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금수저의 투정? <엄마가 뭐길래>의 한계
[오마이뉴스우동균 기자]
TV조선의 <엄마가 뭐길래>는 엄마와 사춘기 자녀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현재는 약간 시들해졌지만 한 때 육아 예능의 흥행 바람을 타고 시작된 '가족 예능'의 형태가 변주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는 사춘기 소년·소녀들로, 아빠는 엄마로 변형되어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안정환의 부인 이혜원, 최민수의 부인 강주은, 그리고 코미디언 조혜련과 그의 아이들이 출연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다. 그 전략은 제대로 통했을까.
일단 시청률은 1%대 후반에서 2%대 정도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5월 5일 방영된 26회 만큼은 4%를 넘기며 케이블 종편 프로그램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반응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다.
▲ <엄마를 부탁해>의 최민수-강주은 가족 |
ⓒ tv 조선 |
강주은 가족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거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들이 현재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쉽사리 이해하기는 힘들다. 본래 국적이 캐나다인 엄마와는 의사소통이 되지만 아빠인 최민수와는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 가족 - 그야말로 가족간의 대화의 단절을 언어의 장벽으로 공고하게 만들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자랐음에도 한국말을 잘 못하는 상황에 대해 평범한 한국인들이 공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6월 2일 방영된 <엄마가 뭐길래> 속에서도 오토바이 면허를 따고 여름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졌지만, 그런 일상들의 풍경은 단순히 부잣집 도련님의 투정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그들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공감하고 재미를 찾는 것이 가능할까? 캐릭터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예능적인 캐릭터를 발견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되기는 힘들다.
이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혜원의 경우는 특별히 교육방법이나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야기 자체가 지나치게 평이하다. 남편인 안정환은 예능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이혜원이 예능감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야말로 '부잣집 아이들'이 잘 크는 이야기일 뿐이다. 아이들의 캐릭터나 엄마의 캐릭터가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 평범함 속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캐릭터도 웃음도 만들어 내지 못한 예능, 과연 방송될 가치 있나 |
ⓒ tv 조선 |
한쪽에서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19살 스크린 도어 수리공이 짧은 생을 사고로 마감하는 현실 속에서 아무 웃음이나 의미도 없는 '금수저'들의 투정에 박수를 보낼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예능의 의미는 캐릭터와 웃음에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건지지 못했을 때, 예능은 그 존재 가치를 잃는다. 단순히 유명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엄마가 뭐길래>에 회의감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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