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활짝 열리는 홈퍼니싱 시장 | 이케아·H&M·자라..봇물 터졌네

강승태, 서은내 2014. 12. 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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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게 나만의 집을 꾸미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홈퍼니싱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한다. 사진은 각각 제2롯데월드몰에 입점한 ‘H&M홈’(좌)과 ‘이케아’ 1호점인 광명점 매장(우). <각 사 제공>

#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김선영 씨(30)는 미국, 일본 등을 방문할 때마다 시간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홈퍼니싱’ 매장이다. 여기선 각종 세련된 디자인의 그릇과 카펫, 침구류는 물론 양초, 테이블 세팅기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평소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김 씨는 해외 출장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 1~2개를 구매한다. 김 씨는 “다른 집에 없는 예쁜 아이템을 활용해 집을 꾸미고 싶다. 한국과 달리 가까운 일본만 가도 이런 매장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이케아 한국 진출과 맞물려 국내에도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집)과 퍼니싱(furnishing·단장하는)의 합성어다. 각종 가구는 물론 커튼과 벽지, 침구, 카펫, 부엌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 안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옷이나 가방 등으로 몸을 치장하듯 집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꾸는 활동이다. ‘홈패션’이라는 말도 사용되며, 인테리어 제품을 파는 매장을 가리켜 ‘라이프스타일숍’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약 1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액 기준, 국내 가구 시장(2012년, 출하액) 규모는 약 10조원. 여기에 생활용품 관련 시장이 약 2조5000억원 수준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계속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라홈, H&M홈, 니코앤드, 무지(MUJI) ….’

하나같이 올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다.

해외 기업 잇따른 진출

생활수준 향상과 소비패턴 변화

인디텍스그룹의 홈퍼니싱 브랜드 ‘자라홈’은 11월 27일 서울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국내 1호점을 오픈했다. 6000원대 저렴한 문고리 장식부터 10만원대 후반 베드룸 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구비했다. 자라홈 관계자는 “자라홈은 단순히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다. 3500여명의 전문가와 디자이너들로 이뤄진 팀이 매년 2회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고, 매주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스웨덴의 ‘H&M홈’은 지난 10월 잠실 제2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오픈했다. 일본의 ‘니코앤드’는 올 7월 강남에 1호점을 낸 뒤,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제2롯데월드몰에도 매장을 열었다. 일본 생활잡화 브랜드 ‘무지’를 운영하는 무지코리아도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에 확장 중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12월 18일 진짜 ‘큰 놈’이 광명에 나타난다. ‘이케아’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현재 42개국 34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43조원에 달한다. 이케아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조립가구도 판매한다. 판매 비중은 약 5 대 5. 특히 이케아의 한국 시장 진출은 국내 가구업계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흔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3만달러를 넘어서면 개성에 따른 소비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한국은 이런 소비 패턴 변화의 기점에 서 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작은 사치’에 집중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나만의 집을 꾸미려는 욕구도 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국내 주거 환경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박선희 전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한국은 유독 아파트가 많다.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 내부를 어떻게 꾸미느냐가 차별화의 관건이다. 자기만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요즘 소비자들이 집 꾸미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가구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유통업계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이케아를 필두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특히나 가구업계가 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일반 가구 시장은 포화된 상태. 이용원 한국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부터 싼 가구 수입이 급증해 중소 가구업체들의 휴·폐업이 늘어났다. 경기 침체도 겹쳐 국내 가구업계의 경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들 진출이 잇따르자 국내 가구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우선 대형 매장(flagship store·플래그십 스토어)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한샘은 지난 3월 목동에 1500평 규모의 직영 플래그숍을 냈다. 또 300~400평 규모의 대리점을 올해 추가로 15개 출점했다. 기존의 한샘 대리점 매장 규모가 약 150~200평임을 감안할 때 2배 가까이 확장한 것이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8월 초대형 매장인 리바트스타일샵 아이파크몰 전시장과 리바트하우징 압구정 전시장을 열었다. 에넥스도 올해만 신규 매장 약 25개를 냈다.

이케아에 맞서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기존 책장뿐 아니라 침대, 소파 등에도 중저가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는 1~2인용 가구 출시를 계획 중이다. 아울러 아동용 가구 수요를 겨냥한 ‘리바트 키즈 브랜드’도 선보였다.

가구업계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유통업계는 이런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6월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의 첫 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11월 27일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새 매장도 열었다. 또 내년에는 매장을 10개까지 확대하고 3년 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랜드그룹은 1996년 선보인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장은 전국 40여개로 30~50대가 주요 고객이다. 또 20~30대 공략을 위해 지난 9월 새 브랜드 ‘버터’를 선보이고 홍대에 1호점을 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구회사, 침구회사, 생활소품회사 등 기준이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다. 생활 전반에 패션을 입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라 선점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 확대되는 이케아 가격 정책

실제 가격 차이보다 대응방식이 문제

이케아의 일관성 없는 가격 정책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파는 제품 일부를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게 받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베스토 부르스 TV 장식장’이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44만9000원인 이 책장은 미국에서 249달러(약 27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약 29만7000원), 영국(약 34만8000원), 일본(약 37만6000원)에서도 동일 제품을 우리나라보다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한국에서 비싼 것은 아니다. 수납장인 ‘이케아 피에스’는 한국에서 6만원이지만, 일본은 9만4000원(부가세 제외), 미국은 10만8800원(부가세 제외), 스웨덴은 11만8700원에 판매한다. 다른 국가들 대비 한국이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회전의자 ‘마르쿠스’도 한국에서는 20만원이지만, 일본은 21만6000원(부가세 제외), 호주는 36만4000원이다.

즉, 제품마다 국가별 가격이 다를 뿐, 모든 제품의 한국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부가세를 더하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오히려 싸다고 이케아 측은 주장한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단체를 통해 이케아의 국내외 가구 판매가격을 비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5호(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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