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이숙경 권사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들.. 합창은 진정한 교정"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라는 남성 2부 성가곡이었다. 8쪽짜리 77마디 악보. 꽤 길었다. 남성 유니슨 멜로디로 시작하는 곡은 중간 부분부터 주 멜로디와 화성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화음을 만들었다. 곡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포르테’와 ‘포르테시모’, ‘크레센도’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6일 이숙경(62·신언교회) 권사는 이 악보를 보여줬다. 이 권사는 서울구치소와 남부교도소 등 4군데 교정시설에서 수형자들로 구성된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다. 올해로 30년째다. 이 권사는 매주 목요일마다 남부교도소 예배에서 ‘갈보리 성가대’를 대상으로 반주 겸 지휘를 한다.
“수형자들의 음성은 거칠고 투박하지요. 그러나 한 목소리가 됩니다. 그 이유는 마음으로 부르기 때문입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가사를 생각하면 저절로 하모니를 이룬답니다.”
성악을 전공한 이 권사는 직접 발성을 시연하며 수형자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발성 연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쉽게 가르치기 위해 ‘고양이 발성’을 강조해요. 자음은 높이, 뾰족하게, 빨리 하라고 합니다. 자음이 확실치 않으면 가사 전달이 안 되거든요. 크레센도나 포르테 등 악상기호도 잘 살리라고 당부합니다. 의외로 수형자들이 잘 따라합니다. 배우려는 욕구가 강해요.”
성가 연습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멜로디와 화음을 나눠 연습하고 반복한다. 위축돼 있던 수형자들도 노래를 부르며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한다. 성가곡은 회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다룬 찬양을 위주로 선정한다.
“찬양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만지십니다. 그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진정한 교정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 권사는 말했다.
이 권사는 1985년 당시 영등포교도소를 시작으로 교정선교에 발을 들였다. 그동안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성가대를 조직, 찬양을 인도해왔다. 그는 영화 ‘하모니’에 나오는 실제 합창단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청주여자교도소의 ‘하모니 합창단’에서 지휘를 맡으며 수형자들의 어머니가 됐다. “수형자 형제와 자매들은 언젠가 우리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찬양으로 변화되면 이웃과 진정한 하모니를 이루리라 믿습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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