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트립 투 이탈리아..파스타와 사랑..우아한 여행기

2015. 6.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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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코미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롭 브라이든, 스티브 쿠건, 마르타 바리오 출연/ 108분/ 6월 4일 개봉/ 15세 관람가
우리는 언제 여행을 떠날까? 아마도 지금, 이곳의 삶에서 더 이상 자극을 받지 못할 때가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매일 똑같은 일상이 기계적으로 느껴질 때, 지긋지긋한 밥벌이가 삶을 피곤하게 할 때 말이다. 예술가라면 일상의 반복과 지루함을 더욱 치명적으로 받아들일 게 뻔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간혹 자신에게 익숙한 고장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한다.

만약 낭만적인 시인이라면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까? 우울한 날씨로 유명한 영국에서 태어나 약간의 장애를 갖고 살았던 낭만파 시인이라면 말이다. 영화 ‘트립 투 이탈리아’는 이 우울하고도 감성적인 시인 바이런과 셸리가 찾았던 곳,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니, 그렇다면 무척 우아하고 고상한 여행이 될까? 예상과 달리 그들의 여행은 우아함이나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남성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쯤 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여주인공이 이혼이라는 실패를 경험한 후 삶의 재도약을 위해 머나먼 이탈리아까지 찾아갔다면, 이 남성 둘은 일 때문에 이탈리아에 가지만 인생의 큰 깨달음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말하자면 먹고, 사랑하고, 귀환하는 이야기다. 애초의 목적은 이탈리아 음식 기행이다. 단순한 음식 기행만으로는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들이 사랑했던 이탈리아 여행지의 흔적을 쫓아가기로 한다. 바이런과 셸리에게 이탈리아는 따뜻한 지중해의 햇살과 풍미 넘치는 음식이 있는 고장이었다. 두 사람의 여행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시인이 걸었던 고장의 흔적이지만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더 훌륭한 양념이 돼준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는 무척이나 많은 영화들이 사랑한 장소다. ‘대부’의 시칠리아부터 ‘갈증’의 카프리 해안에 이르기까지, 그 풍만하고 낭만적인 영화사 속에서 이탈리아 기행은 새로운 질감을 부여받는다. ‘로마의 휴일’ ‘이탈리안 잡’ 등, 두 사람의 여정은 영화와 예술가들의 행적 위에 그대로 오버랩된다. 그래서 요트를 타고 작은 섬에 들어갈 때, 어느새 두 사람은 이야기의 추적자가 아니라 새로운 신화의 주인공으로 바뀌어 있다. 이 여행에서 누군가는 낯선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이런의 낭만적 시 세계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이 흐르는 제노바 해안과 요트, 오드리 헵번이 거닐었던 로마의 거리, 그리고 미슐랭 투스타가 빛나는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식사…. 우아한 음식, 영화, 낭만적인 여행 가이드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과거의 풍부한 참조사항 위에 두 안내자가 경험하는 현재가 덧보태져 ‘트립 투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의 자연 풍광을 인문학적으로 다시 보여준다. 다양한 파스타와 음식들은 이탈리아의 풍광과 어우러져 이탈리아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은 그저 황홀한 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50줄, 두 남자의 인생담이 보태진다. 세 살 딸아이와 아내가 있는 남자는 여전히 더 모험적인 삶을 꿈꾼다. 사춘기 아들을 둔 남자에겐 어쩐지 모든 것이 다 어렵기만 하다. 그들은 이제 여느 여성에게 그저 투명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하고, 폼페이의 유적에서 젊은이들이 느끼지 못할 격한 감동을 얻기도 한다.

인생을 좀 아는 사람과 여행하는 즐거움, ‘트립 투 이탈리아’는 품위 있는 이탈리아 여행기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1호 (2015.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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