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영칼럼] 말 많고 탈도 많은 이케아 한국 상륙

2014. 12. 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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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미국 연수 시절, 필자는 할인점에서 조립식 책상을 구매한 적이 있다. 드라이버 달랑 하나 갖고 시작한 책상 조립은 장난이 아니었다. 진땀을 흘려가며 수많은 나사못을 돌려 책상 부품을 맞추는 데 온 하루가 걸렸다. 책꽂이가 붙어 있던 책상이 완성되자 초등학생 큰딸은 기뻐했다. 하지만 아내는 "책상이 왜 흔들리지? 부실하네" 하며 핀잔을 던졌다.

한국의 30, 40대 남성에게 주말 가사는 기피 대상 1순위다. 못과 망치,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해 옷장, 식탁, 침대 등 가구를 조립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서구에 비해 집 안 공간이 좁은 데다 차고(garage)와 같은 작업 장소도 없다. 학창시절 기술 과목을 배웠어도 목공 실습을 해본 적이 드물다. 그러다 보니 벽에 못 하나 제대로 박질 못한다.

세계 최대 가구·유통업체 이케아가 12월 18일 광명점을 오픈한다. 스웨덴에서 1943년에 설립된 이케아는 전 세계 345개 매장을 운영한다. 오랜 역사의 글로벌 기업치곤 한국 진출이 늦은 편이다. 작심한 듯 세계 최대(연면적 13만1550㎡) 매장을 선보인다. 취급하는 가구와 생활용품은 총 8000여종에 달한다.

이케아 상륙은 가구 쇼핑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서 이케아 브랜드는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싸고 예쁜 조립식 가구'의 대명사 이케아는 단순함과 실용성을 갖춘 모던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고가 내구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유행에 따라 바꾸는 소모품이라는 개념을 가구에 적용했다. 동시에 검소하고 근면한 북유럽식 가치관을 반영해 저가 전략을 핵심으로 삼았다.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89)는 세계적인 부호지만 '깐깐한 짠돌이'가 별명이다.

디자인과 가격을 우선시한 이케아가 포기한 가치는 제품 배송과 조립이다. 이케아는 DIY(Do It Yourself) 가구 부품을 표준화, 글로벌 소싱으로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또한 물류비를 절감하고 운반이 쉽게 평평한 소포장 방식을 채택했다. 고객은 거실, 주방, 서재, 침실, 욕실 등 쇼룸에서 본 제품을 창고에서 가져와 계산한 뒤 배송과 조립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이케아는 한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다. 고객이 원할 경우 조립·택배 서비스를 CJ대한통운 등이 대행하는 것. 이 같은 조립·배송대행 서비스엔 당연히 추가 요금이 붙는다.

이케아 광명점 오픈에 대해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먼저 장식용 벽걸이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큰 반발을 샀다. 특히 카탈로그상 제품 가격이 해외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경우도 있어 한국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 취급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케아에 대한 가격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광명지역 가구 소상공인은 이케아가 맺은 상생협약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무휴업 등 대형 할인점 규제를 받지 않는 점도 비판을 산다.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는 테스트베드다. 국내 소비자는 무척 예민하고 까다롭다. 가격이 품질에 비해 저렴하지 않거나 조립·배송에 따른 추가 부담이 지나치면 고객 불만이 클 수 있다. 이미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세계적인 할인점이 적응 못하고 철수한 선례가 있다. 영국 홈인테리어 DIY업체인 비앤큐(B&Q)도 국내 진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의 이케아 때리기가 지나친 점은 있겠으나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마케팅이 없다면 이케아코리아의 성공을 장담할 순 없을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5호(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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