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침 큐티·역사교육으로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 이천 현대교회

양민경 기자 2015. 4.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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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7시50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현대교회(박행신 목사). 다소 이른 시각이었지만 교회에는 등교 전에 성경을 읽기 위해 온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층 한 방에서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4명이 둥글게 모여 앉아 성경을 읽었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잠언 23장을 낭독하는 교회 부교역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눈으로 본문을 따라 읽었다. 강독을 마친 후엔 본문 핵심 구절을 3번 소리 내 읽고 암송했다. 10분 만에 모임이 끝나자 교회 차량을 타고 즉시 등굣길에 나섰다.

같은 시각 소예배실에는 초등학생 22명이 박행신 목사가 이끄는 예배를 기다렸다. 박 목사와 영어로 사도행전을 암송한 아이들은 로마서 1장을 펴고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읽기를 마치자 박 목사는 아이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로마서는 바울이 어느 교회에 보내는 편지일까요." "바울은 전도여행을 몇 번 했나요." 질문을 마치기도 전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손을 들고 정답을 척척 맞혔다.

그러다 다음 질문에선 말문이 막혔다. "2절에 나오는 '복음'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예수님 말씀"을 외쳤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요!" 그제야 박 목사는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그는 17절 본문을 근거로 천주교회와 개신교회의 차이를 설명한 뒤 15분 만에 예배를 마쳤다. 아이들은 교회와 학부모가 준비한 간식을 먹은 뒤 삼삼오오 교회가 운행하는 통학차량에 올랐다.

초등학생을 위한 '굿모닝예배'와 청소년이 대상인 '다니엘 기도회'를 진행하는 현대교회에서 매일 아침 펼쳐지는 풍경이다. 한창 늦잠 많은 나이인 어린이와 이른 등교시간에 쫓기는 청소년이 대상인지라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이날 굿모닝예배에 참석한 김진서(10·사동초교4)양은 "아침마다 퀴즈를 푸는 게 즐겁다"며 "목사님이 설명해주는 성경 내용도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학부모 반응도 긍정적이다. 굿모닝예배에 초등학생 자녀를 보내는 최영윤(38·여) 집사는 "조금 더 자는 것보다 성경을 배우는 게 좋다고 여겼고, 아이도 즐겁게 다닌다"며 "부모로서 잘할 수 없는 성경·역사교육을 목사님이 잘 지도해 만족한다"고 했다.

현대교회는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 명예총장이 주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어린이·청소년교회 운동본부' 회원교회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교회는 이 단체 80여개 회원교회 중 다음세대 교육을 모범적으로 펼치는 곳으로 꼽힌다. 1995년 경기도 이천시의 한 아파트 상가교회로 시작한 교회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중점을 두고 각종 교육 사역을 펼치고 있다.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은 2010년 새로 지은 교회 건물에도 잘 드러난다. 교회는 본당에 영아와 부모가 같이 예배드릴 수 있는 자모실 안에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 예배 도중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화장실 이용이 잦은 성도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 성도를 배려해 자모실 구석에 커튼을 달아 수유 공간도 제공했다.

예배 방식 또한 남다르다. 교회는 절기 및 특별주일마다 유치부부터 고등부 학생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교인 통합예배'를 드리는데 이때 예배 순서를 교회학교 학생들이 맡는다. 새벽기도회에서 초등부 학생이 사회를 보고 유치부 학생이 성경 봉독과 대표기도를 맡는 식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은 '가정예배 시간'으로 정해 성도들이 집에서 자녀와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장한다. 박 목사는 "영성 교육은 특정 시간·장소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영적 공허가 만연하는 시대에 자녀들이 신앙을 바로세울 수 있도록 교회가 학부모, 교사와 협력해 '일상 영성'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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