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극복하는 교회들] ⑥ '어린이교회' 운영하는 안양 평촌감리교회

2015. 6. 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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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직접 예배 주관·재정 운영·지역 섬김까지.. "건강한 미래교회 우리 손으로 키워요"
13일 경기도 안양 평촌감리교회에 있는 어린이교회의 예배위원회 소속 어린이들이 이튿날 드릴 주일예배를 위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양 평촌감리교회(홍성국 목사) 소모임실에서는 이튿날 주일예배를 위한 준비위원 모임이 한창이었다. 예배인도 대표기도 예배안내 등 순서를 맡은 예배 담당자들이 모였다. 이날 모인 위원들은 초등학생들. 이 교회는 여느 교회와 달리 설교를 제외한 모든 예배순서를 아이들이 맡고 있다. 교회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을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

교회학교 교사 김의향(54)씨는 “대표기도를 맡은 형준이는 기도하고 싶은 것을 종이에 쓰고, 예배인도를 맡은 소연이는 순서지를 보고 여러 번 읽어보자”고 말했다.

신소연(11)양은 ‘평촌 어린이교회 예배 인도문’을 읽다가 “예배의 부름, 경배 찬송, 신앙고백 같은 순서도 읽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다. 김 교사는 소연양의 의견을 되물었다. 그러자 소연양은 “순서 제목이니까 읽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연양의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강형준(11)군은 옆에서 기도문을 적고 있었다. “하나님, 저희가 교회에 와서 기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메르스에 걸린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후 머뭇거리자 교사 최정임(48)씨가 “사람들이 아프면 어떻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형준군은 “아픈 사람들이 빨리 나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교회=평촌감리교회는 2011년 ‘어린이교회’를 세웠다. 어린이교회에선 아이들이 주일예배를 직접 주관한다. 예배뿐 아니라 교회학교 교육에도 관여한다. 주일 헌금도 관리하며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것도 아이들의 몫이다. 이처럼 어린이교회는 어린이들이 재정을 직접 운영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교회 공동체다.

홍성국 목사는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교회라는 개념으로 평촌감리교회 안에 ‘어린이교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어린이가 주체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앙이 성장하는 ‘교회 안의 교회’다.

어린이교회는 아이들이 주도하는 예배공동체 교육공동체 섬김공동체를 지향한다. 아이들이 예배의 모든 순서를 맡고 토요일에 모여 준비하고 예행연습을 한다. 홍 목사는 “이전에는 아이들이 부모에 떠밀려 마지못해 교회에 왔지만 본인들이 예배를 주관하면서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교회학교 교사들과 교육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도 한다. 이날도 소모임실 한 편에서는 교육위원회 아이들이 교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예배 후의 ‘교실교육’ 시간에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이번 설교 주제에 맞춰 다윗이 가진 돌멩이처럼 아이들이 갖고 있는 비밀병기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교회는 기독교교육의 권위자 은준관 목사가 만든 2년 과정의 ‘어린이 TBC 성서연구 교재’를 사용한다. 이를 주일예배 후 교실교육에서 다룬다. 또 성경 소책자 ‘바이블타임’을 읽도록 하고 있다. 교사는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이 날마다 정해진 분량을 읽는지 확인한다. ‘어린이 반장제도’도 있다. 반장 15명이 다른 아이들을 전도하고 주일예배에 빠진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아이들은 주일예배에 보통 50여명 참석한다.

◇전 성도가 어린이 사역에 큰 관심=어린이교회 아이들은 지역사회도 섬긴다. 홍 목사는 “성인들이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섬길 때 신앙이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돌봄만 받을 게 아니라 섬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지역사회를 어떻게 섬길지 먼저 조사했다. 쉽게 할 수 있는 청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교회 인근의 거리, 아파트, 공원 등을 청소하고 있다. 또 동전 모으기 운동을 벌여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농촌선교기금을 마련하고 있는 감리교 본부 등에 보내고 있다. ‘유용미생물(EM) 사용 생활화 캠페인’ ‘환경정화운동’도 펼치고 있다. 홍 목사는 “어린이교회로 인한 가장 큰 성과는 모든 성도가 어린이 교육에 적극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교회 중직자들이 어린이교회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성도가 관심을 갖고 기도할 수 있도록 게시판과 플래카드 등을 통해 어린이교회 활동을 많이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어린이교회에 대한 성도들의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년 5월 첫째 주를 ‘어린이주일’로 정했다. 이날은 아이들이 성인 주일예배를 주관하고 어린이 담당 전도사가 설교한다.

홍 목사는 어린이교회를 설립한 이후 교회가 더욱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개척해 현재 재적 인원 1300여명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교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달라졌다”면서 “초등학생 저학년도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궁금한 점은 적극 질문한다”고 말했다.

소연양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떨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야무진 답이 돌아왔다. “지난번에 대표기도를 맡아 앞에 나갔는데 미리 적어둔 기도문이 없어진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기억나는 대로 기도를 했는데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큰 실수 없이 마쳤어요. 선생님도 칭찬해 주셨고요. 그 이후로는 크게 걱정 안 해요.”

안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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