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50> 서사하라에서 복음을 외치다-뜨거운 사막의 땅 모리타니에서

2015. 4. 1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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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나홀로 사역을 하는 권경숙 선교사를 만났다

대서양 끝에서 잠몰하던 태양이 사하라의 모래언덕 너머로 다시 꺼지고 있었다. 모래 사이로 앙상하게 난 아스팔트 도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가끔 만나는 수백 마리의 낙타 행렬은 장엄했고, 검문소마다 놀랍도록 정형화된 질문으로 "넌 행복하니?"라고 묻다 "나도 행복하고 싶어"라며 웃돈을 요구하는 경찰들에게 넌더리가 날 때도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여정에 지쳐 곤해질 때면 사막 한가운데 돗자리를 펴는 현지인들의 식사 자리에 가서 염치 불구하고 한 자리 차지하는 위로가 독한 날씨의 사막에서 나를 살려내고 있었다.

나라의 전 영토가 사하라 사막인 모리타니. 지난 유럽 여정에서 노숙과 더불어 여러 곳에서 특강하며 선교지에서 마음을 나눌 재정을 모았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아프리카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2년 6월 제2의 도시 누아디브에서 홀로 18년간 사역을 해오던 쉰둘의 열정이 존경스러운 권경숙 선교사를 만났다. 폐쇄적인 국가 시스템 아래 복음의 문이 굳게 닫힌 이슬람 국가에서 권 선교사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유일하게 누아디브 교회를 세워 예배 드리고 활발하게 사역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태권도장. 현지인들과 관계를 맺은 매개가 태권도였다. 처음 그녀가 황량한 이 사막 마을에서 태권도를 가르치자 마을 사람들 반응은 냉담했다. 진심을 알아주기까지는 묵묵히 인내하며 예수님의 방법대로 사랑만 퍼줬다. 지금은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체육관을 가득 메워 태권도를 연습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내 한국의 정신이 깃든 태권도 교육을 시키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려간다. 오가며 살갑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권 선교사에 대한 신뢰는 단단해 보였다.

다음엔 교도소 사역이 이어졌다. 가난은 나라에서도 구해주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권 선교사는 매일 교도소를 찾았다. 차 트렁크엔 50여명의 죄수들이 먹을 음식으로 가득 찼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교도소에 민간이 들어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경비는 삼엄했지만 경찰과 죄수들은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간수들의 허락 아래 문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온다. 어떤 죄수는 그녀가 가져다주는 음식이 유일한 끼니일 정도다. 급식이 끝나면 그들은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매일 새벽예배가 끝나면 태권도와 교도소 사역을 다녀오고, 장애인을 포함한 학교 사역과 빈민가 심방, 미용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에너지 넘치게 하고 있었다. 지역민들은 이미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일예배를 포함한 교회에서 하는 여러 일에 대해 너그러운 입장을 견지한다.

한국에서는 이름도 낯선 모리타니에 뼈 묻을 각오로 온 권 선교사의 삶은 젊은 내게 뜨거운 도전을 안겨줬다. 그냥 살기에도 쉽지 않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 속에 복음 하나를 위해 인생을 던진 그녀의 삶은 기쁨으로 충만하다. 많은 선교사를 만났지만 예배와 삶이 일치되기란 쉽지 않은데, 매일 새벽 선포하는 말씀을 자신의 삶에 비춰보듯 그녀의 일과는 복음 사역으로 가득해 있다. 복음을 통해 만나는 지역민들의 환한 웃음에서 모리타니에서 쏟은 시간들이 진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그녀의 인생을 참 많이 기뻐하실 것이다. 서사하라에서 삶으로 복음을 외치는 그녀의 열정이 태양보다 더 뜨겁다. 그리고 지역민들의 마음은 혹독한 삶의 터에서 만난 한 선교사의 사랑 때문에 가뭄의 단비처럼 시원할 것이다. 서사하라에서 사는 법, 오직 믿음이다.

문종성 (작가·vision-m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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