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봄소식 알리는 청량한 실내악 선율

2016. 3.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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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종달새’는 봄이 왔음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사진은 종달새가 담긴 앨범과 하이든.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연한 봄이다. 당연히 많이 받는 질문은 봄에 들을 만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냐는 것.

다른 어떤 곡보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가 떠오른다. 하이든은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교향곡의 틀을 마련한 작곡가지만 ‘현악사중주의 창시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종달새’다. 1악장을 시작하는 아름답고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종달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었다.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이 곡은 4악장 빠른 템포의 느낌 때문에 영국 선원들이 추는 ‘혼파이프(hornpipe·동물의 뿔로 만든 파이프혼으로 반주하며 추던 영국의 활발한 춤)’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이 곡을 혼파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종달새와 혼파이프라는 이름은 모두 하이든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다만 마치 어린 새의 지저귐같이 날아가는 듯한 청량한 도입 부분의 선율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종달새’로 불리는 것이 대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자주 볼 수 없지만, 본디 ‘종다리’로 불리며 봄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종달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하이든의 ‘종달새’는 노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종달새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 현악의 선율이다.

우리는 새의 소리를 ‘노래’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새가 ‘노래한다’고 얘기하는데, 한국인만 유독 새가 ‘운다’라 표현한다고 석학 이어령 선생이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이런 표현을 우리만이 하게 된 건 여러 가지 상황과 우리만의 특색이 있을 터. 하지만 하이든의 ‘종달새’를 들으면 역시 새는 ‘노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새의 노래를 사람이 표현하기 위한 곡인 만큼 연주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현악사중주 팀이 이 곡을 연주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하이든은 생의 많은 부분을 그를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1790년 후작이 세상을 떠나면서 30년간의 궁정음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 ‘종달새’다. 그는 이 곡을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수석주자였던 요한 토스트에게 헌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대부분 학자들은 하이든이 토스트의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에 감탄해 이 곡을 헌정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토스트가 하이든이 없는 틈을 타 출판업자에게 이 작품이 자신에게 헌정된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뒷얘기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는 아름다운 봄노래다. 4대의 현악기가 서로 어울리며 이어나가는 선율을 들으면서 아직 체취가 남아 있는 겨울의 잿빛 흔적을 떠올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종달새’가 노래하지 않는가? 툴툴 털고 가볍게, 싱그럽게 날아오르자. 이제 봄이 왔다.

감상을 원한다면…

·CD

보로딘 사중주단, Alto

하겐 사중주단, DG

[최영옥 음악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47호 (2016.03.02~03.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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