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 이야기]기념주화 탄생 배경에 '북한' 등장하는 이유

조은임 2015. 6. 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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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념주화 발행' 첩보에 정부 최윗선서 '반만년역사 기념주화' 급조서울올림픽 기념주화 '역대 최다 판매'…수집문화 쇠퇴에 인기 '예전만 못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우리나라 기념주화의 역사는 올해로 45년입니다. 한국은행이 현재 예약을 받고 있는 광복 70주년 기념주화까지 포함하면, 총 46차례 기념주화를 발행하는 것이지요. 오래된 역사만큼 기념주화에 얽힌 사연도 다양합니다.

1971년 3월2일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를 발행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이 등장합니다. 유럽을 순방하던 한 대사가 '북한이 최초로 금은 주화를 만들려 한다'는 첩보를 들은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대통령은 '북한에 뒤질 순 없다'며 서둘러 기념주화 발행 준비에 나섭니다. 규정에 따르면 기념주화 발행에 앞서 정부 승인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지만 정부 최고위층에서 '급조'가 결정되면서 '선(先)제작 후(後)승인' 체계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반만년역사 기념주화'는 금화와 은화 각각 6종씩 발행됐습니다. 세종대왕, 선덕여왕, 이순신, 박정희 당시 대통령 등 인물과 신라금관, 남대문, 고려청자 등 문화재가 주화 앞면에 등장했지요. 뒷면에는 대통령 문장(紋章)과 대한민국(國章)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념주화는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발행량은 3만1000장에 불과했던 데다, 대통령 특명으로 주화발행이 엄격히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지요. 제조는 독일, 판매(발행)은 이탈리아의 한 대행사가 맡으면서 해외에서만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 주화세트는 국제시장에서 거래가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던 기념주화는 무엇일까요? 바로 1987년과 88년에 걸쳐 5차례 판매된 제24회 서울올림픽 기념주화입니다. 총 32종이 796만2000개나 발행됐지요.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주화는 1981년 '제5공화국' 기념주화입니다. 2종, 699만8000장이 팔려나갔는데요. 서울올림픽 기념주화가 5번 걸쳐 발행된 점을 감안하면 한 차례 발행량으로는 가장 많은 셈입니다.

이처럼 1980년대까지 기념주화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발행될 때마다 수백만개씩 팔려나갔습니다. 1970~80년대 기념주화는 총 9차례 발행됐는데, 이중 7번(광복 30주년, 제4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제5공화국, 서울울림픽 유치 1차, 2차, 제10회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이 수백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후로는 어떠한 기념주화도 백만개 이상 팔린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표, 동전 등 수집문화가 급격하게 퇴조한 탓입니다.

하지만 각종 스포츠·문화·국제행사나 문화재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주화는 여전히 행사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합니다. 한국은행이 2000년대 들어 기념주화 발행 횟수를 27차례로 크게 늘린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발굴해 기념주화에 대한 관심을 재고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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