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주거안정대책, 전문가들 "집주인 리모델링 유인책 부족"
[아시아경제TV 윤나영, 노태영 기자] 정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중산층의 주거안정 도모라는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공공성을 지닌 주택이 다양화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서울 및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노후화 된 주택을 리모델링 해 1~2인 가구 등 주거 취약 계층에게 공급한다는 취지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도 공실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LH가 참여해 주택 소유자 중 고령자에게도 큰 어려움 없이 리모델링 임대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서민 및 중산층 주거안정정책 중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대책에 대해 공감한다"며 "하지만 실효성 부분에서 우선 1000가구 대상으로 시행하는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기존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큰 차별화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대책 가운데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경우 집주인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주인이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 최소 8년에서 최장 20년까지 독거노인이나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시세의 50∼80%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 대신 주택도시기금이 1.5%의 저리에 호당 최고 2억원의 개량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지원 수준이 집주인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 센터장은 "임대 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감안할 때 저리대출이라는 혜택에 비해 과한 감이 있다"며 "아무리 리모델링비를 기금에서 지원한다 하더라도 최소 8년 이상을 주변 시세의 절반에 가까운 임대료만을 받는 데에 선뜻 나설 집주인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20~30년 된 노후 주택을 굳이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개량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몇 번 있었지만 세를 주려고 대출을 받아 집을 고치려는 집주인은 거의 없었다"며 "아무리 저리라고 해도 집주인에게는 결국은 상환해야 하는 빚"이라며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라 하더라도 고정적인 월수익을 원하고 임대주택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집주인의 경우는 충분히 참여의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직접 임대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고령자 등이 노후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저리에 대출을 받아 집을 개량하고서 자신도 그곳에 거주하며 LH에 관리를 위탁해 임대료를 받으려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택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 등의반응이 엇갈렸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단 정비사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동별 동의요건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전체 단지의 동의율과 상관없이 일부 동이나 상가의 반대로 정비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부센터장도 "주택 정비사업에서는 다양한 점포가 입점한 상가를 아파트의 한 동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상가 주인들의 반대로 동별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 상당히 많다"며 "요건이 완화되면서 정비사업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준주거·상업지역 내 정비사업 시 일정 비율의 범위 내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아 분양 성공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사업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지면 이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로 전·월세 가격이 올라 오히려 중산층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함영진 센터장은 "주택정비사업 규제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비사업 동의요건이 완화되면 결국 조합이 가장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활발히 이뤄지면 전·월세 시장에서 가격상승이 오히려 이뤄져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의 기본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주택 정비사업 규제 완화방안에 대해 "중상층을 위한 임대시장 안정화보다는 멸실을 가속화시켜 임대시장 불안정과 임대료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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