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체중 vs. 정상체중 vs. 미용체중

2016. 5. 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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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 Matters?

SNS를 중심으로 떠도는 몸무게에 관한 썰. 47kg은 미용 체중이고 44kg은 신데렐라 체중이다? 체중계를 둘러싸고 쏟아지는 지독한 말, 말, 말! 여기에 코치 D가 종지부를 찍어준다.

점심시간을 보내던 직장인 K는 무심결에 SNS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다 못 볼 걸 보고야 말았다. ‘신장별 옷발이 가장 잘 받는 체중환산표’라니 식곤증에 춘곤증까지 확 달아난다.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화면을 훑기 시작하는데…. 키 163cm, 체중 55kg. 피팅 룸에선 55 사이즈 블라우스와 27인치 청바지가 딱. 모델까지는 아니지만 ‘미용’에는 아무 문제없는 당당한 체형이라 나름 자부하고 살아왔건만 미용 체중에선 무려 10kg 가까이 멀어져 있다. 그저 평균은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할 정도? 이까짓 숫자가 뭐 그리 대수라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오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균 체중 58kg, 미용 체중 48kg. 내가 ‘비만’이 된 느낌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은 잘못되지 않았다!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라며 여자 연예인들을 모아 체중계 위에 올려놓은 뒤 공식 프로필보다 더 무거우면 ‘배신자’라며 놀려대고, 퀴즈 쇼에 나온 연예인은 은근슬쩍 자랑하듯 “체중은 45kg이고 44 사이즈를 입어요”라고 ‘커밍아웃’한다. 세상이 이러한데 다들 체중에 집착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그러나 앞으로는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 퀴즈와 함께 시작하자.

44 사이즈의 진실-44 사이즈는 44kg이 입는 옷이 아니다 자, 퀴즈! 여성복 치수를 의미하는 55 사이즈는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유래했다. 어디일까? ①가슴둘레 85cm ②키 155cm ③체중 55kg ④팔 길이 55cm

아리송하다고? 사실 문제만 잘 읽어도 보기 중 하나는 지우고 시작할 수 있다. 하필 그 보기가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매력적인 오답이긴 하지만. 몸무게는 신체의 특정 ‘부위’가 아니다. 그러니 일단 3번은 오답. 답이 3번이라고 예상했다고? 체중은 사이즈(체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차분히 기억을 더듬어보자. 유명 디자이너와 테일러들의 프로필 사진에 줄자와 바늘, 골무가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긴 해도 ‘체중계’를 본 적 있던가? 오트 쿠튀르에 있어야 할 필수품은 줄자지 체중계가 아니다. 그런데 ‘옷발’ 때문에 몸무게 고민하고 있다니,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55 사이즈의 진실은 뭘까? 일단 44-55-66으로 대표되는 여성복 사이즈 기준은 패션 업계가 정한 룰이 아니다.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그것도 수십 년 전에 제정한 구닥다리 스탠더드다. 1979년 한국공업진흥청(현 한국기술표준원)은 전국의 성인남녀 약 1700명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당시 한국 20대 여성 평균 신장은 155cm, 가슴둘레는 85cm로 집계됐다. 여기서 평균 신장의 끝자리에서 5 하나를, 평균 가슴둘레의 끝자리에서 다시 5 하나를 떼어다 55라는 숫자를 만들곤 ‘20대 여성 평균 체형’으로 정해 ‘앞으로 여성복 수치는 여기에 맞추시오’라고 정해놓은 것이다! 이 55 사이즈를 기준으로 키는 5cm, 가슴둘레는 3cm씩 가감해 44 사이즈와 66사이즈도 결정된다. 즉 44 사이즈는 키 150cm에 가슴둘레 82cm인 여성용 사이즈고, 66 사이즈는 키 160cm에 가슴둘레 88cm인 여성용 사이즈다. 44-55-66 사이즈의 정체는 ‘어머니 세대’의 키와 가슴둘레였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44 사이즈는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해외 브랜드 의류를 구매해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리겠지만 사이즈를 대, 중, 소(S, M, L)로 구분하거나 인치(inch)나 센치미터(cm) 단위의 실측값을 기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하필 공교롭게도 한국 기준인 44, 55, 66은 흡사 체중을 연상시켜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곤 했다. 한술 더 떠 이제 이런 식의 사이즈 구분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왜? 정작 이 기준을 만들어낸 국가에서도 44-55-66 사이즈 분류법을 폐기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1999년, 스리 사이즈 분류법을 개발한 한국기술표준원 스스로 이 기준을 포기했다. 영양 상태나 생활습관 변화에 따라 한국인의 체형이 변화하면서 44, 55, 66이라는 치수 구분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졌다. 대신 ‘여성복의 가슴둘레/엉덩이둘레/키를 표시하는 게 좋다’는 게 한국기술표준원 측의 견해다. 역시 이 발표 어디에도 ‘몸무게’에 대한 언급은 없다. 44 사이즈는 44kg이 입는 옷이 아니다. 55 사이즈 역시 55kg이 입는 옷이 아니다. 이처럼 몸매와 몸무게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BMI의 맹점-과학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체중과 미용을 연관 짓는 걸까?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HO(국제보건기구) 등 각종 국제기구를 비롯한 정부기관들까지 체중을 국민 건강과 보건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다가 벌어지는 오해에 불과하다. ‘뚱뚱하다→건강에 나쁘다’는 말에 인과관계는 있다. 자신의 골격에 비해 체중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각종 성인병 발병률은 물론 사망률까지 치솟는다는 사실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최초로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들은 누구보다 건강과 돈에 민감한 보험사들이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보험사들이 생명보험 상품을 설계할 때 ‘일찍 죽어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쉬운 고객들’을 예측하기 위해 통계를 살피다 찾아낸 우연한 발견이었다. 뚱뚱하면 건강에 나쁘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뚱뚱하다는 기준을 정해야 할지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앞서 착각했듯이 ‘뚱뚱함’의 기준을 몸무게로 잡으면 자연스럽게 ‘66kg, 몸무게가 무겁다→건강에 나쁘다, 옷발 안 받는다’ 등으로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간다. 지금도 정부와 언론 등 공신력 있는 집단들이 비만도로 애용 중인 수치 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kg/cm)는 공신력이 부족한 수치다.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 40은 고도 비만이라는 게 일종의 국제기준인데 잠시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BMI를 계산해 보자. 비만도를 계산해 주는 각종 앱을 활용해도 좋다. 어지간히 ‘마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과체중’의 낙인이 찍힐 것이다. BMI 기준의 비만도는 1993년 WHO에서 정한 이래로 대학과 정부, 언론에서 20년 넘게 비판 없이 받아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 및 생리학 관련업에 종사하는 학자나 의료인, 운동선수, 교육자 사이에서 의문을 제기해 가장 문제가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비만은 몸에 체지방이 많은 것이지 몸무게가 무거운 게 아니다. 단순히 체중과 키의 비율만 가지고 비만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를 감안하기 위해 ‘키의 제곱’으로 나눴다지만 이 역시 미흡하다. 물체의 길이 : 면적 : 부피의 비는 각각 제곱, 세제곱의 비다. 차라리 키의 세제곱으로 나눈 값이 더 현실성 있다. 그래서 BMI대로라면 키가 작고 올챙이 배만 나온 ‘마른 비만’은 정상이고 근육질인 운동선수는 ‘뚱뚱하다’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얼마나 건강한가는 물론 얼마나 날씬한가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부적절하다. ‘미용 체중’이라는 표현 자체가 ‘따뜻한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처럼 어색한 표현이다.

같은 무게도 무엇으로 채웠느냐에 따라 크게 다르다 체중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사실. ‘같은 체중끼리도 충분히 다른 느낌’일 수 있다. 가끔 다이어트에 관련된 SNS 게시물을 보다가 ‘같은 체중, 다른 느낌’과 같은 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타임라인에 자주 오르는 사진으로, 운동 전의 자기 모습과 규칙적 운동을 시작한 후의 모습을 비교해서 올린 것들이다. 잘록해진 허리, 탄탄해진 허벅지와 같은 외관상의 변화가 한눈에 확연히 들어오는데, 체중은 오히려 크게 줄지 않았다는 코멘트가 덧붙는다. 심지어 허리 사이즈는 2~3인치 가까이 줄었는데 체중은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는 경험담 역시 심심찮게 들려온다. 전혀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것은 체지방과 근육의 밀도 차이가 빚어내는 현상이다. 체지방은 기름이다. 근육은 대부분이 수분이다. 기름은 물보다 가벼워 물에 뜬다. 즉, 같은 무게의 체지방은 근육보다 더 부피가 크다. 둘의 밀도 차이는 약 20%.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허리둘레 1인치만 늘어도 전혀 다른 사이즈의 옷이 된다. 25인치와 27인치는 단 10%의 차이다. 20%의 차이라면 ‘사이즈’의 세계에선 거의 ‘넘사벽’과 동의어다. 결국 이 사실은 오늘 몇 번을 반복해 가며 강조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몸무게는 사이즈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미용 체중’이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몸에 갇힌 사람들 다이애나 비가 생전 눈물을 펑펑 흘리며 상담실에서 나오는 파파라치 샷으로 유명해진 영국의 심리상담사 수지 오바크. 오바크는 저서 <몸에 갇힌 사람들>에서 ‘대상을 이상화하고 자신의 육체를 개조하려는 욕망이 커질수록 자기혐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몸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몸에 갇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아마도 유독 여성에게만 잔혹한 ‘투명 코르셋’을 들이미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의 44 사이즈를 발명했던 한국기술표준원의 최신 발표를 살펴보자. 44 사이즈를 명명한 이후에도 한국기술표준원은 5~6년 간격으로 꾸준히 한국인의 체형조사를 거듭해 왔다. 최신판인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연구 조사 결과 발표(2016년 3월)’에 따르면 한국 2030 여성들의 비만율은 7%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보건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을 가볍게 따돌리고 장수국인 일본보다 더 날씬하다. 진짜 소름 돋는 사실은 하나 더 있다. 이 조사는 약 1979년부터 누적된 데이터가 있어 동시대는 물론 시대별 과거와도 비교가 가능하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점차 키가 커지고 비쩍 말라가고 있는데, 나이 든 남자들은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SNS 한편에선 괴담 수준인 ‘미용 체중표’, 아예 한술 더 떠 미용 체중에서 3~4kg을 더 빼면 ‘신데렐라 체중’이 된다는 ‘카더라’까지 돌고 있지만 ‘테리우스 체중표’, ‘왕자님 체중표’가 도는 경우는 도통 본 적이 없다. 여성들은 몸무게를 줄이려고 안달하는데, 그에 반해 남성들은 몹시 자유로워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체중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체중은 그저 ‘몸을 이루는 구성 성분의 총합’이다. 그 성분비를 조절하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이자 건강관리다. ‘키가 크면 거기에 비례해 늘어난 골격량만큼 체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기초 상식마저 무시하고 지낼 만큼 우리는 ‘신기루 체중’에 현혹돼 있다. 키가 170cm가 넘어도 ‘여자’ 연예인이면 49kg 이하여야 한다는 법칙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근거로 만들었단 말인가? ‘개인에게 적절한 미용 체중’은 정해진 바가 없으며, 정할 수도 없다. ‘옷발 잘 받는 몸무게’는 스스로 정하면 된다. 물론 그 결정을 위해 SNS 괴담이 아닌 올바른 건강 정보를 참고해야겠지만 말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될까요?스스로 옷발 잘 받는 몸무게를 정하는 가이드라인 하나를 제시한다. 학계에선 BMI 지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전문적인 검사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준다. WHR(Waist to Hip Ratio)과 WHtR(Waist to Height Ratio)이 그것이다. 이 둘은 인체에서 체지방이 많이 쌓이는 허리둘레를 활용해 디지털 기기 없이도 자신의 체지방률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WHR 자신의 허리둘레(배꼽 기준)와 엉덩이둘레를 나눈 값. 0.7 이하는 날씬하다고 할 수 있고 0.9 이상은 성인병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구간이다. 참고로 남자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 여자 주인공들의 몸매가 0.57 정도라니 얼마나 만화적인지 알 수 있다. WHTR WHR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많이 사용되는 수치로 ‘허리둘레(배꼽 기준)를 키로 나눈 값’이다. 0.43 미만이면 너무 말라 건강이 위험. 0.43~0.5 사이를 건강한 평균 체형으로 본다.

who's he?<이기적인 다이어트 상담소> <강한 것이 아름답다>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 ‘육체파 글쟁이’라는 별명과 함께 SNS 상에서는 ‘코치D’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writer 남세희

editor 김미구

photo getty images/imagine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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