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700만원 들 뻔한 신혼집, 온라인 카페 덕 100만원에 꾸며

김은정 2014. 11.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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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살림 도우미 '디지털 시어머니'

강력계 형사 손인철(38)씨는 요즘 근무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유치원생 아들을 위해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뽀로로' '옥토넛 콰지' '라바' 단계를 지나 이제 '파워레인저' 수준에 올라섰다. 손씨는 "어느 날 아들이 밥을 한 개만 먹고 돌아왔길래 맛이 없더냐 물었더니 '먹기 아까워서'라고 답하더라.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맹은숙(63)씨는 환갑의 나이에 처음으로 '개장국(보신탕)' 만들기에 도전했다. 사위 몸보신을 위해서다. 사위 임진환(35)씨는 "장모님표 보신탕은 가게에서 먹은 개고기보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살림 실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건 바로 인터넷. 도시락 꾸미는 방법과 개고기 육질 고르는 방법, 유명 개장국집 양념장 레시피까지 고스란히 블로그에 담겨 있다.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면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요."

 10만 명의 구독자를 이끌고 있는 파워블로거 김연화(47)씨는 닉네임 '무명씨'의 감사 글에 뿌듯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 신부라고 소개한 무명씨는 "한창 설렐 시기지만 친정엄마를 일찍 여의고 혼자 결혼을 준비하자니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씨가 친절히 알려주자 그릇은 무엇무엇을 사야 할지, 이불 싸게 파는 곳은 어딘지, 꼭 필요한 가전제품은 무엇인지, 신혼집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건 뭔지, 새댁이 알아야 할 기본 요리들은 어떤 것인지 등 쪽지가 이어졌고 무사히 결혼 관문을 통과한 그가 친정엄마에게 하듯 수줍은 감사 글을 남긴 거다.

 '디지털 친정엄마'는 외국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김지현(21)씨는 당시 기숙사 외국인 친구들에게 비빔밥을 만들어 대접하기로 했다. 온갖 나물과 고추장, 밥을 비비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려니 막막했다. 시금치·숙주·당근을 각각 어떻게 데치고 볶는지,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나물은 무엇으로 대체할지, 참기름은 어느 정도 써야 할지에 대해 인터넷 시어머니는 척척박사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했던 사진가 이부경(34)씨는 찜이나 찌개를 끓일 때 비싼 파 대신 스프링 어니언을 사용했다. 영국인들이 샐러드용으로 먹는 채소인데 파 맛이 난다는 인터넷 정보가 있었다. 이씨는 "라면이랑 돼지고기, 몇 가지 유명 가공식품들은 한국 수퍼보다 차이나타운 내 중국 수퍼가 더 싸다는 것도 인터넷 정보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도배에 바느질까지=온라인 카페, 블로그, 웹툰에는 인테리어·패션디자이너 선생님이 넘친다. 올해 5월 결혼한 새댁 오신옥(30)씨는 1700만원이 들 뻔했던 신혼집 꾸미기를 100만원에 해결했다. 1600만원을 고스란히 번 셈이다. 인테리어 업체 30군데를 돌며 발품을 팔았지만 비용이 아까웠다. 그래서 두드린 곳이 셀프 인테리어 카페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친환경 페인트를 사서 뚜껑을 따고 일을 시작했는데 '붓'으로 하기엔 너무 힘들더라고요. 페인팅 전문 업체를 찾아가 사정한 후 전문 도구를 대여해 겨우 색칠을 마쳤어요." 한 달 만에 신혼집을 완성했다. 오씨는 "언제쯤 소파에 앉아 TV를 볼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완성 후 소파에 앉던 날은 행복하고 뿌듯해 울컥했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주부 이효정(31)씨는 아들 돌잔치에 입힐 한복을 알아보니 가격이 5만~10만원이고 사이즈나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씨는 고민 끝에 인터넷을 보고 '퓨전 한복' 만들기에 도전했다. 블로거들의 조언을 듣고, 아이에게 어울릴 만한 한복 종이 패턴을 사고, 원단 사이트에서 직접 한복지를 골랐다. 5~6시간 만에 한복 하나가 뚝딱 완성됐다. 1만원 남짓한 돈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한복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취미 삼아 시작한 '디지털 살림 스승' 따라 하기가 삶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블로그 '슬픈 하품' 운영자 이지혜(41)씨는 "내 포스팅을 꾸준히 따라 하다 결국 홈베이킹 강사가 됐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난이도가 높은 것만 가르치는 건 아니다. '세일이라고 연근을 너무 많이 샀는데 조림 말고 뭐 해먹을까요?' '신랑이 김치가 시다고 하는데 무를 씻지 않아서인가요?' '양파는 강판 대신 믹서로 갈아도 되나요?' 같은 사소한 질문들도 단박에 해결된다. 이런 질문은 고수 블로거가 아니어도 다른 회원들이 경험담을 들려준다.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기'는 디지털 시대 새댁들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낙지 기어 나와 아수라장 되기도=하지만 역시 함정도 있다. 예쁜 음식 사진은 '보여주기'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기에 검증 안 된 조리법이 주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주부 이 모(36)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 첫 생신상을 차리려고 블로그를 참고해 '단호박해물찜'을 준비한 적이 있다"며 "단호박의 속을 파고 각종 해물을 넣은 다음 블로거가 하라는 대로 오븐에 20분을 구웠는데 낙지는 살아서 꿈틀꿈틀 기어 나오고 단호박은 전혀 익지 않아 칼도 안 들어가더라. 그때부터 인터넷 레시피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잘 믿지 않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여지없이 파고드는 장삿속도 문제다. 파워블로거나 인기 카페들이 처음엔 '공구(공동구매)' 형태로 진행하다 점차 기업들과 손잡고 노골적으로 홍보를 하는 케이스도 흔하다. 주부 이미정(45)씨는 "신세대스러운 개성 있는 입맛도 좋지만 친정엄마·시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고유의 손맛'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교수는 "집안의 살림 정보까지 디지털화돼 가고 있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말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에 친숙하기 때문"이라며 "뭔가를 깊고 길게 배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S BOX] 메뉴 추천, 육아 정보, 인테리어 … '살림 앱'도 늘어

스마트폰 이용이 늘면서 '엄지족'을 겨냥한 살림 앱 종류도 늘고 있다.

▶스마트 쿡, 똘똘한 요리사

 모바일 맞춤 앱들은 화면만 보고도 따라 하기 쉽게 이미지 위주로 만들어졌다. 매일 뭐 먹을까 메뉴 고민에 빠지는 젊은 층에 맞게 '오늘의 메뉴'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1만 개의 레시피를 갖춘 '요리백과' 앱을 이용하면 요리 초보자도 '뚝딱' 밥상을 차려낼 수 있다. 유명 요리책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는 '이밥차'라는 앱으로 휴대전화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리하는 동안 화면이 꺼지지 않는 기능과 조리 시간을 체크하는 알람 타이머 기능까지 갖췄다. '오마이셰프' 앱은 냉장고 속 재료로 금세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하며 친환경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는 장 보기 기능도 있다.

▶육아 간편 도우미

 초보 엄마는 위급 상황 대처법이 늘 필요하다.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앱은 월령별 맞춤 정보를 제공해 간단한 검색만으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700일 육아도우미' 앱은 '82주차 배변 훈련법'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생후 첫날부터 24개월까지 매일 알림 서비스한다. 휴대전화로 쓴 육아 일기를 책으로 무료 출판해 주는 '맘스다이어리' 앱도 인기다.

▶DIY 쉽게 따라 하기

 큰 공사 없이 저비용으로 집 꾸미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테리어 앱으로는 '버킷플레이스'가 있다. 전문가의 시공 사례와 셀프 인테리어 고수의 실전 사례를 주거 형태·평수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한다. DIY와 리폼에 관한 정보만 모아놓은 'DIY 리폼의 고수' 앱도 있다. '스마일러브 손뜨개' 앱은 동영상 기초 강좌 및 무료 도안 공개로 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김은정·이진우 기자, 김현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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