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 FOCUS] 도르트문트, 따져보면 얇은 선수층

풋볼리스트 2015. 12.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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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11일(한국시간) PAOK와 가진 ‘2015/2016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C조 6차전에서 0-1로 패배했다. 조별리그 성적은 3승 1무 2패로 조 2위다.

이미 32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르트문트는 주전을 많이 내보낼 필요가 없었다. 이에 따라 골키퍼 로만 바이덴펠러부터 공격수 아드리안 라모스까지 7명이 비주전 선수로 구성됐다. 패배 자체는 후보 선수들의 부족한 실력과 호흡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전 선수 중 꼭 필요한 두어 명이 빠지면 팀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은 도르트문트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주전 미드필더 빠지면 운영 전략부터 흔들

현재 독일분데스리가에서 11승 2무 2패(승점35)의 뛰어난 성적으로 바이에른뮌헨(승점40)과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도르트문트는 딱히 문제를 지적하기 힘든 팀처럼 보인다. 주전이 뛸 때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다. 주전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17골)과 마르코 로이스(8골)를 중심으로 한 공격력이 강력하다. 반대쪽 측면엔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호흡을 맞춘다.

그러나 주전 공격자원이 빠지면 그 자리가 그대로 구멍이 된다. PAOK전에서 도르트문트는 로이스와 미키타리안을 45분씩 출장시키고, 대신 아드낭 야누자이에게 풀타임 기회를 부여했다. 야누자이는 가끔 드리블을 시도하는 것 외에 공격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로이스가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까지 이동하며 분주히 공을 받고 공격을 풀었다. 득점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라모스도 오바메양과 실력차가 분명했다.

미드필드는 팀 스타일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로테이션 시스템에 민감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좋은 조합을 만들긴 했지만 각 선수의 개인 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율리안 바이글은 침착하게 후방에서 패스를 돌릴 수 있는 특이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일카이 귄도간은 넓은 활동범위를 돌아다니며 거리를 가리지 않는 패스와 드리블로 역습의 속도를 높인다. 도르트문트 특유의 빠른 공격은 공격수들이 아니라 귄도간에게서 시작한다.

귄도간이 팀 스타일을 좌지우지한다면, 가가와 신지는 포메이션 측면에서 핵심적이다. 도르트문트는 4-2-3-1로 표기될 때도, 4-1-4-1로 표기될 때도 있다. 도르트문트가 공격할 때는 가가와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할 때는 중앙 미드필더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귄도간과 비슷한 선에서 수비 대형을 갖추고 압박하다가 동료가 공을 따내자마자 중앙으로 파고들고, 상대 압박 한가운데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건 가가와의 특징에 잘 맞는 역할이다.

지난 6일 열린 볼프스부르크전 결승골은 가가와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이날 가가와는 후방에 있다가 앞으로 전진하며 패스를 연결했고, 자연스레 문전까지 침투해 직접 득점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들어간 이 골로 도르트문트가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도르트문트의 팀 전술은 가가와의 1인 2역에 힘입어 돌아간다.

바이글-귄도간-가가와 체제에서 누군가가 빠지면 그 자리를 대체하긴 힘든 구조로 팀이 구성돼 있다. 지난 11월 29일 슈투트가르트전(4-1 승리)에서는 바이글 대신 귄도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곤잘로 카스트로가 평소 귄도간의 위치를 맡았는데, 공격 속도가 느려지고 중앙에서 공이 순환하지 않는 악영향이 생겼다.

그나마 카스트로는 로테이션 멤버들 중 합격점을 받은 편이다. 카스트로는 측면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과 바이엘04레버쿠젠 시절 동료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이 “우리 팀에서 공을 제일 잘 찬다”고 했을 정도로 준수한 기술을 겸비했다. 미드필드 모든 포지션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카스트로 역시 도르트문트 특유의 빠르고 정확한 원터치 패스에 동참하기엔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이나 돌파 능력에서 한계를 보인다.

원래 분데스리가 최고 수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평가 받았던 스벤 벤더는 위르겐 클롭(현 리버풀) 감독 시절 빛난 활동량 대신 더 지능적으로 뛰어야 하는 투헬 감독의 전술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엔 보통 센터백으로 나온다. 벤더가 오랜만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와 19세 유망주 파스칼 슈텐첼과 호흡을 맞춘 PAOK전 전반전에 도르트문트 중원은 경기에서 거의 소외됐다. 공격 상황은 센터백 마츠 훔멜스의 롱패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전 라이트백 마티아스 긴터의 특징도 미드필드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어렵게 만드는 간접적 원인이다. 긴터는 패스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좀처럼 동참하지 못한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패스를 찔러줄 때 훌륭한 타이밍에 오버래핑해 골(분데스리가 2골, 유로파리그 1골)이나 도움을 기록하는 편이다. 긴터의 존재로 인해 공격 전개에 대한 부담이 중앙에 더 가중된다.

언뜻 보면 풍족해 보이지만 사실은 주전을 대체할 선수가 부족한 것이 도르트문트의 형편이다. 유로파리그 4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박주호는 로테이션 자원으로서 그나마 믿을 만한 편이다. PAOK전에서 실점에 간접적인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공격 전개에 동참하는 장면은 긴터보다 많다. 미드필드에서 문제가 더 많아질 경우 중원에서도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할 수 있다. 투헬 감독은 마인츠 시절에도 박주호에게 중앙 미드필더를 요구했다.

주전, 특히 미드필더나 공격수 중 결원이 생기면 이 자리를 보충하기 힘들다는 점이 도르트문트의 고민거리다. 율리안 바이글의 경우 이번 시즌 처음으로 1군 주전을 경험하며 체력 저하에 따른 컨디션 문제까지 겪고 있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과 유로파리그를 계속 병행하려면 후보 선수층을 늘리거나, 더 다양한 선수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전술을 도입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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