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경품

이명희 논설위원 2014. 7. 3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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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고급 초콜릿을 도매가격의 절반 가격인 15센트에, 평범한 초콜릿을 1센트에 각각 팔았다. 그랬더니 73%가 고급 초콜릿을 선택했다. 그런데 두 가지 초콜릿 가격을 모두 1센트씩 낮춰 평범한 초콜릿을 공짜로 주자 69%가 공짜를 선택했다. 가격 차이나 질적 차이는 달라진 게 없는데 왜 그럴까. 애리얼리는 "대부분 거래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는데 공짜는 손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서면 당연히 공짜를 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0'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고 비이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공짜 경품의 역사는 시대와 생활상을 반영한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회에서 복권을 팔고 경품으로 노예나 집, 배 등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효시인 박가분(朴家粉)도 처음엔 포목상에서 혼수를 흥정할 때 경품으로 줬다. 1936년 화신백화점은 황소 한 마리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1960년대에는 '1백원어치의 껌으로 집 한 채를' '소주 한 병으로 금반지를' '과자 한 봉지로 자전거를 탑시다' 등의 경품광고가 유행했다. 1998년에는 아파트가 처음 경품으로 나왔다. 2000년대 들어선 우주여행, 하늘을 나는 자동차, 황금거북선, 연금복권, 성형수술, 세계여행 등이 경품 목록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판매 부진이 극심하자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명에게 현금 10억원을 경품으로 내놨는데 100만명 이상이 응모했다. 아파트 이름짓기 공모에 당첨돼 오피스텔을 한 채 얻고 냉장고부터 TV, 런던올림픽 개막식 관람권까지 '아내와 본인' 빼고는 모두 경품으로 얻었다는 경품왕이 있는가 하면 '경품으로 살림 장만하는 사람들'이란 인터넷 카페도 있다. 한 방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경품 추첨을 조작해 1등 상품인 외제차 BMW를 가로챈 홈플러스 직원 2명이 그제 고소당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협력사를 압박해 당첨 결과를 조작, 응모조차 하지 않은 친구를 1등에 당첨시키고 자동차를 팔아 현금을 나눠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경품행사에 응모해도 당첨되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고객은 왕'이라면서 발품 팔게 하고 들러리만 세웠으니 분통이 터진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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