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10년의 기록전

2015. 2.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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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평가단이 간다

4m 높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고흐의 미술 세계로

스물일곱에 데뷔한 늦깎이 화가. 바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입니다. 고흐가 화가로서 살았던 건 고작 10년에 불과합니다. 10년 동안 그가 그린 그림 수는 습작을 포함해 총 2500여 점. 그중 단 한 점의 그림(붉은 포도밭, 1888)이 팔렸을 정도로 생전에는 인기 없는 화가였습니다. 죽고 난 후에야 '현대미술의 토대를 형성한' 또는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불리고 있죠. 반 고흐가 남긴 10년의 발자취를 소중 체험평가단과 함께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입니다.

반 고흐가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1881년, 생을 마감한 해는 1890년이다. 전시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그가 화가로서 삶을 보낸 10년의 발자취를 다섯 개의 존(zone)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백지은(서울 경원중 2)·백도현(서울 반원초 4)·한은수(서울 창원초 4) 세 명의 체험평가단은 송윤수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고흐가 막 화가를 시작하던 때인 '진로 모색기(1881~1883)'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시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농민화가(1883~1885)', 파리에서 자신의 화풍을 찾기 시작한 '어두운 화풍에서 밝은 화풍으로(1886~1888)'를 거쳐 '프랑스 남부 그리고 요양원(1888~1889)' '빈센트의 마지막 시기(1890)'를 차례로 둘러보기로 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원화가 아닌 영상으로 감상하는 미디어아트전이라는 것. 전시에 동원된 장비와 기술도 눈여겨볼만하다. 풀 HD급 빔 프로젝터 70여 대를 동원해 4미터 높이의 스크린에 고흐의 그림 350여 점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그림 속 인물이 눈을 깜박이고,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모션 그래픽 기법이다. 또 3D기법으로 고흐가 살던 마을을 3차원 공간으로 표현하고,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사용해 미니어처로 만든 아를의 집에 영상을 덧씌웠다.

그중 소중체험단의 눈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여러 대의 풀 HD급 프로젝터를 연동해 하나의 거대한 화면으로 만든 '사이프러스 스페셜 존'이다. 고흐가 말년에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린 사이프러스 연작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5개의 대형스크린을 이어 붙인 기다란 화면에는 아침부터 낮, 저녁과 밤에 이르기까지,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밀밭의 풍경이 음악과 함께 흘러간다. 사이프러스와 밀밭은 고흐가 유난히 좋아하던 주제다. 특히 고흐는 사이프러스를 두고 "오벨리스크(태양신을 숭배하는 탑)처럼 아름다운 선과 균형을 가졌다"며 "이제껏 이 나무를 다룬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라고 표현했다.

고흐가 격찬한 사이프러스는 뿌리를 자르면 더 이상 새싹이 나오지 않는 나무다. 즉, 죽음을 상징한다. 옛날 유럽에서 사이프러스는 두려움을 의미했으며 주로 무덤가에 심는 나무로 여겨졌다. 반면 밀밭은 '생명'이다. 소중 체험평가단을 안내하던 송 도슨트는 "밀가루를 주식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밀밭은 강한 생명력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며 "사이프러스와 밀밭이 조화를 이루는 고흐의 사이프러스 연작은 삶과 죽음이 대비를 이루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프러스 스페셜 존 화면 앞에는 의자도 마련돼 있다. 의자에 앉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람에 흔들리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장소는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선보인 '아를의 노란 집'이다. 네 번째 존인 '프랑스 남부 그리고 요양원' 입구에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고흐가 지내던 노란 집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놨다. 아무 색도 없는 미니어처에 영상이 더해지면 고흐가 머물던 노란집이 완성된다. 빨간 지붕과 노란색 건물, 그리고 카페테라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건물 뒤로 반짝이는 별과 나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고흐가 파리를 떠나 아를로 옮겨 온 것은 1888년의 일이다. 화가들과의 경쟁에 지치고 술과 담배에 찌들어 파리 생활을 접은 고흐는 아를에서 자신만의 화풍과 색채를 더욱 확립했다. 프로방스의 온화한 날씨와 자연을 화폭에 담았고, 희석하지 않은 걸쭉한 물감을 입체적인 붓 터치로 표현한 화법을 장착시켰다. 하지만 함께 지내던 화가 고갱과의 사이가 점점 틀어지고 정신발작이 시작되면서 고흐는 결국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계속되는 발작과 환청에도 불구하고 고흐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그림을 그렸고, 이 때 남긴 작품이 150여 점에 달한다. 평소에는 안정적인 색을 주로 썼지만 발작 시에는 강렬한 붓 터치와 율동적인 선과 물결 모양을 사용했다. 또 캔버스 위에 직접 물감을 짜는 인파스토 기법도 완성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두고 '고흐의 색채 회화가 완성된 시기'라고 표현한다.

전시의 마지막 존은 '빈센트의 마지막 시기(1890)'다. 그는 죽기 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70일간 머물며 80점의 그림을 그렸다. 정신과의사 가셰에게 치료를 받으며 한때 상태를 회복한 듯 보였으나, 결국 그는 '까마귀와 밀밭이 있는 풍경'을 그린 후 일주일 만에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틀 뒤 숨을 거뒀다.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송 도슨트는 "총을 들고 장난을 치던 아이들을 말리던 고흐가 실수로 총에 맞았다는 설이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왼쪽 가슴을 쏜 뒤 스스로 집에 돌아와 29시간 뒤 사망했다'는 것이 잘 알려진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총구를 비틀어 왼쪽 가슴을 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라는 것이 총상 분석 전문가인 범죄과학자 빈센트 디 마이우 박사의 말이다. 또 고흐의 손에 화약 점화 시 생기는 그을린 자국이나 화상이 없었다는 것도 타살설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뒤로 한채 모든 설명이 끝이 났다. 도슨트가 끝나고 나면 그림들을 다시 관람하고 싶은 법. 같은 그림이라도 설명을 듣고 난 후와 그 전의 감동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체험평가단 역시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전시장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체험은 마무리됐다.

소중 체험평가단 후기

백지은(서울 경원중 1) | "예전에 반 고흐의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이번 전시는 원화가 아닌 영상을 통해 작품을 감상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봤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그림 속 사람들이 움직이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었다. 또 고흐가 말년에 지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의 모습을 3D그래픽으로 재현한 것이 무척 신기했다. 다만 디지털 화면을 통한 전시라 고흐 특유의 붓 터치와 물감의 질감을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백도현(서울 반원초 3) | "도슨트 선생님에게 반 고흐의 일생과 그림에 대해 설명을 듣고 느낀 점은 '고흐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 고흐는 10년 동안 25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했다. 매일 그림만 생각하고, 그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참을성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고흐처럼 좋아하는 일에 끈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처음 보는 미디어아트 전시라 더 재미있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상으로 띄워 움직이게 만든 것이나, 밀밭의 화면에 손을 대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전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두워 조금 답답하긴 했다."

한은수(서울 창원초 3) | "반 고흐는 스물일곱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뒤늦게 진로를 정했음에도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또한 반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림의 모델에게 지불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반 고흐의 자화상은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특징도 잘 살아 있어 좋은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고 나니 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

일시 3월 1일까지 |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가격 성인 1만 5000원, 초·중·고등학생 1만2000원, 유아 8000원 | 장소 용산전쟁기념관 제3기획전시실 | 문의 1661-0207

글=이세라 기자 , 사진=우상조 기자 , 동행취재=백지은(서울 경원중 2)·백도현(서울 반원초 4)·한은수(서울 창원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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