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몬과 '노면전차'가 있는 구마모토 여행
[오마이뉴스 김종길 기자]
▲ 규슈 신칸센의 객실. 규슈 신칸센은 후쿠오카(하카타 역)에서 남부의 중심 도시 가고시마까지 달린다. |
ⓒ 김종길 |
5일간의 규슈여행에서 깨달은 것은 규슈가 경상도보다 훨씬 넓어(실제로는 두 배 정도 더 넓다) 실제 섬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옥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곡창지대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이란… 이곳에 와서야 규슈가 왜 역사적으로 일본 본토와 한반도, 중국, 유럽의 국가들에게 있어 중요한 요충지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구마모토는 예부터 '불의 나라' 또는 '비옥한 나라'로 불리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칼데라인 아소 산과 구마모토 평야가 있어 그렇게 불린 것이다. 동쪽으로는 아소 산을 비롯해 높은 산들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구마모토 평야와 야쓰시로 평야가 해안까지 이어진다.
▲ 하카타에서 구마모토로 가는 길의 풍경.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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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내내 구마모토의 땅 이름에 집착했다. 원래 지명에 관심이 많기는 했다. 지명을 알면 그 지역의 반을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서다. 근데 구마모토만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한자로 '웅본(熊本)'인데 왜 곰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지, 대개 현지에 도착해 보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산지보다는 너른 들판에 있는 구마모토의 평야와 시가지를 보며 곰의 고장이라는 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의문은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여행이 끝나고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이던 끝에 겨우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구마모토라는 지명이 곰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짐작은 예상대로였다.
▲ 스이젠지 공원의 상가에 있는 구마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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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히고(肥後) 지역의 다이묘가 된 가토 기요마사가 구마모토에 성을 쌓으면서 '곰 熊'자를 써서 오늘날의 구마모토가 된 것이라 한다. 다만,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히고 국으로 불리었으며 폐번치현(?藩置?, 지방통치를 담당했던 번을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부(府)와 현(縣)으로 일원화한 행정개혁) 때 구마모토 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본에서 지명에 '구마'가 들어가는 지역들은 수리 시설이 잘 되어 벼의 생산이 많은 곳이란다.
구마모토 시의 북동쪽에 있는 기쿠치 지방은 에도 시대에 곡창 지대로 알려졌으며, 기쿠치미(菊池米)는 반슈미(藩州米), 비슈미(備州米)와 함께 최고급의 품질로 여겨져 오사카의 경제 중심지인 도지마의 쌀 시세를 결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기쿠치 강 하구 가까이의 다카세(지금의 다마나 시, 규슈 신칸센이 지나는 구마모토 역의 직전 역)도 구마모토 번 최대의 쌀 적출항으로 알려져 있다.
▲ 우리가 묵었던 호텔 셔틀버스에도 구마몬 캐릭터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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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전차 '트램', 1일 승차권의 마법
9시 9분 하카타역을 출발한 신칸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9시 47분에 정확히 구마모토 역에 도착했다. 일본에 신칸센이 처음 들어온 건 1960년대였다. 1964년 10월 도쿄 올림픽이 열렸고 이때 토카이도 신칸센(東海道 新幹線)이 처음 개통되었다. 1959년에 착공하여 5년 만에 개통한 것이다. 당시에 시속 200km로 도쿄와 오사카를 주파했는데, 그 역사가 이미 반세기를 지났다. 규슈 신칸센은 후쿠오카(하카타 역)에서 남부의 중심 도시 가고시마까지 달린다.
▲ 구마모토 역의 물품보관소. 사용료 500엔. 배낭을 이곳에 보관해서 가볍고 자유롭게 구마모토를 여행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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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유창한 한국말에 우리는 금세 기쁜 낯빛이 되었으나 문제는 그 노인이 사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결국 노인이 일본어로 적힌 사용법을 우리에게 읽어주었고, 우리는 이리저리 시도를 해서 마침내 배낭 셋을 보관소에 넣어둘 수 있었다.
다음은 구마모토의 명물 노면전차(트램)의 승차권을 구입해야 했다. 적어도 오늘 하루 노면전차를 네댓 번은 이용할 것이라 1일 승차권을 사기로 했다. 역 구내 안내소에서 구마모토 시내를 하루 동안 400엔으로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1일 승차권(1Day Pass)을 구입했다. 승차권을 본 순간 우리는 마법에 걸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안내소에서 이미 직원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당혹스러웠다. 겨우 기억을 더듬어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다행히도 승차권에 안쪽 면에 영어로 쓰여 있는 사용법을 발견했다.
▲ 구마모토 노면전차의 1일 승차권. 승차권 안쪽 면의 네모난 은색 칸을 동전으로 긁어서 노면전차를 타는 ‘년, 월, 일’의 숫자를 드러내어 당일 승차권임을 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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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의 노면전차는 A라인과 B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진의 노면전차에 A라고 적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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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의 노면전차. 겨우 한 칸의 작은 전차임에도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이 친절히 안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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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라인 3번역 구마모토 역에서 우리의 첫 여행지인 10번역 구마모토 성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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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의 노면전차는 현대 도시의 피로와 삭막함을 덜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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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면전차를 운행하는 기사는 연신 안내방송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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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역에 내렸다. 일본의 3대 명성, 난공불락의 구마모토 성에서 난 두 명의 역사적 인물을 만날 것이다. 그들은 가토 기요마사와 사이고 다카모리이다.
▲ 일본의 3대 명성, 난공불락의 구마모토 성의 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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