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강화 방안.."방향성 공감, 실효성은 '글쎄'"
전문가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시범사업 유인 효과 낮아"
정비사업 규제완화 환영…"이주수요 증가로 전세난 심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정부가 2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중산층의 주거안정 도모라는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1인 가구 도입 방안을 비롯한 일부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구심을 나타내며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 "그동안 주택정책에서 소외됐던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제대로 추진된다면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리모델링 임대 도입과 전세임대 공급 확대 방안 등은 임대주택 공급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사업인 만큼 상당히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전세난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올바른 방향이고 이러한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부 대책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경우 충분한 유인책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주택도시기금이 1.5%의 저리에 호당 최고 2억원의 개량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최소 8년, 최장 20년까지 독거노인이나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시세의 50∼80%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려는 주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감안할 때 저리대출이라는 혜택에 비해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집주인 입장에서 유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집주인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요즘은 집이 노후화되면 웬만하면 헐고 다시 짓겠다는 생각하지 20∼30년 된 노후 주택을 굳이 돈을 빌려서까지 개량할 생각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개량 자금을 저리에 지원하더라도 참여도가 높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박합수 부센터장도 "과거 유사한 정책이 나왔을 때에도 세를 주려고 대출을 받아 집을 고치려는 집주인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저리라고 해도 집주인에게는 결국은 상환해야 하는 빚"이라며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조금만 노력하면 시세에 맞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데 대출을 받아 집을 고치고 8∼20년씩 시세의 50∼80%밖에 임대료를 받으려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위탁하는 집주인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인센티브가 크지 않아 집주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직접 임대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고령자 등이 노후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저리에 대출을 받아 집을 개량하고서 자신도 그곳에 거주하며 LH에 관리를 위탁해 임대료를 받으려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주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하더라도 고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원하고 임대주택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집주인이라면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제시한 주택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건설업계 모두 정비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합수 부센터장은 "주택 정비사업에서는 다양한 점포가 입점한 상가를 아파트의 한 동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상가 주인들의 반대로 동별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 상당히 많다"며 "요건이 완화되면서 정비사업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동별 동의요건 완화 방안은 그동안 전체 단지의 동의율은 충족하지만, 일부 동이나 상가의 반대로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던 단지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 추진이 종전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준주거·상업지역 내 정비사업 시 일정 비율의 범위 내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아 분양 성공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사업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상가 시설이 과다해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상가 대신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면 분양성도 좋아지고 사업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가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겨 오히려 중산층 주거안정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함영진 센터장은 "정비사업 동의 요건이 완화하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성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가격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텐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합수 부센터장은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오를 수 있지만 재건축 후 양질의 주택을 다량 공급한다면 전세난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문제만 생각할 수 없고 재건축을 신속하게 진행해 주택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수 진흥실장도 "그동안 강남 지역의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주 수요가 분산되지 못해 전·월세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비사업이 더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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