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무더위 대형마트 채소값의 비밀

이소아 2015. 8. 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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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팔 무, 6월에 대규모 계약 구매 .. 시세보다 값이 싸죠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가뭄에 태풍에 무더위까지 겹치며 채소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주말에 가족과 집 근처 대형마트를 가보면 대대적인 야채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요. 대형마트는 날씨와 관계없이 어떻게 채소를 싸게 팔 수 있는 건가요.

A 틴틴 여러분, 요즘 채소값이 치솟아 ‘금값’인 건 사실이랍니다. 지난달엔 가뭄에 태풍이 위력을 떨치더니 최근엔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무더위가 며칠째 이어졌죠.

 이래저래 채소가 자라고 유통되기에 좋지않은 환경이 계속돼 당분간 채소값은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랍니다. 일례로 8월11~17일 도매시장(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양파값은 1kg에 1607원으로 평년보다 2배 넘게 비싸요. 대파는 1kg에 1970원으로 지난해보다 60% 가까이 가격이 올랐고, 무·상추·풋고추 가격도 떨어질 기미가 없네요. 여러분에게 늘 ‘야채를 많이 먹어야 몸에 좋다’고 하시는 부모님도 반찬 값 걱정이 많으실 거예요.

가뭄·태풍 와중에도 30% 할인행사

그런데 이런 와중에 대형마트들은 제철 채소를 시중가보다 30% 안팎으로 싸게 파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기간을 정해서 하지만 할인행사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할인을 받아 물건을 싸게 사곤해요. 밖에선 ‘채소대란’이라는데 매장 안에선 직원들이 ‘할인합니다!!’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참 대조적이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여러분은 ‘규모의 경제’란 말을 자주 들어보셨죠. 쉽게 말해 많이 구매(또는 생산)하면 할수록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떨어져 수익성은 좋아지는 현상이에요. 친구 여러 명을 모아 공동구매를 하면 혼자 사는 것보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대형마트들이 그 비싸다는 채소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것도 기본적으론 규모의 경제 덕이에요.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주체는 구매력, 즉 ‘바잉파워(buying power)’를 갖게 돼요. 배추 1000통을 사겠단 사람은 아무래도 10통을 사는 사람에 비해 ‘내가 많이 살 테니 값을 좀 깎아달라’고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채소 같은 신선식품은 과자나 라면 같은 가공식품과 달리 무조건 많이 사들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나서 자라는 기간이 짧고 특정 시기에만 나오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올해처럼 가뭄이나 태풍 등 기상 여건이 안 좋으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도매 가격이 춤을 추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날씨가 안 좋아 배추가 다 썩어버렸다면 멀쩡한 배추가 많은 농가가 비싼 값을 요구할 ‘파워’를 쥐는 겁니다. 반대로 그해 배추가 차고 넘친다면 농부 아저씨는 아주 싼값에 울고 싶은 심정으로 배추를 팔 수 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그 만큼 채소나 과일을 일정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계약 시점과 납품 시점 가격 중간값 지불

자, 이제 대형마트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대규모 물량을 사전에 예상되는 가격으로 사들이는 겁니다. 일명 사전계약 구매, 더 줄여서 사전구매라고 합니다. ‘우리가 채소를 이 정도 가격에 이만큼 사갈게요’라고 농가와 약속을 하는 거죠. 농가는 미래 기상에 따라 낭패를 볼 수도 있는(물론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위험 가능성을 미리 없애고, 마트들은 사전에 약속한 가격에 판매할 물량을 확보해 서로 ‘윈-윈(Win-Win)’이 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성사되는 거죠.

 여기서 잠시 이마트 채소 바이어(구매자)인 곽대환 아저씨를 소개할게요. 곽 바이어는 이미 지난 6월 중순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면으로 출장을 갔어요. 줄포면 일대에선 봄무가 많이 나는데 ‘올해는 가뭄이 이어져서 작황이 안 좋겠구나. 품질이 좋은 봄무를 많이 사서 비축해두자’고 판단한 거죠. 곽 바이어는 곧바로 무를 재배하는 박경량(65) 농부를 만났어요. 그리고는 “무가 신선할 수 있게 무청을 최대한 짧게 잘라주시고 가뭄피해가 적었던 밭자리에서 난 무를 납품해주세요. 저희가 100t(약 5300박스)을 사겠습니다”라고 설득했어요. 베테랑 농부인 박 씨는 올해는 무 가격이 오르겠다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잠시 망설였어요. 이 때 중요한 건 가격이죠. 통상 대형마트들이 농가(산지)와 직거래를 할 때는 금액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고 계약 시점과 납품 시점 가격 사이에서 거래가격을 정합니다. 계약을 맺을 때 봄무 한 개에 500원이었는데 납품할 때 1000원으로 훌쩍 뛰었다면 700원 정도를 농가에 지불하는 거죠.

 여기에 곽 바이어는 무가 입고되는 바로 다음날 전체 대금을 현금으로 정산 완료겠다고 약속했어요. 일반적인 거래에서 대금은 납품 후 15일 후에나 들어오는데 농가 입장에서도 유용한 조건인 셈이죠. 이렇게 적정 가격에 사전 계약을 통해 들여온 무는 8월 무값이 크게 뛰는 상황에서도 시세보다 30% 가까이 싼 가격에 소비자 장바구니에 담길 수 있는 겁니다. 요즘 대형마트들은 이렇게 직접 생산지를 찾아가는 ‘직거래’를 한답니다. 이것도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어요.

직거래 통해 유통 단계 최소화도 한 몫

일반적인 채소의 유통단계는 ‘농가→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매인→포장·선별업체→판매점(시장·마트·슈퍼마켓 등)’인데, 단계를 하나 거칠 때마다 최소한 5%의 마진이 붙어서 가격이 점점 불어나요. 하지만 ‘농가→판매점(마트 등)’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면 유통 비용을 그 만큼 아낄 수 있는 거죠. 물론 이것도 대형마트들이 제품을 선별·포장·배송까지 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물류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데 유리한 셈이죠.

 대형마트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는 과일·채소·수산·축산 등 100여개 품목의 가격을 유통 단계별로 조사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팔겠다는 일명 ‘가격투자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여기에만 매년 수백억원이 든다는데 특히 올해 3월부터는 자체 마진 1000억원을 포기해서라도 신선식품 가격을 1년 내내 낮추겠다고 선언했어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간 수백억원을 쓰는 대형마트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해요.

 자, 이제 대형마트들이 시세에 영향을 덜 받고 채소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대략 이해되셨나요.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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