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항일 '백두혈통' 김정은, 대일 관계 정상화 어디까지

이영종 2014. 6. 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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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전격 빅딜 합의했는데김일성 이후 정권 기반은 항일외조부 친일 행적도 부담 작용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입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과 대북 제재 해제와 납치 일본인 문제를 맞바꾸는 빅딜에 합의한 겁니다. 김정은은 여세를 몰아 후지산을 넘으려는 걸로 보입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년 전 고이즈미 총리와 만나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풀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집권 3년차 첫 외교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한 게 눈에 띕니다. "동북아에서 친구가 없는 김정은과 아베 두 사람이 손잡은 것일 뿐"(2일 정부 당국자)이란 평가절하도 있지만 결과를 속단할 순 없습니다. 물론 북한이 납치 일본인과 관련한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할 '진실의 순간'이 올 겁니다. 북한이 약속한 '특별조사위'가 제대로 활동할지도 관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합의이행 쪽으로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의기투합의 셈법이 어떻든 간에 양측 모두 서로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김정은 입장에선 고민이 될 대목이 있습니다. 북한의 정권 기반인 '항일(抗日)'의 기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1948년 9월 9일)하며 내세운 이데올로기와 북·일 수교라는 현실의 조화죠. 사실 김일성은 이른바 항일 투쟁 혁명 일화를 만들기 위해 조작과 미화·과장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소련군 장교 시절인 1941년 병영에서 낳은 아들 김정일의 출생연도를 바꿔 '백두산 밀영(密營·비밀캠프)' 출신으로 만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생모 고영희를 둘러싼 '친일(親日) 행적' 논란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195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영희는 10년 뒤 북송선을 타고 원산항에 도착합니다. 북한에서 '째포'(재일교포를 비하한 표현)라 불리는 북송교포가 된 거죠. 김정일은 만수대예술단 배우 출신 고영희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낳습니다. 이런 속사정을 간파한 일부 당 간부와 주민 사이에서는 "원수님(김정은을 지칭)은 백두혈통이 아니라 후지산 줄기"라고 꼬집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권 두 달 만인 2012년 2월 13일자 노동신문에 고영희를 '평양의 어머니'로 미화하는 우상화를 시도했다가 슬그머니 거둬들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최고지도자의 어머니'인 고영희의 베일을 벗기기에는 시기상조란 판단이죠.

 최근에는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이 일본 군수공장 간부로 일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 조총련 등을 통해 고영희 관련 일본 행적 지우기에 나섰지만 군수공장이 비밀로 부쳐온 자료가 최근 공개된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제주 출신인 고경택은 일제시대인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가 육군성이 관할하는 히로타 군복공장에 들어갑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김일성이 항일투쟁에서 맞섰던 일본군의 군복을 만들어 준 게 며느리 고영희의 부친이란 얘기가 됩니다. 탈북자 1호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항일의 혁명 전통을 친일의 외교정책으로 바꾸려면 김정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코멘트했습니다. 후지산 부담을 떨쳐내려면 차라리 고영희를 '한라산 줄기'로 소개하는 게 나을 것이란 진단입니다.

 북한도 언제까지 반일·반미의 도그마에 갇혀 살 수는 없을 겁니다. "한 세기에 두 제국주의 미·일을 타승(打勝)했다"는 김일성 신화를 버릴 때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은은 이미 집권 초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했고, 전미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에 초청했습니다. 노동당 간부와 주민들이 그 충격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식 대일 접근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습니다. 김정은의 '후지산 탐험'이 어떤 루트를 거치게 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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