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 처우.. 최저임금 보장이 다가 아니다

2015. 1. 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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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감시·단속적' 근로자 투쟁하라

[오마이뉴스 김상봉 기자]

작은 난로에 의지하며 추위 속에 대기하고 있는 경비노동자가 쉬고 있는 '감시적 노동자'로 보이는가.

ⓒ 김상봉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인건비 상승 부담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해고 위협 역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에 의해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아파트 거주자들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경비 노동자들을 '부려'먹었다.

이와 같이 경비원들의 처우가 문제가 된 근본 이유는 정부와 법원이 '근로기준법' 제63조를 마음대로 해석하여 적용해온 탓이다. 63조는 경비원의 노동 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임에도 '감시'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경비노동자에게 적용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경비노동자들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63조 (적용의 제외)

이 장과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栽植)·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2.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포(採捕)·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3.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그렇다면 '근로기준법' 제63조에 관한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지금까지의 행태는 법률의 진실에 부합한 것인가. 노동자들이 이러한 부당함을 뛰어 넘어 권리를 지킬 방도는 없는가.

비현실적인 무리한 법 적용이 문제의 출발점

'근로기준법'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범위를 '감시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첫 번째 요건인 개념은 매우 애매하고 불확정적인 것이다. 두 번째 요건인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기 전에 그런 이름을 붙인 이 조항 자체는 이미 이율배반의 모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감시(監視)라는 글자의 의미를 그저 지켜보는 행위로 해석하여 경비원은 도둑이 오는지 지켜보는 사람이니 '감시적' 근로자라고 규정하는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무성의하고 반헌법적인 해석이 때로는 생명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원 등의 노동자들을 열악한 조건으로 빠뜨린 데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감시적·단속적 노동자로 승인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상당 부분 제외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서 규정한 노동자 중 경비원을 감시적 노동자로, 보일러 기사 또는 기업이나 관공서의 운전기사 등은 단속적 노동자로 당연시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빌딩의 기계실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청소 노동자에게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용역'회사에서 채용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어 일하게 하는 '간접고용'과 보통 1년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기간제' 형태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전형적인 비정규직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므로 이들의 문제가 곧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감시적'과 '단속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아파트 경비원 등에게 감시 또는 단속 노동에 해당하는 직업들이라고 규정하는 행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며 비논리적인 일인가.

감시단속노동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설명

ⓒ 고용노동부

비정규 문제의 핵심, 감시적·단속적 노동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감시(監視)란 '단속하기 위하여 주의 깊게 살펴보는 행위'라 설명하고 있다. 용어는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하기 마련이다. 과거 1960~70년대 아파트가 거의 없던 시기에 감시적 노동이란 시골의 과수원 등에서 새떼를 지켜보다가 간헐적으로 쫓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될 법한 일이다.

단속(斷續)이란 글자 그대로 업무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진행되는 형태이다. 염전 등에서 햇볕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처럼 업무가 일정치 않은 경우, 자연에 의지하던 일을 예로 들 수 있겠다. 24시간 동안 경비복을 입은 채 출입자를 감시하고 CCTV 모니터를 지켜보거나 재활용쓰레기 정리, 낙엽 쓸기와 눈 치우기, 불법 주차된 차량 밀기, 택배 물건 받아놓기 등의 업무를 하는 경비 노동자의 모습이 이와 어디가 비슷한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신청서

ⓒ 고용노동부

사용자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신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수 있다. 사용자의 신청에 의해 승인신청서가 접수된다 하더라도 법령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요건은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정확히 알고 자신의 권리를 뺏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권리 박탈에 항의하는 등 노력하면 고용노동부와 사용자의 기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는 사용자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라는 것을 승인받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 (근로시간 등의 적용제외 승인 신청 등)

① 사용자는 법 제63조제3호에 따라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근로시간 등의 적용 제외 승인을 받으려면 별지 제7호서식의 감시적 또는 단속적 근로종사자에 대한 적용 제외 승인 신청서를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②제1항에 따른 승인 대상이 되는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태적(狀態的)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한다.

③제1항에 따른 승인 대상이 되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한다.

지켜보는 일이 '감시적 노동'? 요건·절차 무용지물

정신적·육체적 피로의 기준은 물론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라는 것도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다. 과연 아파트 경비원 등이 위의 사항 중 어디에 해당되기에 감시적 노동자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 '감시적·단속적 적용 제외 승인신청서'와 함께 노동자들이 서명한 '감시단속근로자 동의서', '감시단속근로자 승인 자술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감시단속노동자 동의서

ⓒ 고용노동부

감시단속신청시 구비해야할 서류들

ⓒ 고용노동부

그렇기 때문에 용역회사 등은 입사할 당시 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고용한 경비 노동자 등에게 문서를 보여주면서 '감시·단속적' 근로자임을 인정하라고 서명을 요구한다. 현실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용역회사 등은 해당 노동자들이 1년짜리 근로계약에 의해 1년마다 해고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어차피 파리목숨임을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해고라도 당하지 않고 1년을 버티기 위해 서명한다. 또는 근로조건에 변동은 없으며 경비원은 감시하는 사람이 맞지 않느냐는 사용자의 말에 서명하기도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고용노동부 또는 상담기관 등에 문의를 하면 대개의 경우 경비원 업무에 대해 '감시적' 노동이 맞다는 답이 돌아오게 된다.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감시적' 근로자라는 것을 시인하고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향해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간다.

세상 어느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난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하지 않은 업무를 하고 있으니 '근로기준법'에서 제외시켜주세요"라고 호소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접하는 근로감독관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인식 변화가 절실

고용노동부에 소속되어 격무에 시달리는 근로감독관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관련법, 상위법인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법을 적용하고 시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인 공무원과 그들이 속해 있는 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대한민국의 법치는 사라진다. 국가는 근로기준의 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헌법 제32조 제3항) 이제서야 최저임금을 적용시키는 일이 자랑으로 내세울 일은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헌법 제7조)이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하여(헌법 제103조) 한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헌법에 의거해 업무를 수행해 왔는지는 의문이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68조 제1항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적용제외 승인은 다음 각 호의 기준을 모두 갖춘 때에 한한다.

1. 수위·경비원·물품감시원 또는 계수기감시원 등과 같이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는 경우. 다만, 감시적 업무이기는 하나 잠시도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2. 감시적인 업무가 본래의 업무이나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다만, 감시적 업무라도 타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3. 사업주의 지배 하에 있는 1일 근로시간이 12시간 이내인 경우 또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격일제(24시간 교대) 근무의 경우

가. 수면시간 또는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이 8시간 이상 확보되어 있는 경우

나. 가목의 요건이 확보되지 아니하더라도 공동주택(「주택법 시행령」제2조제1항 및「건축법 시행령」별표 1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 규정하고 있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 경비원에 있어서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고 다음날 24시간의 휴무가 보장되어 있는 경우

제68조 제2항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적용제외 승인은 다음 각 호의 기준을 모두 갖춘 때에 한한다.

1.평소의 업무는 한가하지만 기계고장 수리 등 돌발적인 사고발생에 대비하여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업무인 경우

2.실 근로시간이 대기시간의 반 정도 이하인 업무로서 8시간 이내인 경우. 다만, 격일제(24시간 교대) 근무인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고 다음날 24시간의 휴무가 보장되어야 한다.

3.대기시간에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수면 또는 휴게시설이 확보되어 있는 경우

여러 가지의 서류가 접수된 이후 중요한 것은 근로감독관이 '집무규정' 에 따라 검토를 했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수위, 경비원 등 위에서 열거한 업무의 노동자들이 심신의 피로가 적은 사람들이라고 이미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보는 것이야 그들 멋대로 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제도의 변경을 위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들의 행위가 법적인 요건에 부합되는가, 절차를 준수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류 제출 과정

▲ 신청서와 필요서류들이 제출되기까지의 과정1. 해당 노동자가 감시적 또는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하는가의 여부해당 노동자의 업무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의 내용에 해당되는가.

2. 법령 등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제출했는가의 여부사용자가 승인을 받기 위해 <감시적단속적 적용 제외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는가.해당 노동자가 <감시단속근로자 동의서> <감시단속근로자 승인 자술서>에 서명했는가.

3. 노동자의 동의서 등이 본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가 여부서명할 당시 해당 노동자는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는가자필 서명이었는가, 누군가 대신 서명한 후 고용노동부에 일괄 제출하지는 않았는가.서명할 당시 사용자의 재촉에 의해 판단할 시간이 없지는 않았는가

▲ 서류 접수 이후의 과정1.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을 준수했는가의 여부근로감독관집무규정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었는가감시적(제68조 제1항)의 경우 '1~3' 과 '가,나' 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단속적(제68조 제2항)의 경우 '1~3'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2. <근로감독관집무규정> 검토

수위, 경비원, 물품감시원, 계수기감시원 등이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동자인가. 경비원 등의 업무가 화장실이나 제대로 갈 수 있는 일인가. 밥이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가. 경비원의 경우 경비 업무보다는 잡다한 일에 더 동원된다는 사실은 상식이 된 지 오래 아닌가. 그럼에도 이들에 대해 '감시적' 노동자라고 단정하는 것이 우리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변하지 않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현실 직시와 권리 투쟁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결정나기 전부터, 이들 노동자는 현장에서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취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무사안일한 노동 시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하더라도 요건들을 꼼꼼히 적용하면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감시·단속적' 노동자의 적용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고 절차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힘들게 노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용자의 관리와 감독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다면 '감시단속근로자 동의서'와 '감시단속근로자 승인 자술서' 등에 절대로 서명하지 말아야 한다.

사용자의 눈총을 견디며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변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로써 이들에게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법전을 뒤지며 사용자의 기만에 맞서 싸우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권리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여럿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낸다면 조금씩이나마 삶의 질에 변화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법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단결과 투쟁만이 노동자가 살 길이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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