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호프 '자살예방 전문가 교육' 이수해 보니.. "생명 지키는 게이트키퍼 역할" 열기

최기영 기자 2016. 6.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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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커뮤니티교육관에서 ‘생명보듬이 전문가과정’을 수료한 참가자들이 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라이프호프 제공

“‘자살’ 이야기가 나오면 덮어두고 모른 체하기 급급한 게 현실이죠. 나부터 피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조권행 새움교회 목사) “몇 년 전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주변사람부터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왔어요.”(전영신 예수소망교회 집사)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사장 이문희 목사) 커뮤니티교육관에는 일명 ‘무지개 강사’로 불리는 16명의 예비 자살예방 전문가들이 저마다 이곳에 온 배경을 이야기하며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입구 테이블엔 명찰이 마련돼 있었다. ‘생명보듬이 전문가과정’이라는 교육과정 명과 참가자 이름이 인쇄된 16개의 명찰 가운데 기자의 이름도 보였다.

라이프호프는 2014년 초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보듬이 교육 프로그램 ‘무지개’를 개발한 후 지역교회와 중·고·대학교, 군부대 등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자살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11월에만 경기도 내 10개 중·고교 115개 학급 학생들에게 교육을 했다. 라이프호프는 하루 일정의 기초교육과정(2급)과 기초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한 이틀 일정의 전문가과정(1급)을 통해 자살예방교육 강사들을 육성하고 있다.

교육은 이틀 동안 전문가 특강, 자살예방 강의 심화교육, 그룹 활동, 강의 시연 등으로 진행됐다. 개요 강의를 맡은 최의헌(연세로뎀정신의학과의원) 원장은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태를 지적하며 “게이트키퍼(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예방하는 사람)의 확산을 통해 자살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살 문제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자살 위험군 접근 시 게이트키퍼의 역할과 한계점’ ‘강사로서 답변하기 힘든 질문을 받았을 때의 전문상담 지원 대책’ 등 질문이 쏟아졌다.

식사 및 휴식 시간에도 대화는 이어졌다. 청소년 봉사활동 기관을 운영하는 장요한(아태청소년평화봉사단) 대표는 “무지개 강사로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에 자살예방 메시지를 접목한다면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무지개 강사’로서의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섰다. 교육 일정의 최종 관문인 강의 시연을 위해서다. 저마다 노트북을 열고 라이프호프에서 제작한 강의용 파워포인트를 실행시킨 뒤 모의 강의를 시작했다. 앞뒤 내용이 엉키고 파워포인트 화면과 동떨어진 강의를 하는 상황들이 속출했다. 강사용 책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연신 발표내용만 읽어 내려가는 참가자도 보였다. 대학 졸업 후 10여년 동안 파워포인트로 발표할 일이 없었던 기자도 진땀을 빼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조금씩 강의 내용이 숙달되면서 참가자들은 예비 강사에서 전문 강사로 변모해 갔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밤 9시가 돼서야 참가자들은 교육관을 나섰다. 몇몇 참가자들은 “오늘 밤을 뜬 눈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교육 둘째 날. 오전 특강을 마친 참가자들의 표정에선 오후에 진행될 강의 시연을 앞두고 긴장감이 엿보였다. 강의 시연은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한 뒤 첫 번째 참가자부터 평가관이 중단시킬 때까지 강의를 하고 다음 참가자가 이어서 강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준비가 덜된 부분이 내 순서에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우려 속에 제비뽑기가 진행되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참가자 대부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의 중요성’ ‘게이트키퍼의 역할’ 등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해냈다. 몇몇 참가자는 강의안을 토대로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다.

결과는 16명 전원 합격. 수료식에서 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는 “‘죽음의 영’이 지배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생명의 영’”이라며 “생명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확산될 수 있도록 힘 써달라”고 말했다. 교육팀장 손민준 목사는 “앞으로 자살예방 전문가로서 생명보듬이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생명과 희망을 뜻하는 파란색 표지의 수료증과 강사증을 받은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생명을 위하여. 희망을 향하여!”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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