그램 등 교육 정보가 널린 것 같지만 또 정작 원하는 건 알 길이 없다. 70~80%의 학부모가 사교육 정보를 주변 지인한테 물어 본다고 하지 않나. 맘까페 같은 것도 이미 학원들이 장악해 객관적이지 않다. 아이엠스쿨의 목표는 교육 정보를 통합해 궁극적으론 개인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자녀가 초·중·고 어디를 다니는지, 어느 지역의 학교인지 알 수 있는데 이것도 엄청난 거지만 향후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최근 소유진을 모델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함인가.
“그냥 ‘브랜딩’ 개념이다. CJ에서 투자 형태로 광고 제작을 지원했다. 소유진 모델비만 우리가 댔다. 사실 교육청에서 외주로 만든 대부분의 앱은 경쟁 상대가 안 된다. 예전에 우리가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한 걸 그쪽에서 무단으로 베껴 일선 학교에 쓰라고 한 적도 있다. (정 대표가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를 알려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는 기사가 2013년 4월에 났다.) 민간에서 무료 서비스가 되는 걸 예산을 써서 유사 앱을 만드는 학교가 아직도 있다.”
-타이완에서도 아이엠스쿨을 많이 쓴다는데.
“중화권은 웹시대 없이 바로 앱시대로 넘어갔다. 타이완은 전 세계 모바일 앱 사용 5위다. 교육열도 우리랑 비슷하고. 그런데 타이완은 우리처럼 학교 홈페이지 제작 등 교육에 쓰는 IT 예산이 넉넉지 않아 교사가 직접 사이트를 만들고 코딩도 하는 실정이라 아이엠스쿨에 큰 매력을 느끼더라.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타이페이 학생 절반이 가입하는 등 6개월 만에 430여 학교로 늘었다. 타이완대 학생들을 채용해 교육 특성을 잘 파악하는 등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강연에선 주로 어떤 얘기를 하는가.
“진로와 직업에 대한 내용이 많다. 나는 청중들에게 의사, 변호사, 판사가 왜 좋은지 되묻곤 한다. 공부를 잘하는 건 매우 좋은 답이다. 하지만 그게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지 않나. 공부를 못해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걸 사실 부모 세대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면 한국 사회에서 더 빨리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걸."
-공부 말고 대안을 제시하는지.
"스티브 잡스가 휴렛팩커드에 찾아가 취직시켜 달라고 들이댄 일화를 들려주면서 ‘겁먹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창업 관련 강연을 수천 명 앞에서 하고 이메일로 질문하라고 해도 한 명 빼고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귀찮고 두려워서겠지. 또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더 이상 정보 습득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융합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훈련하는 데는 독서가 가장 좋다고 본다. 나도 책을 많이 읽었는데 확실히 이과보다는 문과 성향이었다.”
-카이스트 공대생이 문과 성향이라니 뜻밖이다.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학이 도무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전교 300명 중 150~180등에 머물렀다. 일산 백석고가 일반고라도 상위권 학생이 많아 내신 따기가 무척 힘들었던 것도 이유다. ‘일반고니까, 나는 특목고 준비한 사람이니까 안 해도 나오겠지’ 이런 맘으로 게을리했던 거다.”
-특목고에는 떨어진 건가.
“중학교 때 공부하기 싫어서 2년 동안 학원도 안 다니고 그냥 놀았다. 막판에 학원 보내 달라 해서 공부하기도 했는데 결국 낙방했다. 특별히 반항을 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모범생 스타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갈피를 못 잡았다. 특목고 가면 다 되는 줄 알고…. 이게 달성이 안 되니까 동기가 없었다. 그래도 나 스스로 승부욕과 자존감은 높은 편인 것 같다. 그 상황이 대단히 맘에 안 들었다.” -그럼 수학 성적을 어떻게 끌어 올렸나.
“고1 2학기 때 친구가 추천해 준 학원 선생님이 ‘머리를 믿지 말고 손으로 풀라’고 말씀해 주셨다. ‘네가 멍청해서 원리를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많이 안 풀어서 그렇다’고 따끔하게 공부 습관을 지적해 주셨다. 시험은 스킬 테스트지 머리 테스트 아니라면서. 결국 트레이닝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선생님은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부터 풀게 했다. 처음에 난 ‘이걸 왜 풀지?’ 하며 의구심을 품었다. 웬 걸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문제도 어려운 게 있었다. 이후 미친 듯이 문제집을 풀었다. 고교 수학 문제집을 3권 들고 틀린 거 위주로 다시 풀었다. 그 중 한권은 8번이나 푼 것 같다. 성적 비법은 없다. ‘개고생’하는 수밖에. 다른 탐구 과목도 이런 식으로 성적을 올렸다. 물론 국어나 영어에 시간을 덜 써서 가능했던 것도 같다.”
-수학 성적을 올린 뒤 전망이 나은 이과 쪽으로 진로를 잡은 건가.
“고등학교에 와서 솔직히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특목고 가는 게 인생의 꿈이었으니까.(웃음) 직업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했다. 창업을 생각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런 개념을 생각해야 되는지조차 몰랐다. 진로를 고민한 건 대학교 2~3학년 때였다. 문과 성향이었지만 산업 디자인을 하고 싶어 카이스트에 온 거다. 심미적인 걸 좋아했다. 그런데 운동도 좋아했다. 그래서 고3 때도 매일 맘을 바꾸었다. 어른들은 ‘의사 돼라’고 했지만 나는 미대를 갈까, 체대를 갈까 저울질하고 있었다.”
-입학사정관들이 싫어하는 유형 아닌가?(웃음)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할 거다. 수능으로 대학을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카이스트 친구들은 내가 체대생인 줄 안다. 하도 캠퍼스에서 운동을 하고 있어서. 축구 동아리에 두 개나 들었다. 카이스트에 와 보니 천재형만 있는 게 아니라 노력형도 많더라. 물론 순수과학 쪽은 천재들이 잘하지만 사업이나 응용 분야에선 꼭 천재일 필요는 없다. 문·이과 구분 없이 수리 능력과 언어 능력 융합이 필요하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능력, 커뮤니케이션하는 일머리가 있어야 한다. 난 일머리가 좋은 편인 듯하다.”
-창업할 때 집에서 도움이 있었나.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회사를 차리면 배경이 좋겠지 하는데, 부모님이 자취방 월세를 내 주시긴 했지만 사업은 내가 기술보증 5000만원 대출을 받아서 시작했다. 아직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지원도 받고 투자도 받았지만 아직은 계속 투자 단계라 적자가 기본이다. 내 월급도 많지 않다.(웃음) 지금 생각하면 노답인데 저질렀던 거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아이엠컴퍼니는 창업 초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티머시 드레이퍼(Timothy Draper)를 포함한 국내외 벤처캐피탈 3곳으로부터 10억 원을 유치해 주목을 받았다. 드레이퍼는 핫메일, 스카이프, 바이두 등을 발굴했으며 교육에 관심이 많아 캘리포니아에 드레이퍼 대학을 세운 인물.

지난해 10월 LB인베스트먼트로부터 25억 원을 투자받아 성장성을 입증한 아이엠스쿨 앱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250만, 월간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 100만, 일간 사용자 5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모바일앱어워드 대상(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 4월엔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전했다. 카이스트 재학생을 포함한 직원이 40여 명이다. 교복을 입고 찍은 직원들의 홈페이지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정답 없는 교육, 정답 없는 사회를 위하여’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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