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헌법 제34조 6항

2014. 4. 2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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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이 흘린 눈물이 인터넷과 SNS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의혹과 문제점을 다룬 이날 방송에서 그는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 참았던 눈물을 끝내 터뜨렸다. 정부가 처리하는 사고 수습이 무엇 하나 속 시원하지 않은 터에 그의 눈물이 시청자와 네티즌들에게 그대로 감정이입된 것 아닌가 싶다.

장롱 속 재난 조항의 헌법가치

하지만 그의 눈물과 함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헌법 제34조6항(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에 관한 언급이었다. 이 조항은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장롱 속 조문'에 지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복지국가 조항으로 불리는 제34조1항(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마저 법률과 예산의 뒷받침을 전제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생존권 또는 사회적 기본권)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기본권 아닌, 단지 국가의 노력 의무를 강조한 제34조6항에 근거한 법률과 정부의 안전 행정이 '귀한' 취급을 받았을 리 만무했다.

실제로 재난 관련 법률이 제정된 것 자체가 사후약방문이었다. 구(舊) 재난관리법은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과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으면서 이듬해 부처 간 재난·안전 관리 업무를 통폐합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으로 재정비됐다. 두 법률이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의 보호다.

그로부터 또 10여년, 박근혜정부는 국민 행복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했다. 헌법상으로는 제10조(행복추구권)와 제34조6항을 지향한 정부인 셈인데, 출범 1년2개월 만에 그 한 축이 '침몰' 위기에 몰린 처지가 됐다.

신뢰잃은 정부, 대통령 나설 때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따라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지도 이념인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고 수호되어야 할 헌법 가치 중엔 국민의 생명과 신체와 재산이 으뜸 중 으뜸이다. 이는 최고 통치자와 주권자 간 약속이다. 이 약속이 세월호를 따라 가라앉는 형국이다.

이처럼 국가적 재난 사고로 여론이 나쁜 와중에 특정한 헌법조문이 화두에 올랐으니 정부로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것'처럼 좀 꺼림칙하긴 할 것 같다. 이명박정권 초기인 2008년 촛불정국 때 헌법 제1조가 정권의 심장을 겨눈 바 있으니 말이다. 당시 헌법으로는 제36조3항(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즉 안전한 식품과 이의 알권리 보장이 이슈였다.

알맹이만 보건에서 재난으로 바뀌었을 뿐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상당수 국민들은 국가가 보호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공무원들을 호령하고 선장과 선사, 오너 일가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해도 마치 백약이 무효와 같다.

이럴 때 답은 딱 하나. 김상중처럼 진정으로 함께 아파하고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래서 깨진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설득과 이해, 그리고 국면 전환 조치는 다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그 2%가 부족해 보인다. 벌써 14일째,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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