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옥수수·콩·과일 주신 하나님 2014년에는 영혼 추수의 기쁨까지 주소서"

유영대 기자 2014. 11.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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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10여명 부안 동성교회의 은혜 넘치는 '2014 추수감사절'

"잘 영근 사과 배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사 아무 것도 아니 주실지라도 우리는 감사합니다." 13일 전북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 동성교회(전태성 목사) 앞. 추수를 마친 논에 쌀을 비롯, 옥수수 배 사과 호박 등 농산물이 쌓여 있었다. 이 교회 성도들이 한 해 동안 정성껏 재배한 작물들이다. 성도들은 배 사과 등을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잘생긴 놈 봤어"하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16일 추수감사주일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성도들은 올 한해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앞다퉈 고백했다.

동성교회 성도들의 감사함에는 추수의 기쁨만 있지는 않았다. 남궁회(85) 집사는 추수된 과일들을 보면서 "10년 전 중풍에 걸려 기력이 없었지만 예배를 드릴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새 힘을 얻는다"고 고마워했다. 한삼순(84) 집사는 담석 합병증으로 가슴이 아파 수술을 받으려다 기도의 힘으로 기적적으로 호전돼 평안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새만금 방조제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교회는 이번 추수감사주일에는 마을주민을 초청해 잔치를 연다. 이제는 몇 안 되는 성도들이 한 사람씩 전도해 영혼 추수의 기쁨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충북 단양에서 5년간 목회를 하던 전태성(49) 목사와 유혜진(46) 사모는 2002년 두 아들을 데리고 이 마을에 왔다. 동성교회가 목양을 담당할 후임 목회자가 없어 어렵다는 말을 들은 뒤 농촌목회를 자원한 것이다. 동성교회는 여느 농촌교회와 마찬가지로 성도 10여명 대부분이 장·노년층이다.

전 목사 부부는 이 마을 23가구의 복음화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전 목사는 마을주민의 집에 전기나 수도가 고장이 나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유 사모는 10년 전 이·미용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을주민의 머리를 손질해주기 위함이다. 마을주민들은 유 사모에게 머리손질을 맡기며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부안 동초등학교 상담 및 교통봉사, 사망한 주민들과 유가족을 위해 장례예배를 드리는 것도 전 목사 부부의 사역 중 하나다. 전 목사는 평소 성도들에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강조한다. 세상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배신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영원토록 함께 하시고 책임져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부족한 종"이라며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능력이 없었다면 이 일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격려의 전화로, 조그만 물질이라며 죄송하다고 내놓고 간 성도들의 쌀과 음식들이 소중한 힘이고 능력이고 격려가 된다고 했다.

전 목사는 교회사역이 행복하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고된 사역이지만 앞으로 농촌목회를 돕는 손길이 많이 늘어나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교회 앞날에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중 양국이 실질적으로 타결을 선언한 자유무역협정(FTA)은 농촌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새만금 간척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지만 값싼 중국산의 범람이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전 목사는 그러나 "힘들지만 하나님에 의지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며 "마을주민을 섬기고 말씀으로 치유 받는 참된 교회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부안=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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