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부터 스펀지밥.. "우리 마을 달라졌다"

이돈삼 2015. 7. 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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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단체 주도로 마을 가꾸기 한창인 보성 월곡마을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보성 월곡마을 담장에 그려진 벽화. 마귀 할멈이 백설공주에게 담배를 건네고 있다. 금연 광고의 압권이다.
ⓒ 이돈삼
지난 13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이다. '태백산맥 문학거리'에서 아주 가깝다. 벌교여중 뒤편이다. 마을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지고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그려져 있다. 로봇 태권브이도 보인다. 미래소년 코난, 스펀지밥 등 동화나 만화 속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그림들이다.

"좋지. 예쁘잖여. 얼마나 좋아? 마을이 달라지고 있어. 밖에 나갔다가도 빨리 들어오고 싶어. 우리 마을이 좋아서. 칭찬해 주고 싶어. 마을사람 모두가 칭찬하고 있어."

마을의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김영홍(73) 어르신의 말이다.

"나는 빼빼로 주는 공주 그림이 젤 이쁘던디."

추복임(68) 어르신의 말이다. 마귀 할멈이 백설공주에게 담배를 건네는 장면을 빼빼로로 본 것이었다. 동화 속에서 건네는 사과 대신 담배를 그려 넣은 그림이다. 마귀 할멈의 머리 위에 금연 표지가 그려져 있다. 공익광고의 결정판이다.

방문객 미소 짓게 만드는 월곡마을 담벼락

 마을 담장에 벽화가 그려지고 있는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 사회복지회 드림온과 마을 주민들이 하나돼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다.
ⓒ 이돈삼
 마을주민 김영홍 어르신이 담장 벽화를 보고 있다. 김 어르신은 "마을이 달라지고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 이돈삼
"우리 딸도 와서 좋아합디다. 동네가 달라졌네 하고. 손주도 여기저기서 사진 찍고. 아조 여러 판 찍어갖고 갔어."

김정심(82) 어르신의 말이다.

"다 돌아봐도, 우리 집이 젤 이쁘데. 내눈에는."

전순덕(68) 어르신의 말이다.

"인자 시작이다요. 스파이더맨도 그리고, 폐차를 가져다가 조형물도 만든다요. 다음에 오믄 더 볼만할 것이요. 이쁘고."

박양순(70) 어르신의 자랑이다.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목소리로 자랑을 한다. 벽화를 그려주는 봉사자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벽화마을로 변신한 보성 벌교 월곡마을. 마을벽화 가운데 가장 예쁘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전순덕 어르신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돈삼
 보성 월곡마을 가꾸기를 이끌고 있는 사회복지회 드림온의 장건 사무총장. 장 총장이 스펀지밥이 그려진 담장 벽화 앞 의자에 앉아서 마을 가꾸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새로운 월곡마을을 설계하고 있는 이들은 도시에 사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그 중심에 서울에서 영화제작 일을 하며 사회복지회 '드림온'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장건(43)씨가 있다. 이 마을 출신이다.

장씨는 다섯 살 때 부모를 잃고 마을의 어른들 손에서 자랐다.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에게 서울은 낯설었다. 문화적 충격이 컸다. 방황의 연속이었다. 30대에 접어들어 책을 다시 잡았다. 대학에도 들어갔다. 건축학을 전공했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감독을 알게 돼 보조자로 일을 했다. 영화제작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장씨는 영화제작 일을 하면서 서울 논현동에 식당을 냈다. 2010년이었다. 벌교의 자랑인 꼬막과 한우의 만남을 내걸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보성사람들, 특히 벌교와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이 다 찾아왔어요. 그때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모임을 하나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그 만남과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죠."

 벽화마을로 변신한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 모습. 골목 담장마다 갖가지 그림이 그려져 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 이돈삼
 소설 '태백산맥 문학거리'에서 가까운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 골목마다 담장 벽화가 그려지고 있다.
ⓒ 이돈삼
처음엔 단순한 친목모임이었다. 12명으로 시작됐다. 이후 좋은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벌교장학회를 출범시켰다. 벌교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나 선후배들도 고향을 떠나서 합류했다. 지난해 초에 열린 총회에서 사회복지회 '드림온(Dream on)'을 출범시켰다. 회원도 400여 명으로 늘었다.

드림온은 농어촌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영화·뮤지컬 관람과 방송 현장 견학 등을 주선했다. 학생들이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김장김치도 그냥 버무려서 전달하지 않았어요. 우리 회원이 보유하고 있는 저온저장고에 저장해 뒀다가, 김장김치가 떨어질 즈음인 설날을 전후해서 가져다 드렸죠. 김치를 담근 학생들이 직접 떡국, 계란과 함께.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김치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서 배달했다는 게 장씨의 얘기였다. 드림온의 봉사는 이렇게 필요한 곳에,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이뤄졌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때도 티 나지 않게 전달했다.

'단장'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을 생각하다

 보성 월곡마을에 사는 김정심 어르신과 장건 드림온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마을에서 우연히 만났다. “동네가 달라졌다고, 우리 딸이 와서 너무 좋아했다"고 전하며 장건 사무총장을 격려하고 있다.
ⓒ 이돈삼
 장건 드림온 사무총장을 만난 월곡마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을 가꾸기에 대해 칭찬하고 있다. 지난 13일 월곡마을 여자 경로당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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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마을 가꾸기에 나선 것도 드림온의 사업이었다. 지난 1년 동안 회원들의 의견 수렴과 현지 답사를 거쳐 결정됐다. 벌교의 지역 이미지와 먹을거리, 인근의 연계 관광지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일회성 지원보다 지속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 거죠. 그것도 단순히 해주고 나오는 게 아니고.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요. 지난 1년 동안 월곡마을 주민들과 수십 번 만났어요. 마을을 어떻게 가꿀지 함께 얘기했죠. 주민 의견을 들었고, 저희들의 생각도 말씀 드렸고요. 하루아침에 정해진 게 아닙니다."

장씨의 이야기다. 드림온의 생각은 마을을 보기 좋게 단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빈 집이나 창고를 고쳐 공방과 카페로 꾸민다. 마을 특산품 판매장도 설치할 계획이다. 벽화작업과 함께 빈 터 정비를 함께하는 이유다. 주민들이 자부심 갖고 사는 마을, 외지인들도 살고 싶어 할 마을로 꾸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민소득도 늘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회지로 떠나는 일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대처에 나가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회비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월곡마을 가꾸기는 올 가을 꼬막축제 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회복지회 드림온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일 보성 월곡마을에서 담장 벽화를 그리고 있다.
ⓒ 이돈삼
 지난 2일 자원봉사자들이 월곡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 이돈삼
드림온의 마을 가꾸기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 내 다른 봉사단체의 재능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광양의 '나로인해' 등 크고 작은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담장에 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해주고, 벽화도 그리고 있다.

길거리에 쉴 만한 벤치를 만들고, 낡은 집도 고쳐주고 있다. 카페나 공방으로 꾸밀 공간을 정비하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월곡마을 가꾸기를 통해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모두 하나 되는 모습이다.

월곡마을은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마을이었다. 젊은이들이 떠나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마을 가꾸기가 시작되면서 마을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분위기 칙칙하던 마을도 오밀조밀 예쁜 동네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드림온 덕분이다.

 담장 벽화가 그려지고 있는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 모습. 마을주민이 벽화가 그려진 길을 지나고 있다. 지난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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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가꾸기가 진행되고 있는 보성군 벌교읍 월곡마을 전경. 태백산맥 문학거리에서 가까운 마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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