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걷는 탐방객, 근현대사가 반긴다.. 골목 투어 명소 대구

2015. 11. 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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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근대문화골목..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엔 가객의 삶과 미소 깃들어
대구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찾은 탐방객이 우산을 쓴 채 기타를 치는 김광석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길은 2008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됐다.
대구 근대골목 투어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 챔니스 주택 뒤로 제일교회가 보인다(위 사진). 83타워에서 본 대구 시내 야경.

그곳엔 시간이 멈춰 있었다.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에는 근현대사가 오롯이 담겨 있었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는 그가 마치 살아있는 듯 문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실핏줄 같이 연결된 근대골목은 근대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될 만큼 ‘골목 투어’ 명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돌아보듯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대구의 골목길 투어 5개 코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제2 코스 근대문화골목이다. 길이는 1.64㎞에 건물이며 길 등이 살아있는 노천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으로 시작하는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출발점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신명여고가 자리하고 있다.

청라언덕에는 1905∼1910년 사이에 지어진 선교사 주택이 있다. 한식과 양식이 조합된 건물이 담쟁이덩굴에 덮여 운치를 더한다. 계성학교 2대 교장인 레이너와 챔니스 등의 사택으로 이용됐던 챔니스 주택은 의료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곳 2층에는 근현대 의료기구들이 잘 보존돼 있다. 순교한 선교사와 그 가족 16명이 잠든 ‘은혜정원’과 1900년 제중원(현 동산의료원) 초대 원장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가져와 심은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의 2세목도 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대구·경북 최초의 기독교 본당인 제일교회가 우뚝하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어 90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3·1만세운동길. 당시 학생들이 도심으로 향하기 위해 이용했던 솔밭길이었던 길가에는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계산오거리 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옛 대구의 풍경과 학생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계단 아래 왼편에는 2012년 방송된 드라마 ‘사랑비’의 촬영 세트장이었던 곳이 카페로 변신한 ‘쎄라비’가 있다. 방송 영상과 탤런트의 사진을 볼 수 있는 1970년대 느낌의 공간으로 잠시 쉬어 가기에 좋다.

여기서 도로를 건너면 길가 담벼락에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회복을 꿈꾼 민족운동가 서상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의 모자이크 초상화와 벽화, 시 등이 그려져 있다. 골목 안쪽엔 복원한 서상돈, 이상화 고택이 정겹게 붙어 있다.

제2 코스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해설사와 함께 골목 투어를 떠날 수 있다. 참가인원은 15인 이상, 참가비는 무료.

방천시장 인근 골목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2010년 11월 20일 문을 열었다. 그는 방천시장 인근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TV와 라디오를 수리하는 전업사를 운영했다. 소년 광석은 5세까지 아버지 곁에서 노래를 듣고, 골목을 누비며 그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골목에 들어서면 1996년 서른셋 나이에 세상을 등진 가객이 살아 움직인다. 생전 공연하던 김광석의 모습을 실물크기로 재현한 동상과 김광석의 환한 미소를 담은 그림이 벽면에 줄지어 손님들을 반긴다.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는 귓가에 생생하고 그의 목소리가 정겹다. 마침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 나와 애잔함을 더한다. 우산을 쓰고 김광석 길은 오가는 이들로 북적였다.

벽화 속 그는 통기타를 메고 하모니카와 휘파람을 불며 노래부르는가 하면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김광석의 초상과 조형물 등 70여 점의 ‘작품’들이 벽면에 일렬로 늘어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높이 4m가량 되는 벽에 그려진 대형 작품들과 새겨진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350m 남짓한 골목길을 걷는데도 족히 1시간을 훌쩍 넘겨야 한다. 김광석을 좋아하고 기리는 작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재해석한 벽화들이다.

대구의 골목길은 화려한 야간조명을 갖추고 있어 밤에 찾아도 좋다. 조명을 받은 옛 제일교회, 선교사 주택 등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에 여유가 없거나 도시의 밤 경관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또 골목투어를 할 때 대구 지하철 3호선(모노레일)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구명품관광코스의 하나인 모노레일 도심관광코스이기 때문이다. 3량의 열차가 ‘하늘길’을 달리기 때문에 대구시를 가깝게 관광할 수 있다. 근대골목은 서문시장역 4번 출구로 나와 7분 정도 걸으면 닿고, 김광석길은 대봉교역 1·4번 출구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대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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