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책상] 공부는 암기 아닌 흐름 파악.. 외우기 전에 목차부터 읽어요

박형수.김경록 2015. 8.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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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된다는 정호진군. 연습장도 없이 교재 한 권만 펼쳐놓고 소설 책 읽듯 죽 읽어나가며 공부한다. 정군은 “교과서를 여러 차례 읽는 게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된다”고 말했다.
교과서에는 꼼꼼하게 필기를 한다. 수업 시간에는 샤프만 활용해 정리하고 복습을 하면서 중요한 내용에 색깔 펜으로 표시한다.

서울 동북고 2학년 정호진군머릿속 학습 지도 그리고 빈틈 채워가각 개념 어떻게 연결되는지 반복 학습문제집, 출제 의도 파악하며 술술 훑어

“왜 문제집 하나도 안 풀었어?” “자습시간에 공부 안 하고 무슨 딴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동북고(서울 강동구) 2학년 전교 1등 정호진군이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다. 정군은 자율학습 시간에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는 대신 교과서나 문제집을 소설책 읽듯 눈으로만 훑는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라는 수학도 문제집은 새 책처럼 깨끗하다. 책장을 넘겨봐도 ‘진리집합 문제는 벤다이어그램’이나 ‘분모가 0이 되면 안 됨’ 같은 간단한 메모가 문제 옆에 가끔씩 적혀 있을 뿐이다. 정군은 “문제 풀이나 단어 암기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내용을 배우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며 “교과서에 나온 학습 목표와 학습 활동을 꼼꼼히 살피고, 이 단원을 배우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면 교과서 내용이 읽는 족족 머릿속에서 정리된다”고 말했다.

무작정 공부보다 큰 맥락 먼저 확인

정군의 공부 방법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학습 지도 그리기’다. 머릿속에 학습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커다란 지도를 그려놓고, 단원별로 공부하며 지도 속의 세부 지형지물을 촘촘히 채워 나가는 식이다.

지도 그리기의 첫걸음이 교과서 읽기다. 정군은 공부를 시작할 때 교과서의 목차부터 찬찬히 훑고, 단원의 학습 목표와 학습 활동을 자세히 읽는다. “이 단원에서 내가 배워야 할 내용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중요한 내용과 관련 예시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문학 교과서에 ‘제망매가’라는 향가 작품이 실려있다면 대다수 학생은 무작정 작품부터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게 마련이지만 정군은 다르다. “교과서 목차를 보면 이 작품이 ‘수용하는 방법’이라는 큰 단원과 ‘서정 갈래의 이해’라는 작은 단원에 속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서정 갈래가 서사 갈래와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 서정 갈래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걸 알고, ‘제망매가’를 보면 중요한 포인트가 훨씬 눈에 잘 띈다”고 설명했다.

수학과 과학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의 목차와 단원별 학습 목표 등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주요 흐름도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넣는다. 교과서에 나온 여러 개념이 그 흐름도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정군은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가며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게 어느 맥락에 속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파악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들을 왜 배우고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군이 자습 시간에 딴생각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이런 공부 방법 때문이다.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보다, 그날까지 배운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놓친 부분만 다시 확인하는 게 그의 복습 방법이다. 그는 “내가 모르는 게 뭔지 찾아서 끝까지 익히는 게 공부”라며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써보는 것보다는 놓쳤던 것을 찾아내 그것을 다시 머릿속에 채워넣기 위해 애쓴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실수 패턴 보완하는 게 관건”

이런 정군의 공부 방법은 얼핏 쉬워 보인다. 연습장을 까맣게 채워가며 개념을 암기하지도 않고, 문제집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반복해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다. ‘머리 좋은 우등생의 편한 공부법’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군은 “머릿속에 담긴 큰 지도를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빈 부분을 찾아 메워가는 공부법은 절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을 펼칠 때마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서 반복해 정리하다 보면 지루할 때도 있고, 성취감도 적다. 정군은 “매일 머릿속 지도에서 빈틈을 조금씩 채워가는 식이라,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제자리걸음인 채로 멈춰있는지 파악이 잘 안 된다”며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적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개념 학습에 지칠 때면 문제집을 펼친다. 정군은 “전체적인 흐름이 잘 잡혀있으면, 문제를 보기만 해도 출제 의도가 바로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나 과학처럼 개념 이해가 필수인 과목은 물론이고, 수학도 책장을 술술 넘기며 출제 의도만을 공부할 때가 있다”고 했다. 정군의 수학 문제집이 새 책처럼 깔끔한 건 이 때문이다.

개념을 아무리 철저히 파악했어도 고난도 문제에서는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군은 “수학에서 적분 문제가 특히 어렵다”며 “개념뿐 아니라 지수로그·함수·방정식 등 서너 단원에 걸친 다양한 개념이 한 문제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풀이법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문제는 곧바로 해답지를 확인한다. “해답에서 제시된 풀이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며 원초적인 개념들을 찾아낸다”며 “개념을 알고 있다고 해서 문제 풀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난도의 문제 유형을 많이 보고 나의 실수 패턴을 보완해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한 절제력, 인터넷은 주말에만

문제집이나 연습장은 새것처럼 깨끗하지만, 교과서는 전혀 다르다. 여느 학생보다 더 가지런한 글씨로 빼곡히 필기가 돼 있다. 정군은 “필기를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편”이라며 “선생님 말씀을 그냥 받아적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기에도 정군만의 요령이 있다. 수업 시간에는 샤프만 활용해서 자세히 필기하고, 복습하면서 핵심 내용에만 빨간펜이나 파란펜으로 표시해둔다. 정군은 “처음부터 색깔펜으로 화려하게 필기를 한 적도 있는데 오히려 중요 내용이 더 눈에 띄지 않아 한눈에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며 “기본 필기는 단순하게 하고 주요 내용에만 포인트를 주는 게 복습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정군은 가장 취약한 과목으로 영어를 꼽았다. “머릿속에 전체적인 흐름도를 그려넣기 힘든 과목이라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학습 방법이 통하는 어법 영역과 달리 단어 암기나 독해 연습 등은 따로 해야 한다. 하지만 꾀부리지 않고 기본부터 다져나가는 방식은 마찬가지다. 매일 영단어를 50개씩 외운다. 예문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문장 구조를 분석하며 단어 활용의 예까지 꼭 짚어본다”고 말했다.

정군은 자기절제가 강한 편이다. 어머니 신은영(서울 둔촌동)씨는 “호진이가 지난해 TV를 없애달라고 부탁해서 집에 TV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사전 등 학습용으로만 쓰고, 인터넷도 주말 오후에 30분~1시간 남짓하고 나면 스스로 절제한다”며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 시간은 오히려 적은 편이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게 호진이의 성적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매3비(키출판사), 문학 자습서(해냄에듀), 평가문제집(해냄에듀)
수학: EBS올림포스(한국교육방송공사), 블랙라벨(진학사), 1등급수학(이투스)
영어: 쎄듀-어법어휘 모의고사(쎄듀), 숨마쿰라우데 워드매뉴얼(이룸이앤비)
과학: 하이탑-생명과학(두산동아), 완자-화학(비상교육)

엄마의 즐겨찾기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대상 설명회와 강의 연 6회 참여
대치동 학원의 대입설명회 연 6회 참여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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