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BUSINESS] 창업시장 만화카페 바람-만화방이야 카페야?..이색 데이트 '인기'

노승욱 2016. 3. 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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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카페가 젊은 층 사이에서 저렴한 이색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카페데코믹스’ 범계점.
창업 시장에 때아닌 만화책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만화방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만화카페’가 주인공이다. 젊은 여성 고객층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저렴한 요금으로 이색 데이트 장소로 사랑받는다. 웹툰 열풍을 타고 만화카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만화방은 유망 창업 아이템 중 하나였다. 1990년대 중반 비디오와 만화책을 빌려주는 대여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2000년대 들어 웹툰이 대중화되면서 만화방 인기는 급격히 시들었다. 그렇게 10여년. 동네에서 사라져가던 만화방은 요즘 만화카페로 부활하고 있다.

만화카페는 ‘만화책을 보는 공간’이란 점에서 만화방과 비슷하다. 단 인테리어가 훨씬 깔끔하고 세련돼졌다.

기존 만화방은 음침한 조명에 여기저기 뜯어진 낡은 소파, 켜켜이 쌓인 먼지에 담배 냄새로 찌든 공간이란 이미지가 많았다. 주요 고객층은 30~40대 이상의 남성이었고 주로 읽히는 책도 무협지나 성인만화, 성인소설 정도였다.

만화카페는 확 달라졌다. 일단 매장 크기가 최소 50평 이상으로 넓고 조명도 환하다. 주로 비치된 책은 일반 연재만화나 웹툰, 순정만화 등이다. 무협지나 성인만화는 아예 안 갖다놓거나 따로 마련된 흡연실에 밀어 넣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내부 인테리어. 캠핑지에서나 볼 법한 그네의자와 해먹, 공풀, 매트리스, 1~2인용 캡슐형 방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마치 놀이터에 온 듯해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일부 만화카페는 실내에서 고양이를 길러 여성 고객과 애묘인을 유혹한다. 이처럼 아기자기한 환경 덕분에 만화카페 주 고객층은 20대 초중반 여성이나 남녀 커플이 대부분이다.

만화방보다 고급스럽고 깔끔
20대 여성·커플 고객 몰려
우후죽순 증가 않는지 살펴야

업계에 따르면 만화카페는 2012년 무렵부터 신촌, 홍대 등 대학가 인근에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장 초기여서 서울에만 약 50개 안팎의 가맹점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대구, 부산, 포항 등 주요 도시 중심으로 지방에서도 하나둘씩 점포 개설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는 ‘웹툰 전성시대’인 요즘, 만화카페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종이 책장을 넘겨보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또는 호기심이다. 1990년대 후반 대여점을 통해 만화책을 빌려 읽고 자란 30대 이상 세대에게 종이 만화책은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다. 때문에 30~40대 직장인 또는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 단위 고객도 적잖게 방문한다. 그렇다고 10대 청소년 고객이 적은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웹툰을 보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만화책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안한 공간에서 마우스 스크롤이 아닌, 종이 책장을 넘기면서 만화를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화카페 ‘섬’ 신사점과 ‘콩툰’ 청담점에서 평일 오후 고객들이 만화책을 읽고 있다.
또 만화카페는 웹툰보다 ‘경제적’이다. 웹툰은 온라인에 연재할 때는 무료지만 연재가 끝나면 회당 300~500원으로 유료화된다. 30회를 보려면 1만원 안팎을 내야 한다. 반면 만화카페에선 30회 분량을 묶어 만든 단행본을 1시간에도 2~3권씩 볼 수 있다. 만화카페 이용료는 1시간에 2500원 정도. 연재가 끝난 웹툰을 100회 정도 ‘정주행(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한 번에 쭉 몰아 보기)’하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특히 대부분의 만화카페는 ‘5시간+음료 한 잔 9000원’ 식의 패키지 요금제를 운영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10~20대 커플이나 학생들이 주말 데이트 장소로 선호하는 배경이다.

만화카페 ‘콩툰’의 정혜진 홍보팀장은 “학생들이 하교하는 평일 오후 5~9시, 그리고 주말과 방학이면 만석이어서 매장 밖에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많이 찾는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패키지 요금은 ‘2시간+음료 한 잔 7000원’이다. 평균 객단가도 7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만화카페 창업 비용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만화카페 프랜차이즈가 인테리어비와 만화책 구입비 등으로 총 1억5000만원 정도를 제시한다(50평 매장 기준). 만화카페를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만화책을 2만~3만권 정도는 구비해야 하는데, 이를 비치하려면 적어도 매장 크기가 45평 이상 돼야 한다. 점포는 크지만 주로 지하나 3층 이상 고층에 입점하기 때문에 점포 비용(보증금+권리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편이다. 상권에 따라 점포 비용이 달라지지만 인테리어비와 점포 비용을 포함해 대략 2억원대 중반~3억원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만화카페 ‘섬’의 오승민 대표는 “만화카페 입지로 가장 좋은 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와 대학가 상권이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면 메인 상권에서 조금 떨어진 이면 도로도 나쁘지 않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근처에 있다면 대여도 함께 진행해 부수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화카페 창업 장점은 초기 투자비 외에 추가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 매월 신간 만화책과 음료 식자재를 구입하는 비용을 합쳐 약 150만원이 드는 것 외에는 임대료와 관리비 정도뿐이다. 한창 바쁜 시간 외에는 점주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업무 강도가 세지 않은 것도 좋다. 최근 서울 화곡동에서 만화카페를 개업한 S점주는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가서 만화책을 보며 기다리니까 커피전문점처럼 음료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별로 없다. A급 상권만 아니면 주부 혼자 운영해도 무리가 없다. 음료, 라면 등 부식 매출도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해 쏠쏠하다. 음료 가격은 커피전문점과 같은데 1인당 2500원씩 시간 요금이 추가로 걷히고 거의 100% 순이익으로 이어지니 커피전문점보다 더 낫다”고 흡족해했다. 고객이 평일 30명, 주말 100명씩 방문한다면 월 매출 약 1000만원, 순이익 500만원 정도를 기대해봄직하다(직원 인건비 제외 기준).

만화카페를 창업할 때 주의사항은 뭘까.

우선 개업 초기 안정화 기간이 3~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식당이나 주점 같은 외식업은 신장개업을 하면 ‘저기는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에 고객들이 몰려온다. 이른바 ‘오픈빨’이다. 그런데 만화카페는 오픈빨을 기대하기 어렵다. “만화카페는 아직 시장 초기여서 상권마다 고객층이 형성돼 있지 않다. 점주가 해당 상권에서 개업한 뒤 3~6개월 정도 홍보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박형준·박일열 카페데코믹스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업계에선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보다는 젊은 감성을 가진 점주가 창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젊은 고객층에게 인기 있는 만화책이 무엇인지 파악해 재빠르게 신간을 채워 넣어야 하는 데다, SNS 홍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형준 대표는 “젊은 고객층이 잘 안 읽는 무협지나 성인만화를 섞어 3만권을 채우는 것보다는 인기 있는 웹툰이나 연재만화로 2만권을 채우는 게 낫다. 만화책의 수량보다는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오승민 대표는 “만화카페를 창업하면서도 만화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은 별로 없더라. 만화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만화 관련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화카페가 최근 트렌드와 부합하지만 점포 수 증가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만화카페는 브랜드마다 제각기 다른 개성으로 요즘 젊은 층의 다양한 시간 활용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단 만화방도 과거에 창업 붐이 일었다가 금세 꺼진 것처럼 공급과잉 단계는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0호 (2016.03.23~03.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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