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책상] "또 묻니"..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 찾는 질문왕

전민희 2015. 7.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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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빈군이 도서관에서 수업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있다. 통계를 배울 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을 읽었다. 꾸준한 독서는 그가 좋은 성적을 받는 이유다. 김경록 기자
국어 교과서는 오색 빛깔로 필기가 돼 있다. 수업시간 필기와 자습서 내용 등을 색깔로 구분한다.

하나고 2학년 권승빈군

국어 단권화…영어는 단어 예습 중요 수학, 난이도 점점 높이며 5단계 학습 집중력 높이려 졸린 시간 정해 쪽잠도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 1991년 한 전자제품기업에서 사용해 큰 호응을 얻었던 광고 문구다. 이 문장에서 ‘명품’을 ‘전교 1등’으로 바꾸면 하나고 권승빈군에게 딱 들어맞는다. 권군은 여느 성적 우수 학생들처럼 눈에 띄는 화려한 공부법이 없다. 매일 남보다 조금씩 더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성적을 받는 비결이다. 점심시간에는 면학실을 찾아 30분 동안 그날 배운 과목을 복습하고, 매일 야간 자율학습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10~15분 더 책을 붙잡고 있다. 또 기숙사에 돌아간 후에도 공부를 더 한 후, 새벽 2시가 돼서야 잠이 든다. 이를 다 합하면 하루 24시간의 8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그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인 하나고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

이해 못한 내용은 절대 안 넘어가

사실 하나고에는 공식적인 전교 1등이 없다. 하나고 커리큘럼의 특징 때문이다. 정해진 과목을 배우는 게 아니라 대학처럼 학생들이 관심 있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학생들의 시간표가 제각각이라 성적으로 줄을 세우기 어렵다. 권승빈군은 성적, 학습 태도 등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추천한 학생이다.

 권군이 좋은 성적을 받는 비결 하나는 집요한 탐구력이다. 그는 책 한 페이지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학교에서 영어·경제학 수업 때 사용하는 원서를 읽을 땐 글쓴이의 의도, 문장에서 도치법을 사용한 이유, 다음에 이어질 내용 등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한다. 보통 사람은 그냥 넘어가는 내용도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갖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인터넷과 책 등을 뒤져 정보를 찾는다.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기숙사 생활을 해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학교의 특성상 수업시간은 그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딩동댕~’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사에게 질문하러 나가는 이유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중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증이 생긴 내용에 대해 묻기 위해서다. 수업 때 배운 내용 중에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거나 미심쩍은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친구들이 “또 질문하느냐”고 핀잔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본 개념부터 제대로,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제대로 모르는 내용을 백날 외워봐야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논리다.

교재 7~8번 읽어 뇌에 새긴다 생각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에는 여러 번 반복해 본다. 국어·영어·경제학·통계학 같은 경우에는 책을 적게는 4~5번, 많게는 7~8번 읽는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때 국어 과목에서 시인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가 나오면 교과서에 필기한 게 전부 생각나고, 영어 단어 몇 개만 보고도 해당 지문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본다. 이때도 중요한 건 글이 어떤 흐름과 논리도 전개되는지 파악하는 거다. 그는 “글을 읽다 보면 머리로는 딴생각하면서 눈으로만 문장을 따라갈 때가 많은데, ‘왜 그럴까’에 대해 생각하면 뇌가 항상 긴장된 상태로 있어 집중력도 올라가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국어 과목은 단권화 작업에도 힘을 쏟는다. 펜 색깔을 바꿔가며 필기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쳐준 내용은 빨강·파랑·검정, 자습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보라색, 인터넷 등에서 찾은 내용을 연필로 필기한다. 한눈에 중요한 내용과 덜 중요한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 덕분에 국어 시험 전에는 교과서만 집중해 보면 다른 건 준비할 필요가 없다.

 영어 과목은 예습에 집중한다. 원서로 수업이 이뤄져 미리 단어를 익히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다. 다음 날 배울 내용을 미리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후 사전을 찾아 문맥상 뜻을 적어 놓는다. 해외 거주 경험도 전혀 없고, 영어 유치원도 안 다닌 그가 영어 원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을까.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매일 영어 단어를 60~80개씩 외운 게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은 단계별로 구분해 푼 게 도움이 됐다. 수학이 영어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1학년 겨울방학 동안 기숙사에 남아 매일 5시간 이상 집중했다. 기본 개념을 익히는 데는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고, 이후 수학 교재를 단계별·단원별로 나눠 풀었다.

 예컨대 ‘집합’에 대해 공부할 때 인터넷 강의를 들은 후 1단계 ‘쎈 수학’, 2단계 인강 교재, 3단계 ‘자이스토리’의 집합 단원을 차례로 풀어나간 거다. 이런 식으로 전 과정을 마친 후 4단계에 해당하는 ‘블랙라벨’과 5단계 ‘일등급 수학’을 풀었다. 덕분에 수학 성적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랐다. 그는 “수학 과목은 처음부터 난도 높은 문제를 접하면 자신감을 잃기 쉽다”며 “이런 식으로 점차 단계를 높이면 성취감이 생기고 자신이 어떤 부분이 약한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학원 순례 대신 직접 공부 봐준 엄마

독서도 그가 좋은 성적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학교에서 원서로 진행하는 수업은 책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도 그중 하나다. 이해가 안 되는 개념에 대해 만화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어서다. 그는 “조금만 신경 쓰면 학교에서 배운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책과 자료가 많다”며 “이런 걸 찾아보면 공부하는 데 도움도 되고 배경 지식도 쌓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독서 방법도 바꿨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재미있게 읽어 경제경영을 전공하고 싶다는 꿈까지 가졌는데 막상 시간이 흐른 뒤에는 생각나는 게 별로 없어서다. 이후 책을 볼 때 옆에 공책을 펴놓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손으로 적으면서 읽다가 이것도 별 효과가 없자 이제는 노트북으로 정리한다. 책을 읽는 동시에 독후감을 쓰는 거다.

 별다른 전략 없이 그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무엇보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 특히 자신의 생활을 돌아본 후 졸린 시간대를 파악해 대비한다. 잠이 없는 편이라 학교에서는 조는 일이 거의 없지만, 매일 오후 7시~7시30분, 오전 1시30분~2시에 유난히 잠이 쏟아졌던 거다. 이후 이 시간에는 미리 세수하는 식으로 사전에 졸음을 예방한다. 또 1인 2기(운동과 예술 분야에서 각각 하나씩 선택해 배우는 하나고 특성화 프로그램)로 축구를 한 날에는 기숙사에서 쪽잠을 청하기도 한다. 틈틈이 휴식을 취해 공부할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거다.

 그도 유별나지 않지만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극성맞게 ‘학원 순례’를 시키지 않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앉혀놓고 공부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가 어렸을 때 공부방을 운영했던 엄마 김미경(45, 경기 신봉동)씨가 하루에 2시간씩 앉아서 학원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왔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교육청 영재원·영재학교 준비하면서 “승빈이는 왜 안 시키느냐”고 물을 때도 김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욕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승빈군의 재능이 수학이나 과학보다 언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모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욕심에 아이를 험난한 길로 내모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남들 하는 것보다 덜 시켜 불안할 때도 많았지만 그랬기에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자습서(천재교육) ● 수학: 쎈 수학 미적분Ⅰ(좋은책신사고), 자이스토리·일등급수학 미적분Ⅰ(수경출판사), 블랙라벨 미적분Ⅰ(진학사) ● 영어: 잉글리시 그래머 인 유즈(캠브리지출판사), 원서 Predictably Irrational(상식 밖의 경제학)? ● 사회: 원서 ?Principles of Economics(맨큐의 경제학), 원서 Introductory Statistics(통계학 입문) ● 중국어: 5시간 만에 끝내는 중국어 기초문법(로코코북)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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