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에 몸 담그니, 마음의 문이 스르륵..
[오마이뉴스 이상기 기자]
▲ 야스기를 지날 때 멀리 보이는 다이센 |
ⓒ 이상기 |
이제부터는 쉬지 않고 요나고(米子)까지 직행할 것이다. 길은 신지호수와 마츠에 그리고 나카우미호수 남쪽을 지나간다. 날씨가 조금씩 좋아진다. 야스기(安來)시를 지날 때쯤에는 저 멀리 다이센이 보인다. 구름이 산 정상을 덮고 있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임을 알 수 있다. 다이센은 높이가 1729m나 되며, 산인지방의 후지산으로 불린다.
산인 고속도로를 따라 가이케 온천으로...
▲ 히노가와(日野川)를 지나며 보이는 다이센 |
ⓒ 이상기 |
이곳 다이센 지역에는 산과 바다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농산물로 '20세기 배', 사과, 블루베리, 브로콜리가 유명하다. 축산물로는 소고기와 유제품이 있다. 바다에서는 소라와 미역이 많이 난다. 음식물로는 다이센 소바와 찰밥이 유명하다. 산채를 넣어 만든 찰밥은 축제음식으로 만들어졌다. 메밀의 껍질까지 갈아서 만든 검은 면은 메밀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센에서는 5월부터 12월까지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5월초 등나무꽃 축제가 있고, 하순에는 미유키 축제가 있다. 6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다이센산 개방제가 있고, 7월 하순에는 다이센 산악 마라톤 대회가 있다. 그리고 10월 하순에는 다이센 단풍축제가 열린다. 12월에는 또 스키장 개방제가 열러 이듬해 2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과자의 성 고토부키에서 또다시 만난 기타로
▲ 과자의 성 고토부키 |
ⓒ 이상기 |
온천으로 가는 길에 잠깐 과자의 성 고토부키죠(壽城)에 들른다. 고토부키성은 일본 과자와 서양과자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과자 생산판매점이다. 그러나 주안점은 역시 일본 과자다. 1993년 요나고성을 모델로 축성되었고, 석축 일부는 실제 요나고성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내부는 생산과 판매점으로 나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판매점이다.
▲ 신이 된 네즈미 오토쿠 |
ⓒ 이상기 |
이 층에는 또한 기타로 상점이 있다. 상점 입구에 네즈미 오토쿠를 모신 작은 신사가 있다. 그리고 상점 안에는 기타로 관련 상품이 350가지 정도 진열되어 있다. 캐릭터, 책뿐 아니라 티셔츠도 보인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관련 상품도 있다. 기타로 상점을 나오면서 벽면을 보니 근처 폐사지에 있던 불화가 재현되어 있다.
▲ 재현된 불화 |
ⓒ 이상기 |
가이케 온천 이야기
▲ 료칸에서 바라 본 바다 풍경 |
ⓒ 이상기 |
바닷가로 나가 산책을 할 수도 있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그렇게 운치가 있지는 않다. 잠깐의 산책에서 돌아와 바로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온천장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 가이케 온천은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해수탕이다.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미용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일반탕과 로텐부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원에 따로 에도부로 노천탕이 있다.
▲ 가이케 온천 |
ⓒ 이상기 |
1960년대 일본 경제가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늘었고, 1978년 유미가하마(弓ヶ浜) 해수욕장을 정비해 관광지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1981년 일본 최초로 일본 철인 3종 경기 트라이애슬론을 개최해, 그 발상지가 되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현재까지도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3.8㎞) 사이클 (180㎞) 마라톤(42.195㎞) 세 가지 종목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그러므로 철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지구력 경기다.
▲ 트라이애슬론의 발상지임을 알리는 입간판 |
ⓒ 이상기 |
그 때문에 여행 다니기가 아주 쉽고 편리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다른 여행지에서는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여러 권 샀는데, 이곳 산인 지방에서는 겨우 만화책 한 권만 샀다. 나머지는 모두 관광 안내 팸플릿과 리플렛을 이용하면 된다. 이들은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되어 있다. 일본 여행이 점점 더 쉽고 편해진다.
부자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로하다
▲ 이즈모 다이샤에서 스사노 노미코토 동상을 훙내내는 아들 |
ⓒ 이상기 |
그 때문에 자식들도 아버지인 나에게 자신들의 속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문제는 엄마와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부모가 자식들을 엄하게 키우면 자식들이 사춘기 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딸들은 그나마 그 감정을 잘 해소했는데, 아들은 그 감정을 마음속에 쌓아놓았던 것 같다.
부자간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고, 또 이야기를 해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능하면 아버지라는 우월한 입장을 버리고 자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으니, 내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 가이케온천 료칸의 로비에 선 아들 |
ⓒ 이상기 |
아들의 전공은 법학이다. 전공으로 봐서는 법조와 행정 계통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아들이 그런 쪽에는 영 흥미가 없는 것 같다. 한때 대학 보컬 그룹에도 참여했으니, 공부와는 인연이 적은 편이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조금은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잘해준 게 없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여전히 아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둘이 속마음을 조금은 드러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이야기가 끝나고 우리는 함께 온천탕으로 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벌거벗고 탕에 들어가 말없이 마음을 나눈다. 부자간이라는 대단한 인연으로 태어났는데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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