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설' 감사위원, 왜 재향군인회 가입했나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 김영호 감사위원은 지난 8일 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향군에 가입했음을 알렸다. |
ⓒ 페이스북 |
'총선 출마용 지역구 활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에 임명제청된 이후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될 수 있었던 재향군인회(아래 향군)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돼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육군 소위로 병역을 마친 김영호 감사위원은 지난 8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향군인회 회원으로 가입했다"라며 '7월 24일'자로 발행된 '향군 회원증'을 사진으로 올렸다. 그는 가입 배경과 관련해 "지난 5월 재향군인회장인 조남풍 장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향군 감사 촉구하는 진정서가 묵살되고 있는 동안 향군 가입
하지만 향군은 조남풍 회장의 선거자금 수수와 대의원 매수 의혹, 부적절한 인사 등으로 인해 국가보훈처의 특별감사(6월 26일-7월 17일)를 받았고, 10개 산하기업은 지난 9월 23일부터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조차 "향군은 썩을 대로 썩어 있다"(오신환 의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인사·회계문제 등 내부비리가 심각하다.
특히 지난 6월 17일 향군의 일부 간부들이 향군 감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이 진정서에는 조남풍 회장이 자신의 선거캠프 인사들을 경영본부장 등에 대거 임명했고, 조 회장이 제35대 향군 회장 선거 때 측근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아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진정서를 접수만 했을 뿐 감사에 나서지 않았다. 감사원법(제23조 '선택적 검사사항')에 따라 국가로부터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어서 감사원의 회계감사 대상인데도 진정서를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결국 향군 간부들은 6월 22일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접수시켰다. "국가보훈처와 감사원에 진정하였으나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진정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향군의 한 간부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감사원은 6월 18일 진정서를 접수했다는 문자만 보내왔고, 8월 초에서야 '국가보훈처에서 같은 내용을 감사해서 종결처리 한다'고 알려왔다"라며 "감사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진정서를 검토한 뒤 '감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국가보훈처에 향군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진정서가 접수된 지 나흘 만에 국가보훈처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진정서를 접수하고도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던 감사원과는 대조적으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특별감사 결과 진정서 내용의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 향군의 일부 간부들이 감사원에 접수시킨 진정서. |
ⓒ 구영식 |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사원이 향군 비리의 감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감사실시 여부를 결론내지 않은 상황에서 김영호 현 감사위원이 감사대상인 향군 회장과의 친분이 있었다면 그 영향력 행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종합감사 과정에서 관련 경위를 철저하게 따지겠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진정서는 7월 1일에 접수됐고, 조사 여부 등을 검토하려고 했을 때 이미 국가보훈처에서 특별감사가 실시되고 있어서 8월 7일 종결처리 한다고 진정인들에게 알렸다"라며 "(진정 등) 민원제기가 바로 감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사무총장은 감사원의 감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감사위원(7인)은 감사위원회의를 통해 감사정책과 주요 감사계획 등을 결정하는 요직이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으로부터 임명제청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1952년 창설된 향군은 14개 시·군회(도회 포함), 231개 읍·면·동회를 거느리고 있고 회원수만 38만여 명에 이른다. 향군법은 육·해·공군 예비역과 보충역·제2국민역 제대자, 정관에서 정하는 퇴역 장교와 준사관·부사관 등을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향군은 서울 잠실에 위치한 향군 회관과 중앙고속, 향군상조회 등 10개의 기업을 두고 있다. 연간 400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연간 4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부채가 5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김영호 감사위원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 논의하는 것 곤란"
한편 감사원은 전해철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국감장에서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이다"라고 답변한 김 감사위원의 감사원법 위반 가능성과 관련해 "선거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감사위원의 거취 및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 등을 논의하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9월 14일 감사원 국감 당시 "(김영호 감사위원의 지역구 방문이) 정치활동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다"라고 답변했지만, 감사원은 김 감사위원의 '총선 출마용 지역구 활동'이 감사위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감사원법을 위반했는지를 전혀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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