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서울 10대 골목길 상권 경리단·연남동·상수동·성수동 '북적'

김경민, 정다운 2015. 12.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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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려 부쩍 쌀쌀해진 12월의 수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되자 울긋불긋한 우산들이 상수동 카페골목을 가득 채웠다. 컨테이너 모양을 한 소박한 식당부터 아기자기한 수제버거집, 북카페, 자전거가게, 일본식 선술집 등 풍경이 다채롭다. 대기업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클럽 등 유흥가가 가득 찬 홍대 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수동 카페골목은 북적이는 홍대 상권이 지겨운 사람들이 주로 찾는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는다. 상수동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낡은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헐고 상가 건물을 신축하는 곳이 속속 생기면서 최근 2년 동안 3.3㎡당 매매가만 1000만원 이상은 올랐다”며 “홍대 상권을 피해 생겨난 골목이지만 요즘엔 홍대 못지않게 가격이 뛰고 있다”고 귀띔했다.

# 시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상점만 가득할 것 같은 이태원 상권에서는 최근 T자골목이 한적한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행정구역상 한남동이면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남쪽, 제일기획 뒷골목에 위치한 T자골목은 이름 그대로 ‘T’자 모양으로 생겼다. 낡은 건물에 오래된 간판을 달은 ‘함덕슈퍼’, 20년간 운영했다는 ‘은조미용실’ 등 옛 모습 그대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젊은 사장님들이 차린 옷가게, 소품가게, 디저트가게도 골목을 따라 쭉 들어서 있다.

한때 교통이 불편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음침한 분위기마저 풍겼던 ‘뒷골목’ 상권이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골목길 구석구석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 층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좁다란 골목길에 소규모 점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어 규모는 작지만 강남, 명동역 같은 대형 상권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중이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일대에 조성된 ‘상수동 카페거리’.
눈길 끄는 서울 골목길은 어디

▶종로 서촌마을·성수 수제화거리 추천◀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가장 눈길 끄는 서울 10대 골목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태원 경리단길이 14.3% 득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거리 초입에 위치한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이름 육군중앙경리단에서 명칭을 딴 ‘경리단길’은 요즘 서울 시내 골목길 중에서도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이태원 경리단길은 세계 각국 음식 맛집이 많고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젊은 층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2위는 연남동 경의선숲길(12.7%), 3위는 신사동 가로·세로수길(11.1%)이 차지했다.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경의선이 지하화하면서 생긴 지상 철길 주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생겼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트럴파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옛 철길을 따라 1㎞가량 조성된 은행나무길은 도심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낡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페, 패션 잡화 편집숍이 넘쳐난다.

이어 성수동 수제화거리(4위, 9.5%), 종로 서촌마을(5위, 6.3%)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6위에는 서교동 카페거리, 한남동 T자골목, 상수동 카페거리, 용산 해방촌거리, 성수동 아틀리에길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설문에서는 골목길에서 창업하거나 상가를 운영할 경우 ‘투자가치가 높은 골목길’이 어디인지도 물었다. 그 결과 연남동 경의선숲길이 14% 득표를 얻어 단연 1위에 올랐다. 이어 상수동 카페거리(2위), 성수동 아틀리에길(3위)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 해방촌 거리와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각각 7% 득표를 얻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종로구 ‘이화 벽화마을’.
골목길 트렌드 살펴보니

흔히 ‘상권’ 하면 명동이나 강남역처럼 대규모 유동인구를 기반으로 발달한 대형 상권을 떠올린다. 이와 함께 지하철 역세권 상권, 주거지 인근에 식료품점이나 세탁소 등 생활 필수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배후상권 정도로 구분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유입된 방문객이 오래 머물게 하는 데는 편리한 교통과 주차장, 대로변 중심의 평지가 필수 요건으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최근 뜨는 골목길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굳이 도심 중심지나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집객이 어려운 언덕길이나 한산한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찾아가는 재미’ 덕분에 조금 불편한 교통마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규모가 작고 개성 있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이라도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금세 입소문이 나 골목 명소로 떠오르기도 한다.

TREND 1 |테마형 골목상권

▶스토리 무기 삼아 떠오른 핫플레이스

거리에 커피숍만 즐비해도 ‘카페거리’라며 주목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각 골목길만이 갖는 특색 있는 문화나 경관을 기반으로 상권이 생겨나는 추세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단순히 상업시설이 대거 입주해 형성된 골목길은 개성이 없기 때문에 단기간 반짝하고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특정 품목이 밀집돼 있거나 스토리가 있는 ‘테마형 골목’이 주목받는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나 문래동 철공소골목이 그렇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중심으로 한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구두업체들이 밀집한 공장 지대가 랜드마크로 떠오른 사례다. 이곳에는 지금도 완제품 매장, 중간가공, 원부자재 유통업체 등 500여개의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들어서 있다. 1960년대부터 수제화를 만들어온 장인들이 구두 산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고 직접 수제화 제작을 배울 수 있는 공방이 늘면서 사람들 발길이 늘었다. 골목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멋스러운 커피숍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수제화골목을 기반으로 한 성수동 못지않게 영등포구에서는 문래동 철공소골목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철공소 밀집 지역이었던 이곳은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작업실이나 갤러리를 내면서 형성된 거리다. 예술가들이 철공소 담장이나 벽에 그려넣은 그림과 아직 남아 있는 철공소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입소문을 탔다. 철공소골목 역시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늘면서 커피숍과 식당도 여럿 입점했다.

성수동이나 문래동 사례처럼 원래 ‘삶의 현장’이었던 골목은 아직 상권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경우 1층에 33㎡짜리 점포를 내는 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100만원이면 된다. 성수동 일대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목 좋은 곳에 3000만~6000만원 정도 권리금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임대료 시세는 아직 안정적인 편이다. 문래동 철공소골목은 3.3㎡당 월 3만~4만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 66㎡짜리 작업실을 얻는 데 월세 70만~80만원이면 가능하고 사들이려면 3.3㎡당 150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

이태원 상권에서 뻗어 나온 용산구 ‘한남동 T자골목’.
TREND 2 |원조 상권에서 가지치기

▶한적한 곳 찾아 이면도로의 이면까지

상권이 커지고 입소문을 타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점이나 음식점이 줄줄이 가세해 임대료가 치솟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아예 골목길 건물을 매입해 통으로 쓰는 ‘통상가’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가는 말 그대로 한 임차인이 건물을 통째로 쓰는 걸 뜻한다. 일례로 이태원 꼼데가르송길 뒤편에는 뷰티 멀티스토어 벨포트가 3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임대했다. 패션 브랜드 MCM도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을 통으로 쓰고 있다. 대기업 수요가 몰리면서 골목상권 시세도 치솟는 중이다. 가로수길 대로변 건물 매매가는 3.3㎡당 2억원을 넘은 지 오래고, 인근 세로수길도 3.3㎡당 1억5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밀려난 개인 상점들은 기존 상권의 이면도로 등 임대료가 낮은 곳을 찾아 떠난다. 이른바 상권이 확장하는 과정이다. 손님들은 손님대로 번화한 상권을 벗어나 차분하고 한적한 거리를 찾아 들어온다. 이태원, 홍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주로 모여들던 이태원 상권은 각종 패션, 각 나라의 먹거리, 이국적인 느낌의 거리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제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유입되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태원 상권은 꼼데가르송길, T자골목, 우사단길, 경리단길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리움미술관, 블루스퀘어,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등이 늘어선 ‘꼼데가르송길’이다. 이곳 남쪽 이면도로는 ‘T’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T자골목’이다. T자골목에는 소규모 패션숍, 개인 디자이너 의상실, 소품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경리단길은 경리단길대로 특색이 있다. 이곳엔 최근 2~3년 사이 수제맥줏집, 디저트가게, 커피숍 등이 입점하며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또 경리단길 뒷골목에는 장진우 씨가 오픈한 식당이 모여 있는 ‘장진우골목’도 생겼다. 우사단길에선 겨울을 제외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계단장(이슬람사원 동편 계단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마포구 서교동, 상수동에 생긴 카페거리, 연남동 경의선숲길과 땡땡거리도 치솟은 홍대 상권 임대료를 피해 맛집, 개인 커피숍, 공방들이 자리를 옮기며 형성된 골목이다. 서교동 카페거리는 합정역 일대에 주상복합 아파트,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 끊겼던 상권이 서교동까지 확대된 경우다. 서교동 카페거리는 조용한 주택가였던 상수동으로까지 상권이 넓어졌다.

TREND 3 |입소문은 SNS에 맡겨

▶검색 한 방에 해결, 길 찾기 참 쉽죠

‘역세권이 아니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낙산공원 아래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가파르게 깎인 돌산 절벽 아래 있는 마을이라는 창신동 절벽마을은 모두 지하철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하지만 블로그나 카페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스마트폰 검색이 일상화된 요즘엔 검색 한 번이면 숨겨진 골목을 찾아가는 게 가능해졌다. 휴식에 대한 인식 변화로 ‘걷는 길’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러라도 숨겨진 명소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목상권 투자 어떻게

▶음식점 고집 말고 콘셉트 차별화해야◀

요즘 뜬다는 골목길 상권에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상가 수요가 몰리면서 권리금, 임대료가 치솟아 창업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임대료 부담이 크면 당연히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고 폐업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기준 ‘골목상권’에 들어선 생활밀착형 43개 업종의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 생존율이 18.4%에 그쳤다. 상가와 오피스 밀집 지역인 ‘발달상권(21.2%)’에 비해 생존율이 훨씬 낮다는 의미다. 특히 일반 점포 생존율은 프랜차이즈 점포보다 훨씬 낮았다. 골목상권의 프랜차이즈 점포 생존율은 73%에 달했지만 일반 점포는 58.4%에 그쳤다.

골목길에서 창업하려면 업종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점포와 비슷한 콘셉트를 고집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일반 음식점이 포화될 경우 지방에서 인기를 끈 맛집 브랜드 점포를 들여오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 없는 디저트 판매점이나 생활소품, 액세서리가게 창업을 추천하는 전문가도 꽤 있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골목상권 자체가 젊은 층 위주의 트렌디한 상권인 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는 점포는 승산이 없다. 다른 점포와 음식 종류, 인테리어를 차별화하거나 멀티숍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반 점포 대신 주차장 사업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일수 대표는 “골목상권에선 대부분 음식점, 카페 창업만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공간 활용만 잘하면 주차장 투자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임대수익, 시세차익을 동시에 기대한다면 기존 상가 투자보다 골목상권 인근 단독주택, 근린상가를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골목길 인근 단독주택에 투자할 때는 리모델링 비용, 공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기자본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한남동이나 홍대 일대처럼 근거리에 여러 개 골목상권이 경쟁할 경우 희소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카페, 식당, 술집 등 천편일률적인 점포가 우후죽순 입점하는 골목상권은 금세 인기가 시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해야 한다. 대신 아기자기한 풍경과 특색 있는 스토리, 테마가 있는 골목상권에 투자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윤재호 대표 얘기는 눈길을 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총 20명, 가나다 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상무,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 김혜현 센추리21코리아 실장,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 윤여신 젠스타 대표,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최순웅 네오밸류 건축본부장,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36호 (2015.12.09~12.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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