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투자가치 높은 재건축 '톱10'..1위 반포주공·2위 압구정현대
국회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면서 서울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2014년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6억7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42㎡는 최근 6억8500만원으로 호가가 1500만원가량 뛰었다.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82㎡도 2014년 한때 7억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8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둔촌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3법이 오랜 기간 끌어온 이슈긴 하지만 강남 재건축엔 확실히 호재다. 시장 눈치만 살피던 투자자들이 이제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이제 투자자들 최대 관심사는 ‘도대체 어느 재건축 단지에 투자해야 돈이 될까’다.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투자가치 높은 재건축 단지’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가 단연 1위로 꼽혔다. 전문가 1명당 3표씩 받은 결과 총 17표를 얻어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2위는 전통적인 강남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현대아파트다. 총 14표를 받아 전체 응답자의 18.9%를 기록했다. 이어 3위는 잠실주공5단지(13.5%), 4위는 개포주공아파트(10.8%), 5위는 신반포한신아파트(6.8%)가 차지했다.
6위는 서초구 잠원한신아파트(5.4%)가 이름을 올렸고 공동 7위에는 서초우성과 함께 용산 이촌한강맨션아파트가 각각 3표(4.1%)씩 받았다. 이어 강남구 대치동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는 대치은마, 대치우성아파트가 각각 1.4%씩 득표해 공동 9위에 올랐다.
이번 설문에서 나타났듯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재건축 단지 투자를 추천했다. 10위권에 비강남권 단지는 용산 이촌한강맨션(공동 7위) 한 곳에 그쳤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때 가장 적정한 투자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그 결과 ‘3.3㎡당 300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전문가가 60%로 가장 많았다. ‘2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은 20%,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은 12%에 그쳤다. ‘최소 4000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도 8%에 불과했다.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경우 얼마나 많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시세차익이 1억원은 넘겠지만 3억원 이상 남기기는 힘들다’고 결론 내린다. 전체 응답자 중 76%가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을 꼽았다.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2%에 그쳤다. ‘5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거둘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평당 3000만~4000만원짜리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 33평 기준 시세차익은 1억원 정도다. 단순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계산하면 10% 안팎”이라고 평가했다.
상위권 오른 단지 특징 살펴보니
반포·개포주공 재건축 속도 빨라져
이번 재건축 단지 설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아파트는 반포주공1단지였다.
1973년 입주한 이 단지는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강변 저층 재건축 단지로 손꼽힌다. 전체 개발구역이 총 4개 주구로 나뉘는데 이 중 1·2·4주구가 2013년 9월 조합을 설립하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어 3주구도 2014년 12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3590가구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7700여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한다.
반포주공1단지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주공2단지 재건축), 반포자이(주공3단지 재건축)를 뛰어넘는 랜드마크 단지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크다. 계성초, 반포중, 세화여고가 가까워 우수 학군을 자랑하는 데다 지하철 구반포역, 신반포역이 멀지 않고 한강이 인접해 있는 등 탁월한 주거환경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기대 덕분에 반포주공1단지는 2014년 들어 전국에서 매매가 상승 폭이 가장 높은 단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초 대비 매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반포주공1단지 전용 140㎡로 지난 1년간 평균 2억8500만원이나 뛰었다. 2014년 초까지만 해도 20억9000만원이었지만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연말 23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반포주공1단지는 한강변에 위치한 저밀도 아파트 단지로 교육, 교통, 주거환경 3박자를 갖춘 만큼 머지않아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대림아크로리버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위에 오른 압구정현대아파트 경쟁력도 만만찮다.
전통적인 ‘강남 부촌 1번지’로 꼽히는 압구정지구는 한남, 동호, 성수대교를 사이에 두고 미성, 신현대, 구현대, 한양아파트가 나란히 들어서 있다. 현대1~14차, 한양1~8차, 미성1~2차 등 총 24개 단지, 1만355가구가 입주했다.
한동안 압구정지구 재건축에 소극적이었던 서울시가 지난해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 적용할 새로운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개발 기대가 높아졌다. 서울시는 압구정지구 용적률을 230%로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부채납 비율(15%)을 높이는 방식으로 최대 300%까지 용적률을 올렸다. 35층 이하로 제한했던 층수 규제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해 50층까지 높일 수 있게 했다.
압구정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기부채납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전보다 용적률이 높아지면서 서둘러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압구정지구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국내 최초로 3.3㎡당 1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압구정지구는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인 점이 매력이다. 압구정현대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반포, 대치동에 내줬던 강남 랜드마크 단지 자리를 되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3위에 오른 잠실주공5단지는 송파구 핵심 재건축 단지다. 지하철 2, 8호선 잠실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 데다 롯데백화점,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과도 가까운 게 장점이다. 멀지 않은 거리에 문정법조타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것도 호재다.
5층 이하 저층 단지라 무상지분율(잠깐용어 참조)도 높은 편이다. 대지지분이 많을수록 무상지분율이 높은데 잠실주공5단지 112㎡ 대지지분이 약 72㎡ 정도다. 이미 잠실주공1~4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돼 잠실 일대 신규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잠실주공5단지 투자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50층으로 짓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2014년 7월 주민총회에서 통과되며 사업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용적률 319.15%를 적용받아 현재 지상 15층, 3930가구에서 최고 50층 높이의 6880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다만 악재도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장이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단지 바로 인근에 위치한 잠실 제2롯데월드가 안전 논란에 휩싸인 것도 변수다.
4위에 오른 개포주공아파트(1만2410가구)도 강남 최대 규모 저층 재건축 단지로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 이 중 개포주공2단지와 4단지가 관심 단지로 꼽힌다.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최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 재산가액과 분양가, 추가분담금을 확정하는 사실상 재건축의 마지막 절차다.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평균 2950만~3330만원, 일반 분양가는 3000만~3200만원 선에 책정됐다. 조합은 새해 3월부터 주민 이주를 시작해 2016년 초 착공, 2018년 말 입주 예정이다. 다만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가 비슷해 조합원 물량 매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7위에 오른 용산 이촌한강맨션은 강북권을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끈다.
한강맨션은 5층짜리 23개 동 717가구로 단지 규모가 크고 대지지분율이 높아 일찌감치 투자자들 관심을 모았다. 전용 87~167㎡로 평수가 다양하고 한강변 남향으로 한강 조망권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용적률을 200%로 잡고 일반 분양가를 인근 LG한강자이 수준인 3.3㎡당 330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면 무상지분율은 160% 내외로 추정된다. 한강맨션 103㎡의 경우 추가분담금 없이 120㎡ 주택을 받을 수 있어 투자가치가 꽤 높다는 평가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용산은 신분당선 강남~용산선이 추진되는 데다 사통팔달 교통여건을 갖춰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군 기지 이전, 용산공원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한강맨션이 강북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 재건축 지지부진 우려 커
과거처럼 강남 재건축 단지 투자로 수억원 시세차익을 거두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예상 분양가와 추가분담금을 철저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안전진단 이후 실제 착공에 들어가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실수요 차원의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분위기라 일반 분양가를 무작정 올리기 어려워 중층 아파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금융비용, 기회비용 손실을 고려하면 실질수익률은 높지 않은 만큼 매입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할 때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 조언이다.
압구정지구나 잠원동 한신4지구처럼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주민의 4분의 3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재건축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근 단지에 비해 대지지분이 적은 경우 추가분담금이 커지는 만큼 오히려 넓은 면적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이 작은 면적을 소유한 조합원보다 돈을 더 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장재현 팀장은 “통합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집값 상승 가능성도 높겠지만 개별 재건축보다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주구별 통합 재건축 대신 대지지분이 비슷한 단지끼리 ‘미니’ 통합 재건축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잠깐용어*무상지분율
재건축을 할 때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평형을 추가분담금 없이 조합원에게 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 무상지분율이 300%라면 현재 10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합원은 30평 아파트에 추가분담금 없이 입주하는 게 가능하다.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이 분양받는 아파트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수익성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총 25명, 가나다순)
강은 지지옥션 팀장,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권일 닥터아파트 분양권거래소장,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사장,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 김종선 BSI경영연구원장,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 최순웅 네오밸류 건축본부장,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사장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90호(2015.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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