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의 뉴 페이스
헤이, 모두들 안녕? 요즘 잘 나가는 중드가 뭔지 아니?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던 최초의 중화권 드라마 <판관포청천> 이래 ‘중드’의 국내 인기는 주로 <황제의 딸>, <후궁견환전>, <보보경심> 등 사극을 중심으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드’ 혹은 ‘미드’에 비하면 그 세력이 현저히 약했던 것이 사실. 그랬던 중드가 작년부터 서서히 해외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내 시청자들을 새삼스럽게 사로잡은 최신 중드의 매력은 뭘까?

중드 입덕, 아니 입문작으로 모두가 입을 모아 추천하는 무협풍 정치사극.
기본 스토리는 강호 제일의 방파 강좌맹의 종주이자 랑야각 서열 1위인 매장소(호가胡歌 분)가 가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옛 친구인 정왕 소경염(왕개 王凱 분)을 왕으로 옹립시키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복수극
겸 왕위찬탈전이다. 54회 완결의 긴 호흡에도 처지지 않는 치밀한 서사와 속도감,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출,
인물관계도 복습을 요구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인간군상들, 대륙의 자본력이 꽃피운 웅장한 미장센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현재 가장 완성도 높은 중드로 꼽힌다. 군신, 친우, 가족, 적, 연인 간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짚어보는 선과 악의 갖가지 모습들 그리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주제의식이 진부하기보다는
진정성있게 펼쳐진다. 작중 어떤 로맨스보다 더 텐션 넘치는 정왕과 매장소 간의 브로맨스 코드 또한 관전의 키 포인트. 하반기에 원작 소설 국내 정식발간 및 시즌 2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상해 명씨 가문의 삼남매 중 막내인 명대(호가胡歌 분)가 국가비밀첩보 조직에 강제 영입된 후 항일투사로 거듭나며 벌어지는 스토리. <랑야방>팀이 다시금 뭉쳐서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중드 입문자가 <랑야방>을 먼저 본 뒤 <위장자>로 넘어오는 루트를 탄다고. 아직까진 생소한 중국 근대사의 간접 체험과 복잡한 첩보전도 흥미롭지만 막내 명대와 장남 명루(근동覲東 분) 차남 격인 명성(왕개王凱 분) 세 남자가 매회 근사하게 차려입는 잘 빠진 수트 착장과 감각적인 총격씬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 근현대극이 그렇듯 <위장자> 역시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 즉 공산주의를 표현하는 주선율극(主旋律劇)에 해당하므로 노골적인 공산당 및 애국주의 찬양이 거슬린다는 평도 있다. 역시 하반기에 원작 소설 국내 정식 발간을 앞두고 있다.

소년 간의 사랑을 일컫는BL(Boys Love) 장르의 팬들이라면 익히 친숙할 온갖 클리셰 - 의붓형제, 재벌공vs 가난수, 구여친의 음모, 사고사, 수년 뒤의 재회, 극적 해피엔딩 등등 - 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무방한 웹드.
저돌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는 구하이와 냉담하지만 섬세한 바이루인 역을 풋풋하고 사실적으로 소화한 신인배우 황경유(黃景瑜)와 허위주는 현재 중국 본토는 물론 한국과 대만, 태국 등지에서 마이너하긴 해도 거의 컬트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BL장르의 종주국은 단연 일본이지만, 일본이 만화중심의 2D에만
치중해왔다면 이의 실사판이라고 할 수 있는 3D는 현재 중국의 웹드라마에서 가장 활발히 번성하고
있다. <상은>외에도 <유사애정>, <역습>과 같은 히트작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상은의 원작자인 젊은 작가 차이지단이 새롭게 제작하는 <봉망> 또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그 밖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여배우 판빙빙이 측천무후로 등장하며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무미랑전기>,
<위장자>와 비슷하게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중국 근대사를 조명한 <전장사>, 중화권 최대 스타 중 한명인 곽건화가 출연하는 스릴러 로맨스 <타래료 청폐안> 등이 중드 추천리스트에 올라있다.
물론 고퀄에 재미까지 두루 갖춘 중드는 희귀하다. 위에 언급된 작품들도 그 희소성 덕에 대륙의 기적이라 불리는 실정. 아직까지는 대륙발 아이템이 대부분 그렇듯 개연성이 상실된 설정과 ‘빻았다’고 표현될만큼 허접한 연출 및
CG로 점철된 드라마들도 많다. 더불어 근현대물이 대놓고 표방하는 공산주의/애국정신/중화사상의 오글거림 콤보, 현대극에서 보여지는 촌스러운 스타일링과 최소 3,40회에 달하는 분량에 질려 애초에 시도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그러나 일단 빠져들고 나면 웬만한 ‘근본없음’이나 허무맹랑함은 호방함과 대륙 정신으로 포용하게 되며,한때 일본인들이 ‘한드’에서 찾았던 순수하고 뜨거운 감정의 발현, 중화권 배우들이 지닌 날 것 그대로의 매력에 치이게 된다.
대륙 특유의 거대스케일 사극과 근현대극을 비롯, BL웹드같이 특정 타겟층을 겨냥한 장르물에 더해 세련되고 때깔 좋은 한국 패치의 현대극까지 제작되기 시작한다면 장차 한류를 위협하는 중드의 역습이 가능하리란 전망도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니다. 단, 거침없는 중드의 돌진을 제지할 함정이 하나 있다면 중국이 아직까지 공산국가라는 점. 중국에선 아직도 정부가 드라마 컨텐츠를 검열, 여차하면 통편집시키고 배우들의 출연을 막는 당황스런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처럼 막무가내식 센서링이 중드의 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소가 될 것이 뻔하다.
어쨌든 심심한 주말, 딱히 할 것도 없다면 끌리는 중드 하나쯤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만약 코드만 맞는다면 뜻밖의 인생드라마를 영접할 수도 있다. 대신, 드라마 보랴 원작 파랴 배우들 덕질하랴,
2,3개월쯤은 가뿐히 인생에서 순삭될 각오는 단단히 하고 보길.
WRITER 김소현
EDITOR 김미구
ART DESIGNER 조효정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