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주 기자의 '심톡'] 하상욱·조성모·써니텐의 공통점은?

심영주 2015. 1. 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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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강남통신에서의 지난 2년을 돌아봤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썼습니다. 그 중 아직까지도 뚜렷이 기억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곧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도 하나 발견했죠.

역발상(逆發想).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방향과 정반대되는 주관과 소신을 갖고 있더군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SNS 시인 하상욱씨는 '포기는 곧 실패'라는 공식이 싫다고 합니다. 오히려 포기는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라더군요.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식의 힘을 주는 격언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인의 현실을 외면한 채 막연한 희망만 품고 있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요. 자신이 뭘 잘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확률이 더 높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라고요.

그저 열심히 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좌절·실수·포기 같은 단어를 너무 겁냈던 게 아닌가 되돌아봤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자동차정비 명장 박병일씨는 열등감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자양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진 국민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죠. 하지만 이 사실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열등감을 숨겨놓으면 그냥 열등감으로 남지만 발전의 기회로 삼으면 더 나은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그 역시 학력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탤런트 소유진씨의 남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남들과 다른 발상 덕분에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식당이 잘 되면 보통은 가게를 넓히거나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지요. 그런데 그는 완전히 다른 음식점을 한 골목에 계속 냈습니다. 고기집, 중국집, 국수집, 카페 이런 식으로요. 한 골목에 다양한 메뉴가 있으면 골목자체가 활성화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이득이라 판단한 거죠.

사실 광고에서는 오래전부터 역발상을 이용했습니다. 1976년 출시한 음료수 '써니텐'도 역발상을 통해 약점을 오히려 상품의 특징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과즙이 들어간 써니텐은 당시 제작기술의 한계로 음료병 아래에 과즙 침전물이 가라앉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침전물이 찝찝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해태는 '흔들어주세요'라는 카피하나로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배꼽을 잡고 웃었던 한 광고가 떠오릅니다. 가수 조성모씨가 15년 만에 다시 찍은 매실과즙 음료수 CF입니다. 1999년 닭살스러운 멘트와 영상으로 농담 소재로까지 이용될 만큼 놀림을 받은 광고죠. 그런데 지난해 여름 조성모씨는 '오글거림'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 CF를 찍었습니다. 반응은 15년 전과 사뭇 달랐죠. 공개 2주만에 유투브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고 음료수 매출도 전 달에 비해 8%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창피한 과거는 최대한 묻어두려는 게 보통 심리인데 이 CF는 그 심리를 뒤집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죠.

당신의 역발상은 무엇입니까.

※심영주 기자의 '심톡'은 강남통신을 만들면서 한 경험, 느낀 감정, 만난 사람 등을 주제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심톡의 '심'에는 시시하다고 느낄 정도의 심심한 이야기부터 나름 심오하다고 생각하는 깊은 이야기까지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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