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기독교 음악산업을 살리자] CCM 등 '기독교 문화=공짜' 인식이 발목

김아영 기자 2014. 12. 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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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제점은 뭔가

#사례 1: 유능했던 CCM 편곡자 A씨는 CCM계의 불황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회사에 들어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작품활동을 했다. 그러나 생계가 여의치 않자 결국 가요계로 들어갔다. A씨는 "10년 동안 가요계에 있었는데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재정적인 어려움은 덜하지만 세상의 맘몬과 퇴폐적 문화 등 부정적인 환경에 내 몸과 영혼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사례 2: CCM 남성듀엣 '좋은씨앗'으로 활동하며 히트곡을 남긴 이유정(리버티대) 교수에게 한 달에 저작권료로 들어오는 돈은 몇 만원 안팎이다. 그가 작곡한 '오직 주만이'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아침 안개 눈앞 가리듯' 등 많은 곡들이 지금도 한국교회의 찬양시간에 불리고 있으나 교회를 통해 그에게 돌아가는 저작료는 없다. 이 교수는 "기독교 작곡가의 경우 음반 만들어서 수익으로 살아간다는 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을 정점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기독교 음악산업과 관련, 현장의 전문가들은 "기독교 음악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부재"를 주 요인으로 꼬집었다. 즉 교회 내에 만연한 지적재산권의 불법 침해가 CCM 환경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CCM 산업의 발목을 잡는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교회내 만연한 '공짜문화'=기독교 문화에 대한 공짜 인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수많은 교회에서 불려지는 찬양에 대한 저작권료가 제대로 지불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교회마다 제작하는 찬양집, 성가곡집도 저작권 침해의 온상이다. 이런 악보집을 대리 제작해주는 단체들이 교회로부터 작곡가들의 저작료를 받아 진행하지만, 저작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미지수다. 기독교 방송국들도 선교라는 명분 아래 CCM에 대해 저작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한국교회저작권협회, 한국크리스천음악저작자협회 등 크리스천 저작자들의 권리를 대신 집행하고 관리하는 저작권단체들은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활동이 소극적이고 창작자들의 권리를 적극 대변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 음악계와 다르게 가수와 기획사의 인적저작권을 관리해줄 기관이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취약하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저작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CCM 창작자들의 의욕은 계속 꺾이고 있다.

이 교수는 "교회들에서 창작물을 통해 은혜 받는 것을 공짜로 누려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게 원인"이라며 "찬양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작물에 대해 마땅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는 기독교 정신인 이타주의에 위배되고 이기적인 신앙관"이라며 "교회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도덕적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CCM 콘텐츠의 부족 가속화=동시대적인 기독교음악을 뜻하는 CCM은 근본 뜻과는 다르게 기독교인들만이 즐기는 자신들만의 리그에 갇혀버렸다. CCM의 청중을 교회 내부로 국한시켰고, 그러다보니 세상이라는 청중과는 철저히 단절됐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CCM은 기독교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구성해 일반 대중, 특히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K팝은 팝, 록, 힙합, 알앤비 그리고 전자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한류 열풍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다시 포크를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소울음악으로 회귀하여 음악적 퀄리티가 더 깊어졌다. CCM이 추구해야 할 가장 진정성이 묻어있는 음악을 세상이 먼저 선점한 것이다.

90년대 기독교 음악산업을 꽃피웠던 시절, 그 중심에는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 CCM 유통업자 손종혁(샴스미디어) 대표는 "90년대에는 CCM의 언어와 단어가 청소년에게 어필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음악의 주소비층인 10∼20대 친구들의 필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0년대 후반에 불려진 CCM 가수 하덕규의 '가시나무새'는 지금도 리메이크 되어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려지고 있다. 콘텐츠가 좋은 음악은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단적인 예다. 손 대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입소문을 타고 언제든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SNS 시대"라고 강조했다.

◇CCM을 향한 교회의 무관심 여전=음악적·자질론적 한계에 부닥친 것도 CCM 침체의 한 요인이다. CCM 가수들의 전문성, 영성 등의 자질 부족이 CCM의 질적 저하를 일으켰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일부 사역자들 중에는 최대한 싸고 간편한 방법으로 집회만을 위해 음반을 제작하고, 음악보다 멘트(메시지)에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히려 음악성을 기대하기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하덕규(백석대) 교수는 "CCM 사역자라는 한쪽만을 강조한 개념보다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인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CCM이 장기 늪에 빠진 데는 교회들의 무관심이 결정적이었다. 목회자들이 기독교 예술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CCM을 비롯한 다양한 기독교 문화의 경제적 지원에 인색했다. 이와 함께 경배와 찬양을 통해 예배 회복을 경험해온 세대와 그 이전 찬송가에 익숙한 세대간 갈등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권광은(서울장신대) 교수는 "교회 안에 예배음악, 사역, 대중문화와의 접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CCM이 건강한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영향력을 끼치려면 CCM에 대한 교회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회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의 음악적 달란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손 대표는 "홍대의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들 중에 크리스천이 많다"면서 "교회에서 이들을 품어준다면 이들이 척박한 홍대를 전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CCM 산업도 부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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