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굴팀, 블레셋 '가드 성벽' 첫 발견.. 임미영 박사팀 개가
이스라엘 중부 텔 자피(Tel Tzafit) 유적지에서 한국인 성서고고학 발굴팀이 2900년 전 블레셋 도시의 성벽을 발견했다. 그동안 블레셋 도시들이 드러난 경우는 있었지만 성벽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텔 자피는 성경 지명상 ‘가드(Gath)’에 해당한다.
한국 발굴팀장 임미영(국제성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박사는 13일 “주전(BC) 9세기로 추정되는 두께 2.2m의 거대한 돌들이 놓여있는 흔적을 비롯해 30m 길이의 벽을 발견했다”며 “이는 열왕기하 12장 17절에서 하사엘이 가드를 점령했다는 것과 역대하 26장 6절에서 웃시야가 가드의 성벽을 파괴했다는 내용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박사에 따르면 거대 돌은 성벽과 연결돼 있다. 또 4m 두께의 탑을 연상시키는 구조물도 함께 발견됨에 따라 거대 돌은 성문(城門)의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 박사는 “이는 당시 블레셋의 중심지가 가드였으며 규모가 큰 도시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반 고고학계에서는 가드가 작은 도시였으며 이스라엘 역시 소규모 도시국가에 불과하다는 학설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이스라엘이나 블레셋 도시들이 오합지졸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가드는 아스돗 아스글론 에그론 가사(가자지구)와 함께 블레셋의 5대 도시 중 하나였다. 가드는 다윗과 싸웠던 골리앗의 고향(삼상 17:4)이기도 하다. 성서고고학계는 그동안 가사를 제외한 4개 도시들에서 블레셋인들의 토기와 함께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임 박사는 “올해 발굴에서는 블레셋 시대의 철기 제조 작업장도 발견돼 성경에서 블레셋인들이 철기를 다루었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며 “가드는 BC 9세기 시절 요새화된 철기 제조장을 갖춘 거대 도시였다”고 말했다.
구약성경 사무엘상(13:19∼22)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 중엔 대장장이가 없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보습이나 삽, 도끼, 괭이 등의 철 연장이 필요할 때마다 블레셋 마을로 가야 했다.
텔 자피 유적지는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교 아론 메이르 교수의 지휘 아래 1996년부터 발굴이 진행돼 온 곳이다. 임 박사는 2001년부터 이곳에서 발굴지도자(supervisor)로 활약하면서 7년 간 한국 학생들과 함께 발굴 작업을 해왔다.
이번 발굴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신대 신대원 2명, 성서대 대학원 1명, 히브리대 유학생 3명 등이 참여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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