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BUSINESS]'다육식물'로 이색 재테크·소자본창업..'방울복랑금' 2년 키워 1000만원에 팔아요

나건웅 2016. 6. 13. 1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경기 시흥에 사는 전업주부 김채연 씨는 요즘 후회가 막심하다. ‘왜 그때 더 많이 사지 않았을까’ 하는 행복한 후회다. 2년 전 총 300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한 다육식물(잠깐용어 참조) ‘방울복랑금’ 8개가 최근 50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금덩이’가 됐기 때문이다. 8개였던 방울복랑금은 번식을 통해 16개로 늘었고, 그중에서도 성장 상태가 좋은 4개는 개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대품(大品)’으로 자랐다. 김 씨는 “다육식물은 오래될수록 예뻐지고 값도 오른다. 집에서도 손쉽게 키울 수 있어 주부에게 딱 맞는 재테크”라며 미소 지었다.

# 경기 안산 교외에 자리 잡은 다육식물 전문 재배 비닐하우스 ‘소금과다육’. 하우스 한편에 유달리 다양한 품종의 다육이가 들어서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분도 각양각색으로 검은색 재배용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다른 것들과 다르다. 박인형 소금과다육 사장은 “여긴 ‘마니아 동’이다. 일반 고객이 돈을 내고 비닐하우스 한편을 빌려 이곳에서 다육이를 키운다”고 답했다. 소금과다육에서 만난 다육이 재배 경력 10년 차 이경숙 씨도 그들 중 한 명. “3년 전부터 다육이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곳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베란다는 좁고 일조량과 통풍이 부족해 다육이에게 최적의 환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육식물 전문 재배 하우스에 다육이를 보관하면 관리가 편하다.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생활로 여겨지던 다육식물이 재테크 영역으로 올라섰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육식물을 분양받아 기르고 번식시킨 후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특히 전업주부나 투잡 직장인 사이에서 그 인기가 뜨겁다. 키우는 방법이 간단하고 잘 죽지 않아 집안일이나 회사일과 병행해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 서울 아파트에서 7년째 다육식물을 키우고 있는 이지연 씨는 “그야말로 앉아서 돈 버는 기분이다. 파는 시기와 품종에 따라 달라지지만 월평균 150만원 정도 벌고 있다”며 자랑했다.

다육식물 재테크는 지난 5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6 서울머니쇼’에서 이색 재테크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행사장 한편에 별도로 마련된 부스엔 ‘방울복랑금’ ‘아이보리금’ ‘골든글로’ 등 약 50여종의 다육이들이 자태를 뽐냈다. 일일 방문객이 10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행사를 주관한 다음 다육식물 카페 ‘꽃신’의 박나원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데다 미관상으로도 뛰어나 주부들이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로는 넓은 편이다. ‘심폴’ ‘엑스플랜트’ 같은 다육식물 거래 전문 사이트에 상품을 등록하면 쉽게 사고팔 수 있다. 단, 거래액에 따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육식물 전문 카페나 SNS상에서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국내 카페 중에선 ‘꽃신’이 널리 알려져 있다.

■ 강한 생존력이 장점

▶ 오래 묵을수록 ‘귀한 몸’

왜 다육이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번식이 쉽다. 다육이는 잎만 ‘똑’ 떼서 화분에 아무렇게나 꽂아놔도 자라날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이렇게 잎을 떼서 번식시키는 방식을 ‘잎꽂이’라고 부른다. 잎 10개짜리 다육이를 키운다면, 당장 잎꽂이 10번이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 10개는 각자 새로운 잎을 틔우고 다시 잎꽂이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성장이 빠른 건 3개월이면 성체가 되기도 한다.

모든 다육이를 잎꽂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장점이 잎에 있지 않고 줄기에 있는 경우다. 이런 품종은 ‘적심’을 통해 번식시켜야 한다. 잎이 매달린 줄기째로 잘라내 화분에 심는다. 꽃꽂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단, 적심이 필요한 품종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종자를 늘릴 수 없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강한 생존력도 장점이다. 다육이 대부분의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의 사막. 극한의 환경에서 자라온 터라 잘 죽지 않는다. 햇빛이 많고 통풍이 잘되는 환경이면 충분하다. 물을 많이 줄 필요도 없다. 잎과 줄기에 물을 머금고 있어 자체적으로 수분 공급이 가능하다. 물은 보통 15일에 한 번이면 족하고 1달 동안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래된 다육이일수록 값이 오르는 특성상, 굳이 번식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만 해도 이윤을 쏠쏠히 남길 수 있다.

가격이 비싼 다육이는 개당 1000만원을 호가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방울복랑금’ ‘후레뉴’.

다육이 재테크가 최근 들어 조명받는 이유는 또 있다. 해외, 특히 중국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서다.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1500달러에 불과했던 다육식물 수출액이 지난해엔 185만달러까지 늘었다. 이 중 중국 수출액이 140만달러 수준으로 전체 약 75%를 차지한다.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인 개인이 구매하는 다육식물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박인형 사장은 “중국인들이 1주일에도 수십 차례 찾아와 다육식물을 사간다. 통역사까지 대동해 방문할 정도로 구매 의욕이 넘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깔인 붉은색, 황금색이 들어간 다육이가 특히 인기다.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씩 사갈 때도 많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 다육식물 재테크 어떻게?

▶가격 변동 심해 원금 손실 위험도

다육 재테크 수익률은 일반화하기 어렵다. 저렴한 건 2000원에서부터 비싼 건 100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품종별 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 같은 품종이라도 잎의 색깔이나 크기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등 정해진 시세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보통 다육이를 종류별로 200개 정도 키우면 월평균 100만~150만원 정도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육 재테크는 흔히 주식 투자에 비유된다. 엄청난 수익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 변동이 워낙 커서 원금 손실의 위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창’ 류다. 몇 년 전만해도 5만~6만원에서 거래되던 창이 최근엔 같은 사이즈 기준 2000원대로 가격이 떨어졌다. 또 키우던 다육이가 죽기라도 하면 투자금을 모조리 날릴 수도 있다.

고수들은 일단 키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양육하는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직접 몸으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재테크를 위해 키울 경우 가격이 저렴한 다육이로 첫발을 떼는 게 좋다. 시중엔 2000~3000원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저가 다육이도 많다. ‘라울’ ‘멘도사’ ‘노마’ ‘레티지아’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워낙 번식력이 좋아 박리다매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육식물 재배 하우스에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 가정집보다 햇빛과 통풍 등 생육 환경이 좋고 하우스에 들른 손님들에게 보관 중인 다육이를 판매할 기회도 생겨 일석이조다. 경기 시흥, 안산, 군포 등지에 다육식물 재배 하우스가 꽤 있다. 1평 남짓한 진열대 하나를 임대하는 데 보통 월 6만원 정도의 보관료를 낸다. 진열대 2개를 임대 중인 이경숙 씨는 “2~3주에 한 번씩 찾아와 물만 주면 된다. 집에서보다 다육이 색깔도 더 예쁘게 들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보관료는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품종이 인기가 있는지도 예의 주시하자. 향후 인기가 높아질 품종을 미리 키우기 시작하면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엔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품종이 대세다. ‘미인’류처럼 잎이 동글동글한 품종과 ‘금’류가 대표적이다. 희귀 품종인 이들은 기본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돼 있다. 앞에 말한 ‘방울복랑금’을 비롯해 ‘홍미인’ ‘아메치스’ ‘후레뉴’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행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닌 만큼, 늘 트렌드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잠깐용어*다육식물 말 그대로 ‘많은(多) 육즙(肉)’을 가진 식물을 총칭. 잎이나 줄기 중 어느 한 곳이 ‘통통’하다 싶으면 다육식물로 봐도 무방하다. 선인장, 알로에부터 봄철 인기 반찬인 돌나물도 다육식물에 속한다. 일반적으론 화분에 키워 관상용으로 쓰는 품종을 일컫는다. 마니아들이 애정을 담아 부르던 ‘다육이’란 애칭이 지금은 널리 통용된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김성중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61호 (2016.06.08~06.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