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같은' 뉴욕 성탄절.. 83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
“산타도 반바지를 입어야 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초여름 날씨가 미국 동부 지역을 휩쓴 24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의 예보관 스테이시 헤인즈는 산타 할아버지 복장이 염려됐던 모양이다. 12월 하순에 여름 날씨를 보이는 기상이변을 전하면서 사람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방송 중 유머를 던진 것이다.
동부 지역의 날씨는 놀랄 만도 했다. 워싱턴DC는 며칠째 비가 내렸는데도 기온이 내려가기는커녕 이날 낮 21.6도를 기록했다. 성탄절 전날치고는 1933년(20.5도) 이후 83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시내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가족들이 우산도 없이 가랑비를 맞으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워싱턴DC에서 3시간 남짓 남쪽에 있는 버지니아비치는 30도까지 치솟았다. 이곳은 여름철 물놀이 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바닷가인데 한겨울에 폭염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한겨울인 뉴욕은 차라리 여름이었다.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4시간30분 이상 북쪽으로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는데도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낮 기온은 워싱턴과 같은 21.6도였다. 한겨울 날씨가 올해 7월 4일의 온도(21.1도)보다 높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12월 24일’로 기록됐다. 뉴욕의 12월 평균 기온은 영상 3도 정도다. 이 때문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심지어 윗옷을 벗고 운동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공원과 도로 옆에는 봄꽃이 피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동부 지역의 이상고온은 남쪽 열대지방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가 북쪽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북상한 공기는 중남부 지방에 머물던 대륙의 찬 공기와 부딪치면서 토네이도로 변해 참극을 낳기도 했다. 미시시피, 테네시, 아칸소 등에서는 겨울철에 좀처럼 볼 수 없던 토네이도가 무더기로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겨울 더위에 크리스마스트리와 목도리, 장갑은 매출이 뚝 떨어졌고, 스키장은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캐나다와 접경한 버몬트주의 스키장들은 15도를 웃도는 날씨에 비까지 내려 인공눈도 힘을 못 썼다.
미국보다 위도가 높은 캐나다 동부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온타리오주 윈저의 낮 기온은 15도로 70년 만에 가장 따뜻했다. 퀘벡주 몬트리올은 역대 최고 기온(1957년 8.3도)보다 배 가까이 높은 16도를 기록했다. 온타리오주 주도인 토론토 시청 인근 스케이트장은 물바다로 변했다.
반면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은 “매출이 26% 올랐다”면서 “날씨가 미쳤다”고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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