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먹고, 비벼먹고, 라면까지.. 대게의 품격

조찬현 2016. 4. 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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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하정리 어촌마을 구룡포대게마트

[오마이뉴스조찬현 기자]

 “아시다시피 대게는 배를 만지면 단단하고 두께감이 느껴져야 수율이 좋답니다.”
ⓒ 조찬현
자그마한 포구 마을. 우리 일행이 대게를 맛보러 찾아간 곳은 구룡포 하정리 초입에 있는 한적한 시골집이다. 집 마당에 구룡포대게마트라 쓰인 몽골 텐트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제철 맞은 대게 찾아 봄바람 맞으며 여행 삼아 여수에서 이곳까지 찾아간 것이다. 지난 3월 28일의 일이다.

"대게는 음력 설 쇠고부터 맛있고 좋습니다."

빛바랜 파란지붕 아래서 문어를 삶고 있던 주인아저씨는 음력설을 쇠고 나서부터 대게가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삶고 있는 문어는 12kg 남짓한 크기의 대왕문어다. 젊은 부부(34. 이성희)가 운영하는 이곳은 언뜻 보면 일반 가정집 같지만 문어와 대게를 판매하는 곳이다. 이미 미식가들로 인해 알음알음 알려져 제법 찾는 이들이 많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 하정리 초입에 있는 시골집 구룡포대게마트다.
ⓒ 조찬현
배가 단단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게가 수율이 좋다

초기에는 택배로 물건을 보냈으나 손님들이 찾아와 부탁을 해 대게를 쪄주고 문어도 삶아준다. 손님에게 대접을 시작한 지는 3년 전부터다. 점심만 가능하다. 바로 길 건너 동네가게에서 라면을 구입해가면 대게를 넣은 대게라면도 끓여준다. 참고로 대게라면을 다들 어찌나 맛있어 하던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후루룩~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반라면과 감히 비교를 거부하는 대게 넣고 끓여낸 대게라면 맛은 그 맛이 일품이다.

 찜솥에 맛있게 쪄낸 대게 찜이다.
ⓒ 조찬현
  대게는 뜨거운 물을 부어 기절시킨 뒤 찜 솥에 25분여를 쪄냈다.
ⓒ 조찬현
아직 제철이라는 대게, 제대로 고르는 꿀 팁을 알아봤다. 배를 만져봤을 때 단단하고 두께감이 느껴져야 수율이 좋다는 대게는 또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수족관에서 싱싱한 걸로 골라냈다. 이날 대게 한 마리 가격은 2만 원이다.

"아시다시피 대게는 배를 만지면 단단하고 두께감이 느껴져야 수율이 좋답니다."

이렇게 골라낸 대게는 뜨거운 물을 부어 기절시킨 뒤 찜 솥에 25분여를 쪄냈다. 작을수록 맛있다는 돌문어 한 마리는 4만 원에 협상했다. 문어는 그 크기가 작을수록 킬로그램 당 단가가 비싸다고 했다.

눈 깜짝할 새 사라진 별미... 돌문어, 게장비빔밥, 대게라면

 삶아낸 문어를 아주머니가 먹기 좋게 잘 손질해준다.
ⓒ 조찬현
 참기름장이나 초고추장에 먹는 돌문어의 맛은 야들야들하고 고소하다.
ⓒ 조찬현
예약손님만 받는다는 이곳, 사전 예약은 필수다. 철따라 대게와 오징어 등의 해산물을 취급하며 돌문어는 1년 내내 주문이 가능하다. 삶아낸 문어를 아주머니가 먹기 좋게 잘 손질해준다. 참기름장에 먹는 돌문어의 맛은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게 인기 짱이다.

"포항 돌문어는 그냥 먹으면 맛이 안 나요, 참기름 장에 찍어 드세요, 이게 약이라니까요."

 12kg 남짓한 크기의 대왕문어다.
ⓒ 조찬현
 집 마당에는 주인아저씨가 솥단지에 삶아내 걸어놓은 대왕문어가 가득하다.
ⓒ 조찬현
몸을 보호해줘 약이라는 돌문어 한 입에 힘찬 동해바다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집 마당에는 주인아저씨가 솥단지에 삶아 걸어놓은 대왕문어가 가득하다. 엄청난 크기의 대왕문어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온몸에 기가 느껴진다.

드디어 우리가 그렇게 원했던 대게 찜. 국내에서 잡히는 게 중 가장 큰 대게는 긴 다리의 마디가 대나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주로 찜으로 즐겨먹는데 게 껍질에 체내 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키틴 성분이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또한 소화흡수가 잘 돼 노약자나 허약체질의 보양식으로 좋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의 게살이 입안에 닿는 순간 행복감이 스르르 밀려온다.
ⓒ 조찬현
 게장을 밥에 얹어 쓱쓱 비벼내면 꿀맛이다.
ⓒ 조찬현
 인기 짱, 진짜 맛있는 대게라면이다.
ⓒ 조찬현
대게 손질은 먼저 게 다리를 가위로 잘라내 몸통과 분리한다. 박달대게는 다리의 측면을 잘라 게살을 발라먹는다. 일반대게는 게 다리를 잘라서 당기면 살이 쏘옥~ 빠져나온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의 게살이 입안에 닿는 순간 행복감이 스르르 밀려온다.

오는 손님들이 밥을 안주면 서운해할까봐 밥을 준다며 밥도 내왔다. 게장을 밥에 얹어 반은 쓱쓱 비벼내고 밥의 절반은 대게라면 국물에 말았다. 이 음식 역시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봄날 오후에 찾은 이곳, 우리 일행은 그렇게 대게요리와 돌문어로 구룡포의 봄을 만끽했다. 포구마을은 조용하다 못해 고즈넉하다. 간간히 뭍으로 향하는 파도만이 철썩인다.

 포구마을은 간간히 뭍으로 향하는 파도만이 철썩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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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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