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여진구, 멋있어
이번엔 북한군? 여진구의 약동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기 만하다.

그래피티 패턴의 점프수트는 Untage. 화이트 티셔츠는 Jeep. 슈즈는 Camper. 반지는 Justin Davis.

데님 재킷은 J Koo. 화이트 티셔츠는 Raf Simons by Galleria West. 데미지 진은 Perdre Haleine. 옐로 스니커즈는 Converse.

데님 재킷은 J Koo. 화이트 티셔츠는 Raf Simons by Galleria West.
올여름도 그냥 가질 않는다. 여름과 겨울 중 선호하는 계절은? 여름보단 겨울이다. 열이 많은 체질이다. 그렇다고 추위에 강한 것도 아니다. 개봉 예정인 <서부전선>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데다 지난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안 봐도 훤하다. 영화 자체가 무겁지 않아 즐겁게 찍은 장면들이 더 많다. <웰컴 투 동막골>처럼 코미디와 인간애가 잘 섞여 있다. 설경구 선배의 ‘남복’과 내가 연기한 ‘영광’은 각각 남한군과 북한군의 졸병이다. 비밀 문서를 두고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진지하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여기서 나오는 유머 코드가 있다.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했으니 더 이상 신인이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서툰 게 있나 선배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깊이, 표정,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 배워야 할 게 많다. 중학생 때는 지금 나이가 되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많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
잘한다 싶은 게 하나쯤 생기지 않았을까 촬영현장의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라 익숙하다. 설경구와 호흡을 맞췄다. 나이가 많은 배우들과는 어떻게 친해지나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연기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선배들에게 거침없이 물어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쟤는 열심히 하려나 보다’라며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설경구와 공유한 고민은 원래 캐릭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날것 그대로’란 표현처럼 뭔가 막혔을 때 고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연기했다.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가 전적으로 믿어줬다.
무엇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었나 영광은 지금껏 맡은 역할 중 나와 가장 닮았다. 나이와 성격도 비슷해서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려 했다. 그는 남복이 분실한 비밀 문서를 갖고 부대로 돌아가 인정받으려 한다. 하지만 실상은 의욕만 앞서지 ‘허당끼’가 넘친다. 나도 매사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막상 닥치면 긴장을 엄청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진지하고 바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서부전선>에서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사투리 연기도 새롭다. 중저음 목소리와 어울릴 것 같은데 많이 한 대사는 설경구 선배가 적군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욕을 많이 한다. ‘개간나’ ‘종간나새끼’ 이러면서. 욕 대사를 어려워하자 선배가 그냥 하라고, 때리는 장면에서도 살살 하지 말라며 편하게 대해줬다. 사실 선배도 나한테 욕을 엄청 한다. 처음 군복을 입은 모습을 봤을 땐 굉장히 어색했지만 촬영을 거듭할수록 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휴가를 가는 군인처럼 ‘칼 다림질’해 줄을 빳빳하게 잡으며 멋을 부리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몰라주더라.

셔츠는 Valentino by Koon. 팬츠는 PushButton. 슈즈는 Dior. 반지는 Justin Davis.

카키 컬러의 버뮤다 재킷은 Berkhan. 블랙 팬츠는 Calvin Klein Platinum. 블랙 워커는 Dr. Martin. 반지는 Frica. 밀크 박스 테이블은 Hibrow.
열아홉 살 여진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외모 때문에 20대 초중반 같다지만 아직 교복이 어울리는 나이다. 교복 입는 게 지겹기도 했지만 졸업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괜한 애착이 생겼다.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왜 10대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다. 허용된 범위 내에서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른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오묘한 기분이 들고 감정적인 변화도 잦다. 또 성인이 되면 현실적으로 변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친구들 사이의 화두는 아무래도 입시와 진로다. 축구와 게임 이야기만 하던 친구들이 점점 철이 들면서 어른이 돼서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달리 나는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서 학교에 있을 시간을 촬영장에서 보냈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이런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이해해 주려고 한다.
김윤석, 설경구 등의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한 적 있나 선배들과 비슷한 나이가 됐을 때 지금 내 나이쯤 되는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 생각으로는 왠지 애송이 같고 미덥지 못할 것 같다. 나도 이런데 선배들은 오죽할까. 나를 동료로 받아주고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10년 동안 연기해 왔는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여진구의 야망은 언젠가 내 마음에 꼭 드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러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한 편쯤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내 연기에 만족이란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지면서 부족한 점만 보인다.
온통 연기에 대한 생각뿐인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흥미가 당기나 음식과 악기, 여행. 특히 먹는 이야기를 하면 표정이 밝아진다고들 한다.
반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누구와 함께 연기하고 싶은지 물을 때마다 한 명을 고르기가 어렵다. 요즘 여진구의 연관 검색어는 박보영이다. 그녀가 멜로 연기를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이슈가 됐다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이야기해 줘서 감사하다.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워낙 사랑스럽게 나오잖아.
멜로 장르는 자신 있나 거부감은 없지만 무뚝뚝하고 오글거리는 멘트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이다.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면 할 만하다. 나보단 대중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보는 입장에선 아직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다. 아까 보니 <엘르> TV 영상을 촬영하면서 ‘잘자요’란 멘트를 멋지게 하던데 얼굴에 철판을 깔고 했으니까.
PHOTOGRAPHER 최문혁
EDITOR 김영재
STYLIST 공지연(Euphoria Seoul)
HAIR STYLIST 윤성희(Jacqueline)
MAKEUP ARTIST 소연(Jacqueline)
ART DESIGNER 조효정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