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관측장비 전무·가로등 '깜깜'.. 터질게 터졌다

인천 2015. 2. 12.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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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대교 106중 추돌' 왜 사고 컸나

인천 영종대교는 짙은 해무가 자주 끼는 사고 위험 구간인데도 안개 관측장비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고 가로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형사고를 불렀다.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한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운전자의 부주의가 초래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사고현장 전쟁터 방불=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 사고현장은 심하게 찌그러진 차량과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뒤섞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운전자 등 목격자들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45분쯤 인천 중구 영종대교 서울 방향 상부도로에서 차량들이 잇따라 추돌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과속하던 차량들이 갑자기 나타난 앞차를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영종대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항 리무진 버스, 트럭, 승용차 등 각종 차량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지거나 부서진 채 도로 곳곳에 뒤엉켜 널브러졌고 부상자들의 신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얼굴이 함몰될 정도로 크게 다친 사람도 있었다. 119구급차가 출동해 사망자나 중상자들을 후송했고 걸을 수 있는 부상자들은 교량 점검로를 이용해 어수선한 현장에서 벗어났다. 일부 차량은 짙은 안개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리무진 버스는 시속 120㎞ 정도로 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왜 사고가 커졌나=2001년 11월 개통된 영종대교는 '시한폭탄'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바다 위에 건설돼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심한 날은 가시거리가 10m에 불과할 때도 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운전자는 "차량 앞 유리에까지 안개가 낀 것 같았다"며 "서행하면서 가는데도 앞쪽에 이미 추돌해 찌그러진 차량들이 안 보일 정도여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영종대교에는 안개 관측장비가 한 대도 없어 안개 상황을 운전자들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체계가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상청이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이고 1시간 이상 지속될 때 안개주의보를 발령하는 제도를 200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5년이 넘도록 시범 운영에 그치고 있다.

가로등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공항쿠폰콜택시로 유명한 오렌지캡 운전사들은 "안개가 심한 상황인데도 가로등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차량들이 속수무책으로 추돌사고를 낸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짙은 안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속한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여도 대형사고의 원인이었다. 상부도로는 바람이 심해 통행량이 적은 편이어서 운전자들이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날 사고도 과속으로 질주하던 택시가 짙은 안개 탓에 앞서 가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튕겨나가 연쇄 추돌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종대교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는 안개가 짙게 끼면 시속 50㎞ 미만으로 운행할 것을 전광판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감속은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무시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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